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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의 <Retribution>

류상욱 류상욱
3490 0 4


싱가포르 극장가에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이 몇 주 동안 상영되고 있다. 나도 이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았다. 이 영화의 일본어 제목은 이다. 2006년 작품인데 <큐어>처럼 야쿠쇼 코지가 형사 역할을 연기한다. <큐어>가 나온지 거의 10년이 지났으니 그도 이제 많이 늙었다. 게다가 이번 캐릭터는 상당히 피곤한 얼굴을 하고 나와야 한다. 그런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매우 젊고 아름다운 애인이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커플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들은 같이 살지 않고 그 애인은 야쿠쇼 코지의 집에 가끔 방문을 한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 애인은 알고 보니 역시나 귀신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야쿠쇼 코지는 내내 모른다(이것은 좀 이상하다).

이 영화에서는 <큐어>처럼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 <큐어>처럼 살인을 하는 사람은 전과도 없고 연쇄살인마도 아니다. 단지 무엇인가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다. 예컨대 의사는 자기의 아들을 죽인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아버지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아버지는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또 직장 상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은 상대 남자를 죽인다. 마찬가지로 다 지워버리고 싶어서. 그런데 시체를 비롯한 증거물에서 야쿠쇼 코지의 지문이 나온다. 당연히 그는 동료에게서 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대단한 스릴러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살인을 하게 만드는 존재가 역시 <큐어>처럼 존재한다. 바로 (하얀 옷이 아니라)빨간 옷을 입은 귀신이다. 이번 귀신은 수퍼맨처럼 하늘을 날라다니고 직접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 귀신은 야쿠쇼 코지 주변에 출몰한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15년 전에 강변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유폐되어 있던 그 여인을 멀리서 야쿠쇼 코지가 보았기 때문이다. 단지 배에서 멀리 보았기 때문에. 그 귀신은 자신을 바라보아준 남자를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이 남자는 귀신에게서 용서를 받는다. 영화에서는 명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이 남자가 애인을 죽였던 것 같다. 그것도 용서받는다. 왜 이 남자만 용서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구로사와 기요시는 영화를 못 만들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 기복이 좀 심하다. 그것은 너무 많이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능력이 되면 다작을 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호러 장르는 포스트모던으로 이행하면서 논리적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과관계를 따지거나 내러티브의 명확한 종결을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행위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명색이 호러영화면 공포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것 아닐까? 공포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호러의 리얼리즘을 생각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관객은 영화 속의 상황이 나에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때 공포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구로사와 기요시는 호러영화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단순한 장르적 접근으로 그를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좀더 생각해볼 일이다...

류상욱 류상욱
16 Lv. 25501/26010P

익스트림무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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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정영욱
갠적으로 기요시식 호러 스타일은 <회로>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
16:11
08.04.05.
3등
마에다
엄청난 스포일러가 담겨있는 리뷰군요^^

하루에(고니시 마나미)가 귀신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반전의 의미로서만 존재하는게 아닌 내용상 일정한 공식을 성립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로 볼수가 있겠습니다.

극중 살인자들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살해한다는 일정한 공식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요시오카(야쿠쇼 코지) 역시 일련의 살인자들 중 한명임에도 그러한 공식에서 벗어난 유일한 인물인듯하지만. 결국 자기 애인을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독이 의도한 공식에 예외없이 부합되진다는 의미인거죠
16:11
08.04.05.
스포일러 당했습니다..ㅠㅠ
다음 부터는 '스포일러 주의'라고 제목 옆에 붙여주시길..^ ^
16:11
0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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