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다 읽었습니다

【'캡틴 판타스틱' 리뷰 경품 인증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2017.01.02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16534198)
지난번, 익무에서 경품으로 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다 읽었습니다. 익무에 '존 포드 vs 히치콕 2부'를 올리고 그 다음날(1일)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이 글을 쓰는 날짜(30일)까지 포함해 정확히 두 달 걸린 셈이네요. 그렇다고 이 책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책만 읽는다고 가정하면, 나흘·닷새 안에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니까요. 저야 뭐 두 달동안 여러 사건과 스케줄 때문에 바빠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 드문드문 여유가 생겨도 굳이 책에 손을 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책 읽는 속도가 남들에 비해 턱없이 느려서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익무인에게는 이 책의 '재미', 즉 '얼마나 흥미롭고 수월하게 읽히느냐'가 최대 호기심일 텐데, 결론만 말씀드리면 '무척' 수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문체가 (번역가의 실력일 수도 있겠지만) 한달음에 읽히는 문체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문체를 통해 묘사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성격은 도스토예프스키답게 매우 자극적이고 오묘하며, 거시적으로 소설 전체 구성이 일반적인 모험극이나 범죄소설, 또는 추리소설의 구성과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 도달할 때까지 그 흥미의 끈을 놓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지금 이 책을 홍보하기 위해 달콤한 말로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말을 늘어놓는 저는 그 유명한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흥미가 없어 읽지 못했을 정도로 소설과 척을 진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카라마조프~』가 시냇물 흐르듯이 술술 읽히는 소설이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전 걸작'이라는 흔한 선입견과는 달리 매우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것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
소설의 구성을 설명하겠습니다.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3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편은 약 15페이지 분량의 소(小)장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부-○편-○장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이렇게 촘촘하게 나뉜 구성과 구분 덕택에 일반 소설보다 방대한 분량임에도 읽기 간편했습니다.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배경은 19세기 중반 (1860년대 즈음) '스코토프리고니예프스키'라는 러시아의 시골 마을입니다. 1부는 '카라마조프'라는 가문의 역사와, 10월의 어느 '하루'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2부는 1부 다음날 벌어지는 일들을, 3부는 2부 다음의 이틀을 묘사하며, 이렇게 1부부터 3부까지 이어지는 나흘간의 묘사를 마치고 4부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1월을 다룹니다. 즉 1부부터 3부까지 이어지는 데엔 일주일 덜 걸리고, 4부는 그로부터 한 달 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소설이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모양새이기에 읽다보면 소설 속 세계가 싸늘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소설의 줄거리가 어떠하다, 그에 대한 감상이 어떠하다 등등을 나열하면 대책없이 글이 늘어질 뿐더러, '영화' 커뮤니티인 익무에서 관심 가질 리 만무하기 때문에,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만 골라 이곳에 제목을 나열합니다. (사실, 인상을 논하자면 소설의 거의 모든 장면이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눈을 떼지 못하게 했지만, 개중에서도 특별한 장만 골라 아래에 열거합니다. 몇몇 장은 너무 강렬해서 문자 그대로 눈물이 나더군요.) 나중에라도 소설을 읽으시면 다음 목록을 본인의 감상과 견주어보길 바랍니다. 이것도 꽤 훌륭한, 일종의 대화법일테니까요.
1부
1편 어느 집안의 역사
1.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2편 부적절한 모임
6. 저런 인간은 도대체 왜 살까!
3편 호색한들
2. 리자베타 스메르쟈쉬야
4. 뜨거운 마음의 고백. 일화의 형식으로
2부
4편 파열들
7. 그리하여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5편 Pro와 Contra
4. 반역
5. 대심문관
6편 러시아의 수도승
2. 고(故) 수도사제 조시마 장로의 성자전 중...
3부
7편 알료샤
3. 양파 한 뿌리
8편 미챠
8. 미망
9편 예심
8. 증인들의 증언. 애기
4부
10편 소년들
5. 일류샤의 침대 곁에서
11편 이반 표도로비치 형제
9. 악마. 이반 표도로비치의 악몽
12편 오심
9. 전속력의 심리 분석. 질주하는 트로이카...
-----
'영화' 커뮤니티인 익무에서 책 이야기만으로 글을 끝맺을 순 없죠. 『카라마조프~』가 워낙 많은 이미지와 형상을 묘사하고 차용하고 있다보니,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영화 속 이미지와 중첩되는 순간이 무수히 많았습니다. 그중 빈번하게 떠오른 영화들을 골라 읊어보겠습니다.
- 존 포드의 영화들, 특히 〈도망자〉 〈수색자〉
-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 특히 〈안드레이 루블료프〉 〈거울〉
- 로베르 브레송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 오즈 야스지로의 〈고하야가와 가의 가을〉
-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드나잇 가든〉
- 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
이 중에서도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이 많이 떠올랐는데, 이게 어쩔 수 없는 것이, 제 무의식에 깔려있는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대부분 타르코프스키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러시아 소설 속 러시아 사람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자연스레 그의 영화가 떠오를 수 밖에요.
제가 『카라마조프~』를 가벼운 소설인 양 말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방대하고 복합적이며 몹시 흥미로운 소설임은 부정할 수 없기에, 추후에 시간이 나면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3권을 다 읽고 1권 첫 부분을 다시 펼쳐 보았는데 여전히 술술 재밌게 읽히네요.
두 달간 뛰어난 소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저 글로만이 아닌, 실제 제 삶과 공명하여 감상을 일으킨 시간이었기에 더없이 소중한 두 달이었습니다. 귀한 경품 주심을 다시 한번 익무에 감사합니다.
※ 원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먼저 읽고 『카라마조프~』를 읽으려 했는데, 받은 선물 곧장 뜯어보고 싶은 마음에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지 않고 바로 읽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도스토예프스키 후기작을 모두 완독해볼까 생각도 드네요.
※ 1권을 읽고 난 다음에 알아차린 건데, 책 하단에 '민음사 드림' 도장이 찍혀있더군요. 희귀한 도장으로 책조차 희귀본이 된 것 같아 내심 기뻤습니다. (사진 속 맨 아랫권에 묻은 얼룩은 녹차 한 방울입니다. 읽다가 실수로 흘렸는데, 덕분에 중고로 되팔긴 글렀네요)
Q-brick
추천인 7
댓글 8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억지로라도 시간 내서 읽으라 권하고 싶은데... 그러면 작은평화 님 자막 품질 떨어질 것 같아 주춤하게 되네요.^^;;
그저 일이 조금 줄어들어 여유 생기시면 읽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