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판타스틱' 리뷰 경품 인증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경품을 받고서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농담입니다.

 진짜로 다크로드께서 채찍질하는 악몽을 꾼 건 아니지만, 죄책감이 크게 든 건 사실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경품을 받았는데 새해가 밝은 지금에서야 경품 인증글을 쓰니까요. 한참 늦었죠. 그간 워낙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맘에 드는 경품을 주신 은혜를 잊을 수 없어, 이렇게 뒤늦게나마 경품 인증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택배가 도착했을 당시의 모습입니다. 겉보기엔 무게가 상당한 그저그런 택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안에는 무시무시한 내용물이 잠들어 있지요.

 커터칼로 일도양단하니 그 진귀한 속살을 서서히 드러내더군요.

 뽁뽁이에 고이 쌓여 있는 경품의 모습입니다. 파릇파릇하게 푸른 것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상자에서 꺼낸 경품의 본 모습입니다. 크기 비교를 위해 30cm자를 옆에 두었습니다.

 옆구리입니다. 온갖 찬사란 찬사는 다 긁어 모았네요. 하긴 이렇게라도 안 하면 이 두꺼운 러시아 소설에 관심 갖고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악착같이 홍보해야죠.

 다른 옆구리의 모습입니다. 양쪽을 모두 유명인의 찬사로 채우기엔 뭣 했는지, 소설 속 문장을 하나 따왔네요.

 자, 외장 구경은 다 했으니 이제 알맹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열어보겠습니다.

 따라란 따라란 딴 꿍짝짝 쿵짝짝 쿵짝

 알맹이의 모습입니다. 꺼내보겠습니다.

 세 권으로 분권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모습입니다. 두께가 상당하니 굳이 공들이지 않아도 꼿꼿이 서네요.

 근데 3권 끝에 웬 잉여가 하나 끼어있네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세트로 구입할 때 넣어주는 '작가 노트' 입니다. 증정품이죠.

 노트의 앞모습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세트 샀다고 노트에 작가의 캐리커쳐를 그려 넣었는데, 제가 보기엔 좀 심히 왜곡된 얼굴이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부티가 나요. 제가 아는 도스토예프스키는 가난에 찌든 꾀죄죄한 모습인데, 노트엔 무슨 귀족 출신 대학교수를 하나 그려놨습니다. 출판업계의 문학가 미화 현상은 알아줘야 합니다.

 뒷모습입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라 쓰여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도스토예프스키 본인의 서명이겠네요.

 내부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노트입니다. 종이의 하반부만 줄이 쳐있는 걸 보니 그림 그리기에 글까지 쓰는 사람에게 좋겠네요.

 노트를 제외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본권 모습입니다.

 적절한 이미지가 없어선지 작가 초상화로 표지를 채웠네요. 혹은 작가의 유작이자 최고 걸작이라는 걸 암시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뒷표지입니다. 파란 포장상자만큼이나 홍보용 글이 덕지덕지 붙어있네요. 민음사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이 요란함을 방지하니 맘에 쏙 듭니다.

 세 권 전부 둘러보는 건 귀찮으니, 1권만 살펴보겠습니다.

 1권의 표지입니다.

 표지에 실린 작가의 시선이 아래를 향하여 내용의 깊이를 암시하고, 새하얀 표지가 엄숙함을 더합니다.

 그 얇은 민음사 종이에도 불구하고 두께는 3cm에 육박하며, 읽다가 졸리면 잠깐 목침으로 써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두꺼운 소설임에도 민음사는 위아래로 길쭉한 판형은 포기하질 않았습니다. 이걸 칭찬해야 할지 비판해야 할지 참...

 속지를 드러낸 맨 첫 장입니다. 대부분의 책처럼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 장입니다. 아무래도 이 장부터 책의 시작이라 봐야겠죠.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되기 전, 소설의 첫 문단입니다.

 성격 다른 삼형제가 친아버지를 죽인다는 소설의 첫 문단이 이러니, 왠지 모를 오싹함과 짜릿함이 감도네요.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설명하는 발언을 인용한 거라, 성스러움과 사악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굉장히 두꺼운 소설인지라, 읽기가 조금 두렵네요. 우선 책꽂이 구석에 있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문체와 번역을 눈에 익힌 다음, 찬찬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익무에 경품 주심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