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론가가 본 '곡성' (+ 나홍진 감독 영화들)
일본의 영화 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가.. 라디오 프로그램인지 팟캐스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본 연예인, 아나운서에게 영화 <곡성>을 소개해주는 내용입니다.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는데... 녹취록이 있어서 번역해 봤어요.
영화를 깊이있게 해설한 건 아니고.. 좀 우스개 섞어가면서 골때리게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재미로 보세요.^^
예, 그럼 한국에서 여름에 대대대히트한 영화가 <곡성>이란 영화인데요. 500만 명이 봤다고 해요. 이 ‘곡성’이라는 곳은 한국의 남쪽 산지에 있는 시골의 지명이라고 합니다만, 아주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래요. 거기서 연이어 연쇄살인이 벌어집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자기 가족을 몰살시키는 사건이 계속되는 거죠.
그런데 주인공은 마을 순경인데요. 지금까지 그런 사건이 벌어진 적이 없던 탓에 제대로 된 수사를 전혀 하질 못해요. 처음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라며 주인공이 있는 파출소에서 호출이 왔는데, 장모님이 “잠깐, 너무 서둘지 말고 밥 먹고 가라”라고 하자 그 밥을 먹고 가요. 살인이 났는데. (웃음)
그래서 현장에 지각하는데, 변명하길 “죄송합니다만 장모님이 갑자기 아파서...”라고 말해요. 그러자 동료 경관이 “그 나이에 장모님 핑계나 대고 있냐!”라고 핀잔을 듣는 사람이죠.
야마사토 료타(일본 개그맨): 아, 바보 경찰이네요.
바보 경찰이죠. 정말 어처구니없이 별난 사람이죠. 그래서 시골 마을이 정말 평화로웠다는 게 느껴져요. 그 사람한테 10살 정도 된 딸이 있는데요. 마누라와 섹스하는 걸 그 애가 보는 거죠. “큰일이다! 애가 엄청 충격 받겠어!”라며 걱정하던 주인공이 딸에게 “미안하다. 상처받진 않았니?”라고 하는데, 그 10살 쯤 된 딸이 “아빠, 신경 쓰지 마, 나도 다 알아. 이해하니까. 이거나 마셔”라며 쥬스를 건네주죠. 좋은 딸이죠.(웃음)
아카에 타마오(일본 아나운서): 예?
야마사토 료타: 호러 영화 맞나요?
일단은 호러 영화죠. 그리고 계속해서 무지막지한 피범벅 살인사건이 벌어지니까요. 그런데 그 원인이 쿠니무라 준인 듯하다는 것이 밝혀져요.
아카에 타마오: 예? 쿠니무라 준...
쿠니무라 준 씨가요. 왠지 산속에 있어요. 게다가 알몸으로 숲속을 뛰어다니고 있고요. 쿠니무라 준 씨가. 그리고 인육 같은 걸 먹어요.
야마사토 료타: 갑자기 소름 돋네요.
쿠니무라 준, 알몸으로 인육을 먹는다고요. 이게 뭔 영화냐!? 란 생각이 들더군요. (웃음) 쿠니무라 준 씨, 대사도 거의 없어요. 왜 쿠니무라 준 씨가 이런 역할을 맡았을까? 싶더라고요.
아카에 타마오: 한국 영화에서, 산 속에 쿠니무라 준 씨가?
산 속에 쿠니무라 준이죠. 게다가 알몸. 일단은 안심해도 됩니다.. 훈도시(일본 팬티)는 걸치고 있으니까요.
아카에 타마오: 아, 그렇군요.
훈도시 차림의 쿠니무라 준을 실컷 만끽할 수 있는, 중년 취향에겐 최고의 영화라고 할까요. (웃음) 이 <곡성>이란 영화의 감독의 사진을 봐주세요. 나홍진이라는 사람인데요. 젊은 사람이죠. 이 사람 ‘타마무스비(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미후네’ 씨 닮지 않았나요?
아카에 타마오: 앗! 안경 쓰고 수염 좀 나고. 그렇네요.
‘타마무스비’ 스탭 미후네 씨(웃음)랑 똑 닮았어요. 나홍진 감독 (웃음)
야마사토 료타: 나홍진 감독에게서 카리스마를 전부 빼버리면 미후네 씨인 건가요?
엄청 닮았지만. (웃음) 이 감독 말이에요. 이런 태평스런 얼굴을 하고서 만드는 영화들이 엄청나죠. 매번 말이에요. 우선 <추격자>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이 영화는 일본에서도 세계적으로도 히트했는데요. 그 영화 주인공이 출장 안마 업소를 운영하는 아저씨예요.
그 출장 안마 업소에서 여자를 파견하는데 돌아오지가 않는 거예요. 여자가. ‘무슨 일이지?’하고 확인하려고 그 여자를 찾기 시작하는 이야기죠. 이게 실제로 한국에서 일어난 출장 안마 아가씨 연쇄살인사건을 기초로 한 영화인 거죠. 제목은 <추격자>인데 역시나 경찰은 제 역할을 못하고요. 그 출장 업소 아저씨가 혼자서 연쇄살인마와 대결한다는 내용의 출장 업소 아저씨 히어로물이라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장르의 영화인 거죠.
아카에 타마오: (웃음)
야마사토 료타: 출장 업소 아저씨 히어로물?
그렇죠. (웃음) 출장 업소 아저씨가 활약한다는, 말로 설명하기 좀 힘든 영화지만 (웃음) 굉장한 영화예요.
아카에 타마오: 그게 <추격자>군요.
예. 그리고 이렇게나 재밌는데, 이 이상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더니, 그 다음으로 나홍진 감독이 찍은 게 <황해>라는 영화죠. 이게 또 엄청나게 재밌어요!
아카에 타마오: 예?
이 영화는요.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중국 쪽에 지린성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거기에 국경이 나뉘어져 버려서 거기에 원래 살고 있던 조선, 한국계 사람들이 중국인으로서 살고 있는 거죠. 실제로 그런 곳인데요. 그래서 거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하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려고 한국에 간다고 하죠. 그런 사람들 중 한 남자의 젊은 아내가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갔다가 행방불명이 돼서 돌아오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 남자가 아내를 찾으러 한국에 간다는 이야기가 <황해>라는 영화인데요. 대충 그런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하고 봤더니, 이야기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죠. 그런데 중간에 <추격자>에 나왔던 출장 업소 아저씨가 등장하는데요. 이 사람이 인간 흉기라서, 한국의 야쿠자를 비롯해서 온갖 녀석들을 모조리.... 소의 정강이뼈가 있잖아요. 거대한. 그 소 정강이뼈로 개그라고 해야 할지... 모조리 때려죽인다는 엄청난 영화란 말이죠.
아카에 타마오: 왜 갑자기 소뼈로? (웃음)
그야말로 엄청난 최강자예요. 그 아저씨가 말이죠. 무슨 수를 써도 쓰러지지 않는 터미네이터 같은 전개로 흘러요. 스토리면에 있어서는 이게 왜 이래? 싶지만, 그 아저씨의 압도적인 파워로 영화의 문제점을 극복해버리죠.
아키에, 야마사토: (웃음)
그래서 본 사람들은 모두들 “아저씨, 최고!”라는 소감을 남겨요. 하지만 그걸로 괜찮은걸까? 싶은 영화가 <황해>였는데. 아저씨 영화를 최고로 잘 찍는 나홍진이 이번에 만든 것이 ‘쿠니무라 준 호러’인 거죠.
아키에 타마오: 쿠니무라 준 씨 (웃음). 예?
야마사토 료타: 사진도 있는데요...
굉장해요. 빗속에서 알몸으로 진흙투성이로 나오는데요. 정말이지 그 연세에 굉장한 연기 투혼! 이란 생각도 들죠.
아키에 타마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사람들이 쿠니무라 준 씨를 보면 ‘무서워!’라고 생각할까요?
쿠니무라 준 씨가 거리를 걷기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다들 ‘우왓!’하고 도망친대요. 애들은 울고 말이죠. 정말 큰일 난 거죠. 쿠니무라 준. 정말로.
“왜 쿠니무라 준을 섭외했나?”라는 질문을 받은 나홍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캐스팅할 배우 후보들 사진 카탈로그를 봤는데 거기서 ‘이 얼굴이다!’라고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해요. 일본인 배우를 뽑는 거니 이런 저런 조건이 있었을 테지만. (웃음) 얼굴로 뽑으면서 꽤나 험상궂은, 이 사람이 좋겠다 생각한 거죠. (웃음) 이 <곡성>이란 영화는 처음에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영환가? 싶었는데, 이야기가 점점 영문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버려요.
중간부터는 좀비 영화처럼 되었다가, 또 <엑소시스트> 같은 영화가 되죠.
아키에 타마오: 예?
“처음에 봤던 거랑 다른 영화잖아, 이거!” 라는 느낌으로.
아키에 타마오: 예? 그래도 되는 거예요?
‘되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긴 해요. 하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개그도 들어있거든요. 개그도 들어간 상태에다가 계속해서 이야기가 반전되고, 아까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그렇지 않다고 하고, 또 이런 이야긴가 했다가 확 뒤바뀌고 하는 거죠.
아키에 타마오: 음!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굉장한 영화예요. 이 <곡성>이라는 영화는요. 보고난 뒤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예요. 정말 대단해요.
아키에 타마오: 그런데도 (한국에서) 대히트했군요.
대히트햇죠. 일본에선 <너의 이름은> 이 대박이고, 미국에선 <맨 인 더 다크>, 한국에선 쿠니무라 준이죠.
아키에, 야마사토: (웃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아키에 타마오: 올 여름은 각각 전혀 다른 분위기네요.
이렇게나 다른 분위기인가 싶은데요. 일단은 쿠니무라 준 씨의 엉덩이를 실컷 만끽할 수 있는 <곡성> 일본에선 내년 개봉이래요.
야마사토 료타: (웃음) 마치야마 씨. “쿠니무라 준 씨의 엉덩이를 만끽할 수 있어서 추천”이라는 건가요?
그게 포인트죠. 역시나. 저에게 있어서는 좀처럼 구경할수 없는 거라서요. 쿠니무라 준 씨의 엉덩이라든가.
야마사토 료타: 그렇긴 하네요. 레어 엉덩이네요.
그런 셈이죠.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아키에 타마오: 오늘은, 아무튼 간에 무섭다, 그리고 대히트했다는 호러 영화 2편. <맨 인 더 다크>와 쿠니무라 준 호러 <곡성> 2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야마사토 료타: ‘쿠니무라 준 호러’라는 장르, 그런 게 어딨어요. (웃음)
쿠니무라 준 호러죠. 예.
아키에 타마오: <맨 인 더 다크>는 올해 일본 개봉이 예정돼 있고, <곡성>도 개봉 시기는 미정이지만 내년 쯤 일본에 개봉 예정이겠죠?
내년 초 쯤에 개봉될 듯합니다.
아키에 타마오: 우와, 이거 두근거리네요.
두근거리죠. 쿠니무라 준 씨의 알몸을 본다고 생각하면.
야마사토 료타: 그걸 보러 가자! 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요? (웃음)
별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든가, 신주쿠 2번지쪽(게이바가 많은 곳) 사람이라면 있지 않을까요.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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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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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나라이면서도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 못하는 느낌+쿠니무라 준은 대체 이 영화를 왜 찍었는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근데 '추격자'가 의외로 일본에서 인기많았나 보군요.
이거 재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이 좀 잡히는 비유네요.^^
뭐야 영화평론보단 기승전쿠니무라준 엉덩이잖아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곡성 비평~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곡성. ㅎㅎ
하지만 예능이니까 이해하죠.
마치 김경식님이 영화 소개를 본인 취향대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어요 ㅎㅎ
진지한 이야기는 아니었군요 ㅋㅋㅋㅋㅋㅋ
골고님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ㅡ^b
마치야마 토모히로 라는 사람은
나홍진 감독을 완전 웃기는 짬뽕인 것 처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엔 완전 대단하다 걸로 마무리 하는 군요. ^^ㅋㅋ
"너의 이름은"도
일본 역대 5위라던데...
이참에 관심 좀 가져봐야 겠네요~ ㅋ
P.S. 이 게시글을 읽고 생긴 궁금증...
1) 쿠니무라 준...은 우리나라로 치면 어떤 배우랑 비교할 수 있을까요?
2) 익무인 중 나홍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분은 진짜 나홍진 감독님 맞나요? ㅎ
쿠니무라 준은 일본 영화 드라마에 엄청 나온 성격파 배우인데
상복은 잘 없는 거 같더라고요
주연급은 아니더라도 다작을 하고...
진지한 연기를 주로 하는 분인가보네요~ ^^ㅎ
덤으로 노출 연기도 안 하시는? ^^;;;;;ㅋㅋㅋ
경력 40년차 베태랑 배우이시고, 야쿠자 두목에 다정한 아버지에 카리스마넘치는 군 간부까지 연기폭이 대단히 넓으시고 인상적인 존재감이 있는 분이시죠.
우리나라로치면..변희봉 선생님 혹은 박근형 선생님같은 위치가 아니실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크랩했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기승전 쿠니무라준 엉덩이네요ㅋㅋㅋㅋㅋㅋㅋ
재미지게 이야기들 하시네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네요
곡성 진짜 재밌게 봤는데^^
일본에서도 좋은 결과 있기를 ㅋㅋ
쿠니무라 준의 엉덩이만 계속 얘기 하는거 보니까 일본의 대배우가 벗는 다는데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네요 ㅎㅎ
재미있네요 ㅋㅋ 일본에서 개봉하고나서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ㅋㅋ 번역 감사합니다!
쿠니무라 준 엉덩이 얘기만 하다 끝나네요.. 깊이가 전혀 없는 토크라 실망 ㅠㅠ
재밌게 이야기 하면서도 나홍진 감독을 대단해 하는게 느껴지네요ㅎㅎ
번역 감사해요~
개봉하면 실제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제가 가끔 소개하는 일본 영화평론가가 이사람입니다.
원래 영화속에서 벗고 나오는것에(특히 남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늘 기승전 누드입니다...
깊이 있는 주제 다룰땐 또 엄청 진지한데 영화에 따라 좀 편차가 심합니다. ㅋㅋ
재일교포 3세인가 그런것 같더라구요.
예.. 그런 것 같던데
곡성에 대해 좀 깊이있는 이야기도 해줬으면 싶네요.^^
왜 그렇게 엉덩이를 강조하나 했더니...ㅋㅋㅋㅋㅋ
영화소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이질감없이 하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일본쪽에서도 이 영활 기대하는가보네요.
벌써부터 관객들 멘붕이 기대되네요.
쿠니무라준의 엉덩이도 그렇구 잼있네요.
번역 감삼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장업소 아저씨 히어로 무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재밌는 영화소개네요ㅋㅋㅋ
레어엉덩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