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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바프타 노미네이션을 예감하게 하는 [리처드 3세]

제이드 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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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3번째 에피소드, 리처드 3세의 이름을 단 회차까지 왔습니다. 마지막회는 앞의 두 에피소드들과 구성이 조금 다릅니다. 포맷 측면에서 보자면 <햄릿>과 오히려 가까운 점이 많지요. 리처드의 독백과 방백이 빈번히 등장하며 그의 심리 및 행동 변화가 서사의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당연히 리처드가 말이 많고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사량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걸 다 옮겼다가는 제가 진짜 쓰러질 것 같아서 중요한 부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번역을 하고 기본적인 스토리를 서술한 뒤에 실제로 리처드 3세가 어떠했는지 약간만 다시 언급하면서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점은 이전 에피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입니다. 그동안 리처드는 아주 은밀하고 음흉하게 왕이 될 준비를 해온 듯합니다. 리처드는 에드워드 4세(에드워드 형)와 조지의 관계를 와해시켜 조지가 탑으로 유배되도록 만들고, 이를 에드워드 4세의 부인에게 뒤집어 씌우는 등 자신의 왕위에 방해가 될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해 나갑니다. 여기서 <리처드 3세>의 아름다운 언어들 중 가장 강력한 부분을 봅시다. 너무도 유명하고 제가 이전에 이미 한번 언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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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w is the winter of our discontent 우리의 불만스러운 겨울이
  Made glorious summer by this sun of York; 요크의 태양빛으로 빛나는 여름이 되는 시간
  And all the cloulds that lour'd upon our house 그리고 이 가문을 위협하던 모든 먹구름들은
  In the deep bosom of the ocean buried.  바다의 깊은 가슴속에 묻혔네 
  And now, instead of mounting barbed steeds 이제 갑옷을 입은 말에 올라
  To fright the souls of fearful adversaries, 적들의 영혼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He capers nimbly in a lady's chamber 여인의 방으로 들어가
  To the lascivious pleasing of a lute. 음탕한 쾌락의 류트를 놀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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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t I, that am not shaped for sportive tricks 하지만 나는 활달한 재주에 맞춰 만들어진 몸이 아니고
  Nor made to court an amorous looking-glass 거꾸로 구애의 대상이 될만하게 만들어지지도 않았네
  I, that am rudely stamped, and want love's majesty 불완전하게 빚어지고 사랑의 여신을 원하지만
  I, that am curtailed of this fair proportion 나는 가증스러운 자연이 속임수를 써
  Cheated of feature by dissembling Nature 아름다운 육체에서 뚝 잘려져 나온 몸
  Deformed, unfinished, sent before my time 기형인 채로, 마무리되지도 못하고
  Into this breathing world, scarce half made up, 살아 숨쉬기도 전에 반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던져졌다  
  And that so lamely and unfashionable 어찌나 변변찮고 형편없는지
  That dogs bark at me as I halt by them! 내가 절뚝거리면 개가 나를 보고 짖지!
  Why I, in this weak piping time of peace, 왜 이 평화의 절정기에
  Have no delight to pass away the time 나는 이 시대를 보낼 환희도 누리지 못하는가
  Unless to spy my shadow in the sun 태양 속 나의 그림자가
  And descant on mine own deformity. 나 자신의 기형을 훔쳐보고 지껄이지 않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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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therefore, since I cannot prove a lover 나는 이 아름답고 재치 있는 세상을 즐겁게 할 수 있는
  To entertain these fair well-spoken days, 어떤 사랑받는 자로서 나 자신을 생각할 수 없으므로
  I am determined to prove a villain 나는 악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And hate the idle pleasures of these days. 그리고 오늘날의 나태한 기쁨들을 증오하기로 한다

 

  이 장면은 구도 자체가 참 상징적입니다. 자신의 불완전함(곱추인 육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연회장이 아닌 어두운 방에서 홀로 체스를 두며 계산을 꾸미죠. 다른 모든 행복과 유리된 채 왕위를 얻는 데에만 집중하는 리처드의 다소 불운한 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3세를 진짜 악역으로 그렸는데, 또 이런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리처드 3세가 유명해지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와 음모를 막 말하다가 조지가 나타나자 '나의 생각아, 내 영혼 속으로 가라앉아라' 하면서 안색과 목소리를 싹 바꿉니다. 참고로 이전 에피소드에서 리처드는 온갖 경우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독백을 한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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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표정이 아주 순해집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력에 대해 잠깐 덧붙이자면 이 에피소드는 그의 목소리 연기를 듣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봐주셔야 하는 회차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음모과 본심을 읊는 나레이션들에서 리처드의 목소리에는 냉기와 광기, 비웃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바로 이전 에피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침통하게 여기며 서서히 사악해져가는 모습이 보였다면 이젠 그러한 부분이 완전하게 개화한 것이지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리처드의 대사들을 정말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조지가 탑에 갇히고 나서 에드워드 왕의 건강도 급격히 안 좋아집니다. 그런데 왕이 먼저 죽어버리면 리처드는 곤란해지므로 리처드는 사람을 시켜 조지를 죽이게 만들 작전을 세우죠. 리처드는 단언컨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은 역할 중에서 가장 사악하고 매정합니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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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회차에서는 리처드가 간간히 여인에게 구애를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첫 번째 대상은 앤Anne Neville이라는 여성인데, 이 여인은 워릭 경이 에드워드 4세에게 등을 돌리며 자신의 충성을 맹세하는 제스처로 헨리 6세의 왕자에게 시집을 보낸 딸입니다. 그리고 저 왕자와 워릭 경은 모두 리처드에게 죽음을 맞이했죠. 헨리 6세도 마찬가지고요. 리처드를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리처드는 그녀를 놀라운 언변으로 잘 구슬립니다. 이를테면,

 

  앤: O, wonderful when devils tell truth. 악마가 진실을 말하는 순간은 참 멋지죠.
  리처드: More wonderful when angels are so angry. 천사가 화가 날 때는 더욱 아름다운 법입니다.

 

  말주변이 보통이 아닙니다. 오오... 물론 거짓말도 아주 잘 합니다. 그녀의 남편은 에드워드 왕이 죽였다고 합니다. 왕을 죽였다고는 인정을 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앤이 '그 분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라고 하니 '그럼 지상보다는 천국에 가 있어야 맞지' 라고 대응하는 등 정말 말로는 지지 않는 인간입니다. 캬하! 이렇게 뻔뻔하게 구니 앤이 심지어는 그의 면전에 대고 침을 뱉는데요, 이 때 리처드의 대응이 아주 수준급입니다.

 

  Never came posion from so sweet a place. (당신의 입술처럼) 그렇게 달콤한 장소에서 독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If thy revengeful heart caanot be forgive 복수심에 찬 그대의 가슴이 날 용서할 수 없다면 
  Teach not thy mouth such scorn 그 입술에 경멸의 말을 가르치지 말아요
  For it was made for kissing, lady, not for such contempt 그건 경멸이 아닌 입맞춤을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

 

  그러면서 칼을 주고는 자신의 목을 내밉니다. 죽이라는 거죠. 세상에서 가장 과격한 청혼법 되시겠습니다. 리처드가 이렇게까지 나와버리자 앤은 그를 찌르지 못하는데 리처드는 '칼을 다시 집거나 아니면 날 일으켜라' 라면서 더 강하게 나옵니다. 앤은 '당신이 죽길 바라지만 당신의 사형인은 되지 않겠다'라고 물러나는데 이에 리처드는 그녀가 명령만 하면 자신이 자살하겠다고 나가버립니다. 결국 눈물을 흘리는 앤에게 리처드는 기어이 반지를 끼우고 맙니다. 그런데 리처드의 진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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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will she yet debase her eyes to look on me? 그럼에도 그녀는 날 보기 위해 자신의 눈을 모독한단 말인가?
  On me, that halts and am misshapen thus? 절뚝거리고 기형인 몸뚱이를 가진 나를 위해?
  I do mistake my person all this while. 내가 사람을 지금까지 잘못 봤군
  Upon my life, she finds, although I cannot, 내 일생에서도 나는 
  Myself to be a marbellous proper man. 날 훌륭하고 멋진 사람으로 보지 않았는데 

 

  이처럼 리처드는 자기 자신을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또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에서 리처드는 역사보다 더 악독한 인물로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매력적이고 마냥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사악하지만요.

 

  그리고 리처드의 계획에 따라 조지가 탑에서 죽고, 리처드는 이걸 폭로하면서 가신들에게 더욱 왕비가 조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의심을 뿌립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워드 왕도 죽습니다. 리처드의 계획대로네요. 물론 버킹햄Buckingham이라고 하여 리처드와 함께 손을 잡는 이가 있는데 이 사람도 결국 리처드의 인형에 지나지 않아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기엔 내용이 너무 많기에....orz 그리고 스쳐 지나가듯이 리처드의 구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숙청됩니다. 어린 왕자가 uncle Rivers와 Grey라고 부르는 사람들인데 뭐 거의 언급도 없습니다ㅋㅋㅋㅋㅋ...

 

  한편 리처드는 에드워드 왕의 어린 아들, 그러니까 자신의 조카죠. 이 조카 역시도 에드워드인데 아무튼 이 어린 왕의 측근 노릇을 하면서 대관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고 하니까 '탑'에서 편히 머무르시면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때에 대관식을 하면 된다는 소리를 하죠. 어린 왕이 '탑은 싫은데...' 이러니까 리처드가 하는 방백이 '오래 살려둬선 안되겠군' 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처드의 잔혹한 행적들이 더해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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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귀족 하나 보내버리는 건 리처드에게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마침내 리처드는 탑에 유배보낸 거나 다름 없는 선왕의 두 왕자들에게 왕위를 이을 정당성이 없다는 걸 도시와 그 중심 인물들에게 퍼뜨립니다. 역사적으로도 리처드는 에드워드 왕과 그의 부인의 결혼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어린 조카의 왕위 계승권을 무효호해버렸죠. 자, 이건 네*버 백과사전에서 그대로 긁어왔습니다. "당시 우드빌 가문(왕비의 가문을 말함)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며, 런던 시민과 귀족들은 무능한 어린 왕보다는 리처드의 능력을 신임했기 때문에 리처드가 왕위를 계승하기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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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쳐컷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리처드는 자신의 측근을 시켜 시장 등 시민들을 불러온 뒤에, 자신은 기도를 하는 고귀한 모습을 연기합니다ㅋㅋㅋㅋㅋㅋ 머리가 참 좋아요. 그의 연극은 계속 됩니다.

 

  God be thank'd, there is no need of me. 이 왕국엔 내가 필요 없습니다
  The royal tree hath left us royal fruit, 왕가의 가지가 왕가의 열매를 남겼고
  The dear Prince, safely in the Tower stowed, 탑에 안전하게 머무르고 있는 적손은 
  Who will bring us all happiness by his regin. 그의 통치를 통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렇게 바른 말을 하고 적당히 시간을 끌다가 못 이기는 척 자신의 옹립을 받아들이는 연기를 이어갑니다. 대사가 아주 끝내줘요. "I am not made of stone."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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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대로' 짤을 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ㅋㅋㅋㅋ 그리하여 리처드는 리처드 3세가 되어 왕위에 오릅니다.

 

  그런데 리처드 3세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이 즈음부터 리처드는 환상, 후에는 악몽에 시달리게 됩니다. 인물의 심리를 나타내기 위해 셰익스피어가 이전의 희곡들에서도 자주 애용했던 장치죠. 다만 리처드는 자신이 망가뜨린 사람들의 환상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고 오히려 더욱 냉혹해진다는 게 다릅니다. 에드워드 왕자가 살아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리처드는 어린 조카들을 죽이려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남자를 한 명 부릅니다. 버킹햄이 왕자를 죽이라는 걸 즉각 받아들이지 못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거죠. 게다가 랭카스터의 핏줄을 가지고 있는 리치몬드라는 인물이 프랑스에서부터 왕위를 노리고 온다는 소식을 듣자, 리처드는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아내 앤부터 거의 감금시켜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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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들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리처드가 반지 낀 손으로 체스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리는데 이게 많은 긴장감을 살려줍니다. 시즌1처럼 시즌2에서도 연출이 뛰어난 부분이 몇 장면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다시 한 번 이 시리즈를 시청하시는 걸 재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리치몬드가 영국 땅으로 올라오면서 다시 내전이 시작되려 합니다. 전투 하루 전, 리처드는 자신이 죽이고 폐인으로 만든 사람들이 나오는 꿈을 꿉니다. 이 이후의 독백 역시 중요해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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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coward conscience, how dost thou afflict me! 겁쟁이 같은 양심 따위가 나를 괴롭히다니!
  Cold fearful drops stand on my trembling flesh. 차갑고 두려움에 찬 식은땀이 나의 떨리는 살결을 타고 흐른다
  What do I fear? Myself? There's none else by. 내가 뭘 무서워하지? 나 자신? 다른 사람은 없는데
  Is there a murderer here? No. Yes, I am. 여기에 살인자가 있나? 그렇지 않아. …아니, 내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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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conscience hath a thousand several tongues, 내 양심은 수천개의 혓바닥을 가지고 있어
  And every tongue brings in a several tale, 그 혓바닥들이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네
  And every tale condemns me for a villain.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날 악인이라 비난하지
  I shall despair. There is no creature loves me! 절망스럽다, 어떤 생명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And if I die, no soul will pity me. 내가 죽는다 해도 아무도 날 불쌍히 여기지 않겠지
  wherefore should they? since that I myself 그들이 왜 그러겠는가? 나조차도
  Find in myself no pity to myself.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데

 

  리처드는 자신이 직접 군대를 지휘하기 위해 말을 준비시킵니다. 굳이 이 문장을 왜 쓰냐 하면, 후에 나오는 '말을 가져다주면 내 왕국을 주겠다!'라는 대사가 이 작품에서 또 아주 유명하거든요. 그건 조금 있다가 얘기하도록 합시다. 리처드 3세에게 분명 유능한 국왕의 자질이 있다는 건 출정 직전 군사들에게 하는 연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Our strong arms be our conscience, 우리의 강인한 팔이 우리의 양심이 될 것이며
  Our swords our law. 우리의 칼날이 곧 우리의 법이다
  Remember whom you are to cope withal. 그대들이 누구를 상대할 것인지 기억하라
  A sort of vagabonds, rascals, and runaways. 그 자들은 부랑자에 악당, 도망자들이고
  A scum of Britains, and base lackey peasants. 영국의 쓰레기들이고 한 무리의 노예들이다
  And who doth lead them but a paltry fellow, 그들을 이끄는 자는 쥐새끼 같은 놈일 뿐이다
  Long kept in Bretagne at our brother's cost. A milk-sop! 브르타뉴에만 있던 나약한 놈인 것이다!
  On who never in his life 그 놈은 인생을 살면서
  Felt so much cold as o'er shoes in snow? 신발에 눈이 차는 추위조차 느껴보지 못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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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s whip these stragglers o'er seas again. 그 부랑자들을 바다로 채찍질해 쫓아 보내자
  Shall we let them enjoy our lands? 놈들에게 우리의 땅을 내줄 것인가?
  Lay with our wives? Ravage our daughters? 우리의 아내를 허락하고 딸들을 유린하게 만들 것인가!
  Advance our standards! Set upon our foes! 깃발을 높이 들어라! 적들을 쳐부수자!

 

  베니가 이것도 참 잘 소화했습니다ㅠㅠㅠㅠ 리치몬드와 리처드 왕 모두 열정적으로 싸웁니다. 그런데 싸움 도중 리처드가 타고 있던 말이 죽고, 몸이 불편한 리처드는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군대도 지휘해야 하고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말이 필요한 리처드 왕이 이 때 유명한 대사를 하죠.

 

  My kingdom for a horse! 말 한 필에 내 왕국을 주겠다!

 

  저 대사 하나만 보면 꼭 리처드 왕이 왕국을 버리고 도망갈 것 같은데, 인생에서 왕위가 아니면 달리 사랑할 것도 목표로 할 것도 없던 리처드의 행적을 생각해보면 전혀 그런 맥락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러다 헨리 리치몬드와 마주한 리처드는 그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가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숨이 끊어집니다. 여기서 리처드는 마가렛 왕비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들고 있는 환상을 보지요. 
  
  그렇게 작품 내에서 리처드 3세는 수많은 시신들 사이에서 한 명의 죽은 인간으로 남아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헨리 7세가 되는 리치몬드는 랭카스터와 요크의 갈등을 끝내버리기 위해서 요크의 핏줄인 엘리자베스 공주, 에드워드 4세의 딸과 결혼하면서 튜더 왕조라는 새로운 왕조를 만들게 됩니다. 혹시 <창세기전>이라는 국산 게임을 플레이해보신 분이 있나요? 외전 '템페스트'가 정확히 이 장미전쟁의 역사 구도를 따르고 있답니다. 리치몬드 백작 클라우제비츠가 리처드 왕을 몰아내고 엘리자베스와 결혼하여 왕국의 평화를 이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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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도 당분간 평화롭겠군요. 저 뒤의 왕이 그 유명한 헨리 8세이긴 한데... 뭐 아무튼.

 

  여기서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이 작품에서처럼 리처드 3세가 그야말로 구제할 길 없는 악인은 아니라는 게 현재 지배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심각한 척추측만증을 앓았던 건 맞지만 그의 악인 이미지는 튜더 왕조 측에서 꾸며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까요. 포털 백과사전들을 여기저기 뒤져보면 리처드 3세를 하나같이 군사적인 측면,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자질이 뛰어났던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리처드 왕이 자신의 어린 조카들을 살해했다'라는 건 지금까지도 여전히 확실한 근거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어쨌든 시민들이 왕이 되어달라고 추대했던 유능한 정치인이었다는 겁니다.  
  
  허구성을 지니는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 또한 나름의 깊은 사정과 상처를 가진 이해할 수 있는 빌런입니다. 흔히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도저히 답이 없는 악역으로 <오셀로>의 이아고를 많이 뽑는데, 이유도 없이 나쁜 짓을 일삼는 이아고와 리처드는 확실히 다릅니다. 어떤 면에서는 햄릿, 어떤 면에서는 맥베스가 생각나는 참 복잡한 캐릭터죠. 

 

  전쟁터에 다른 병사들과 똑같이 버려져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러지지 않았던 리처드 3세는 2015년 3월에 국장으로 치러진 성대한 장례식을 통하여 완전한 영면에 들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이 자리에 참석해 리처드 3세와 관련된 시를 읊었습니다. 계관시인 캐롤 앤 더피의 '리처드'라는 시였어요. 아래 첨부한 영상에서 그의 소개말을 들어보면 컴버배치가 Cousin of Richard라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베니가 쭉 올라가보면 리처드 3세의 후손인 모양이에요. 리처드 3세와 가장 가까운 핏줄이라는 소리도 있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가 읊는 시를 올리며 <할로우 크라운> 시즌2에 대한 길고 긴 리뷰를 마무리합니다. 팬심도 좀 들어있긴 하지만, 왠지 바프타 같은 시상식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만큼 연기를 잘했고, 정말이지 베니 팬분들은 꼭 이 드라마를 봐주시길 바라는 심정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미 너무나 연구가 많이 된 원전이므로 자료를 구하기도 쉽습니다. 정 어려우시다면 제가 한 허접한 중요 부분의 해석을 보시면서라도 한 번 감상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ㅇ-<-<

 

 


Richard

 

My bones, scripted in light, upon cold soil, 차디찬 흙 위에 빛으로 쓰인 나의 뼈는
a human braille. My skull, scarred by a crown, 인간의 점자요 왕관에 상처입은 나의 머리엔
emptied of history. Describe my soul 의미 없는 역사만이. 나의 영혼은
as incense, votive, vanishing; your own 향을 피워 봉헌되고 사라졌다 하네, 그대의 것과 같이
the same. Grant me the carving of my name. 나의 이름을 새겨줄 거라 약속해다오

 

These relics, bless. Imagine you re-tie 이 유물과 축복, 그대가 끊어진 끈을 
a broken string and on it thread a cross, 다시 묶어 거기에 십자가를 꿰는 걸 상상해보라
the symbol severed from me when I died. 내가 죽었을 때 나에게서 끊어간 그 상징을
The end of time ? an unknown, unfelt loss ? 그것은 시간의 종결인가? 알 수 없는, 느껴본 적 없는 슬픔인가?
unless the Resurrection of the Dead …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이상은…

 

or I once dreamed of this, your future breath 나도 언젠가 꿈꿨었지, 미래에 그대가
in prayer for me, lost long, forever found; 오랫동안 잃어버렸었지만 영원히 되찾은 나를 위해 기도하며 내뱉는 숨을 
or sensed you from the backstage of my death, 아니면 나의 죽음 뒤에 그대가 나를 느끼는 걸 꿈꿨었지
as kings glimpse shadows on a battleground. 왕이 전장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이해하듯이

 

  (+) 마침 리처드 3세의 생일이 10월 2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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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드 제이드
26 Lv. 70321/716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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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제대로된 셰익스피어 연기네요 ~

10:33
16.10.03.
profile image
제이드 작성자
JL

맞습니다ㅠㅠ 진짜 연기 잘했어요. 햄릿보다도 훨씬 잘했다고 봐요!!

10:43
16.10.03.
profile image 2등
할로우크라운 그 시리즈인가요?! 리처드2세만 봤는데 3세도 궁금하네요!
10:51
16.10.03.
profile image
제이드 작성자
코코호호

맞습니다! 리처드 2세는 시즌1이었죠. 리처드 3세는 할로우 크라운 시즌2 3화입니다!

11:00
16.10.03.
profile image 3등

와... 악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왕국을 주겠다... 명대사들 나온 에피소드네요.^^

스틸들만 봐도 굉장한 명 연기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잘 봤습니다.

11:07
16.10.03.
profile image
제이드 작성자
golgo

오프닝이 I am determined to prove a villain 그 독백입니다ㅋㅋㅋㅋ 아주 강렬하죠. 댓글 감사합니다 해석하느라 힘들었는데 보람차네요!

11:09
16.10.03.
profile image

와 악랄한 연기 제대로 뽐내주시는 베니가 한 가득 있는 에피소드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11:28
16.10.03.
profile image
제이드 작성자
박찬욱

그야말로 사악함 자체입니다. 트루 빌런이라서 보면서 즐겁고 놀라웠습니닼ㅋㅋㅋㅋ

12:35
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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