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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회사에서 한 단기 알바썰 (알바 삽질 기록)

쥬쥬짱 쥬쥬짱
1996 23 24

실은 작년에 친구에게서 3개월 알바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었습니다만.

친구가 조건을 먼저 확실하게 이야기한 게 아니었고, 당시에 한참 코로나 확진자가 확확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울의 중심부에서 하는 알바를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그리고 간단하다고 하지만, 그작업이 간단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재택근무가 안된다고 하는데 출퇴근하기엔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사무실에서 불특정 다수인과 오랜 시간 함께 앉아서 실내에서 일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거절했습니다.

친구는 저를 생각해서 추천해준 것이었겠지만, 딱히 구미가 당기진 않았어요.
대신 저는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알바 프로젝트 사이트를 알려줬어요.
(크***웍*를 추천해줬음. 거기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던 친구에게 급히 주말끼고 하는 단기 알바를 구한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재택도 가능하고 기간도 비교적 짧은데다가 꽤 짭짤한 알바인 거 같아서 승낙하게 되었어요.
그냥 설명하는 걸 보면 그렇게 까다로운 건 아니겠구나 쉽게 생각하고 갔습니다.

연락한 다음날 당장 교육받으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우왕.
저희 집에서 회사까지 어마무시하게 시간이 걸리고, 출퇴근 시간 지나 서울 나가려니 버스조차 잘 안다님...ㅋㅋㅋ -_-

도착한 회사에서 메뉴얼과 함께 중간에서 관리할 분에게 한시간 정도 교육을 듣는데, 

처음엔 이게 외계어인가 뭔가, 이해가 당췌 잘 안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매뉴얼이 아무리 친절하게 적혀있다한들, 업무가 뭔지 이해하는데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실제로 하면서 익숙해지는 게 있는데, 실습을 해보는 것도 없이 예시 파일보면서 직접 적응하면서 바로 투입되야 하는 현실.

해야할 것과 하지 말하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애매한 상태에서 알아서 매뉴얼 보고 판단하면서 진행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물론 물어봐야 하는 상황은 중간관리자에게 상의하면서 진행했습니다. 그 친구가 참 힘들었을 듯.)

 

 

EA9USsQUcAAiNYO-horz.jpg

저 정말 이 상태였어요.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혼 빼놓은 상태.)

 

 

나름 의미있고 뜻깊은 프로젝트인데,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단기간에 뚝딱 만들어서 불안정한 상황. 
듣자마자 집에 가고 싶었지만, 친구에게 이미 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친구의 상사나 동료들이 저를 아는 척하면서 인사하시는 상황에서 도망은 불가능했습니다.

영문을 모르고 끌려온 단기 알바생분들도 대다수 회사 직원의 친구이거나 친인척 관계들. 으흐흐흐.

제가 했던 업무는 음성텍스트 편집 이었는데, 물론 간단한 일이기는 했습니다.

말만 들으면요.
치매 관련 상담 테스트에서 어르신들의 음성만 편집하고, 이걸 나중에 텍스트로도 만들어서 체크하는 업무였는데, 생각보다 까다롭더라구요.
너무 자세한 정보는 다 이야기하기가 그렇고, 일단 저는 이런 종류의 업무를 한번도 해본 적 없어요.
그러니, 이 업무에 적응하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힘든 것과 별게로 하루종일하니까 싫어도 적응되는 상황)

실은 첫날은 어르신들이 상담하는 음성만 들었는데도 몸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살짝 힘들었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고 무거워지더라구요.
언젠가 겪어야 할 미래라고 생각하니, 일단 슬퍼지고 예전같지 않은 부모님 보면서 최근 고민이 많았었기에 안타까웠습니다.

 

둘째날 되서는 제 컴퓨터로 작업이 안되어서 중간에 회사 출근을 해야 했고, 음성편집하는데 애를 먹느라고 힘들었습니다.

으르신들이나, 간호사들이나 한템포 기다렸다가 말하면 안되겠니..흐흑. ㅠㅠ (둘다 기다림이 없습니다.)

이후부터는 어르신들의 못 알아듣겠는 발음을 들으면서 고대로 받아적어야 하는데 텍스트 작업(음성 인식해도 완벽하지 않으니까요.)하면서,

엄청 집중해서 잘 들어야 하는데, 재택근무하면 사실 다른 집안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가족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층간소음이 이번주 따라 엄청났고 주변이 산만하니까 집중이 잘 안되어요.

 

그리고 알바 2일째부터 실시간 체크 작업량(에 따라서 배분하니까 당연한 거겠지만)에 올리면서 작업하는데, 멀티로 이거저거 해야 하니까 저는 몹시 증신이 없더라구요. 

그 누구도 일 못한다고 직접적으로 뭐라 하진 않았지만, 실시간 작업량 체크를 보니까 저절로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나만 뒤지나 싶어서...-_- 그런 생각 안하면 되는데, 그게 또 쉽지 않잖아요.)

 

 

알바를 처음 접할 때의 저의 마음 가짐.

직장의 신의 만능 만큼은 아니어도 날 추천한 친구한테 미안하지 않도록 일 잘하자의 생각이었는데.

unnamed (1)-horz.jpg

 

알바 진행될수록 저는 이분들의 심정이 되어가더라구요.
잘하긴 뭘 잘해, 민폐 안 끼치는 것만해도 다행인데 그 조차 안되는 상황. 

아아, 나도 예전같이 빠릿(?한 때가 있기는 했나?)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자신이 쓸모없어진다는 걸 인정한다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ㅠㅠ 
그냥 제 밑바닥을 잠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20130416_1366121750_31924300_1-horz.jpg

EDxNdgLUEAELSyF-horz.jpg

다들 이 심정이셨을 듯.

 

 

별도움이 되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는 채, 헤메이다가 끝난 느낌이고.
아하, 매뉴얼 작성이 정말 잘되어 있었구나.

딱 필요한 말만 적혀있었어를 느낀 건 업무를 진행하면서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다음 업무가 쉬워지겠구나를 깨달았을 때쯤 알바 끝.

하루 8시간 알바였는데, 그 시간동안 딴짓을 할 새가 전혀 없었고요. (익숙하지 않으니 더 그랬을지도)
나중엔 야근할 사람을 간절히 찾아서 야근을 자원해서 했지만, 그게 효율적이었는지는 의문이네요.
눈도 너무 아프고, 어깨에 담올 꺼 같더라구요.

(눈이 너무 아파서 컴터 화면을 어제까지만 해도 못 봐서 결국 눈을 쉬어야 했어요.)

친구가 왜 그렇게 늘 멍하고 힘든지(물론 제가 하는 일을 친구가 한 건 아니었지만), IT 업종에 일하시는 분들의 고됨을 살짝 알 것 같았어요.

(라지만 저도 나름 IT업계에서 일했었고, 거기서 일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그만뒀던 기억이 있군요.)
 

캡처2.JPG

정말 눈 튀어나올 꺼 같아요.

 

 

무엇보다 검사 내용듣고 있자니 저는 왜 갑자기 블레이드 러너의 검사 장면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는데.

저도 들으면서 지치는데, 어르신들은 이거 검사하면서 얼마나 지쳤을까 싶더라구요.

또 잔뜩 위축되고, 하시다가 지쳐서 기억이 안나, 모르겠네 하면서 허탈하게 웃으시는데...안타깝더라구요.

(기억안나서 모르겠는데, 죄송해요 하시는 분들도 있고...ㅠㅠ 들으면서 눈물이 막...)
그리고 대략 1시간짜리 파일을 작업했는데, 증세에 따라 다른 음성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1시 30분 파일 작업할때는 처음으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하아...

나중에 제가 작업한 걸 검수할 때는 정말 현타가 오고,

다른 분들 작업한 걸 2차 검수할 때는 그분들이 현타온 거 같은 부분에서 저도 현타가 왔습니다.

 

BR2049_baseline_test.jpg

maxresdefault.jpg

blade-runner-voight-kampff-empathy-test.jpg

검사하면서 없던 치매도 생길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_-
아이큐 검사는 찍을 수라도 있지.

 

 

알바 다 끝내고 나서 정말 이런 느낌이 되더라구요.

어허허. 그리고 아직까지 회복이 덜 된 상태로 몸살 올 꺼 같아서 암 껏도 못하고 그냥 쉬고 있네요.
(쉴 수가 없는데...ㅋㅋㅋ 나중에 다 벼락치기로 하게 생겼네요.)

캡처.JPG

 

아무튼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간단하다 말하는 건 믿지 말아야지.(타인과 저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니까요.)
급하게 짭짤한 알바는 다 이유가 있다는 점? 
이젠 왕복 4시간 출퇴근이나 몸이 축나는 일을 하면 회복이 느리구나.
체력을 확실히 키워야 겠다는 점 정도였습니다.
컴맹은 괴롭네요. ㅠㅠ
아마 친구도 저를 부른 걸 후회했을지도.ㅋㅋㅋ 
그래도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잠시 잠깐 속했었다는 게 의의를 둡니다. 

 

끝나고 나서 이럴 줄 알았지만, 다른 일들이 밀려서 이 상태는 못되었네요.ㅠㅠ

친구네 회사 컴퓨터에다가 이거나 깔아두고 올 껄.

 

IE002422344_PHT.jpg

영화짤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것은 영화 이야기가 아니고 제 알바 삽질의 기록입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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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스타니~^^v
쉴 수가 없어요.ㅋㅋㅋ 다른 일이 자꾸 밀려서. ㅠㅠ
마음은 감사합니다.
23:41
21.02.27.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용산요정호냐냐
ㅠㅠ
할일이 밀려서 너무 많이 쉬어서 벼락치기로 급 마무리해야할 듯요.ㅠㅠ
하면서 급 늙는 느낌이더라구요.
00:15
21.02.28.
3등
저도 비슷한 작업 했었는데 공감 많이 되네요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죠ㅎ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00:15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별난아이
ㅋㅋㅋㅋ 이런 작업에 투입되신 적이 있었군요.
저 정말 엄청 집중해서 하니까 머리랑 눈이 너무 아프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라구요.ㅋㅋㅋ
감사합니다.
00:22
21.02.28.
쥬쥬짱
사실.. 지금도 해요..ㅋㅋ
달달한 커피는 필수입니다ㅎㅎ
일하다가 진 빠지면 당 충전해요ㅋㅋ
푹 쉬시구 맛난거 많이 드시고 회복하세요
00:28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별난아이
아이고.ㅠㅠ 고생하시는구나.
전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나름 마무리하느라 고생하는 중간관리자분께.
막 날 당충전용 커피랑 케이크 세트 기프티콘으로 쏴드리고 나왔어요.
그거 없이는 일 못하시겠더라구요.
00:31
21.02.28.
쥬쥬짱
중간관리자분이 제일 고생하실거예요
일정 맞춰서 진행하고 작업자들 관리하려면요ㅜ
정말 유용한 선물이실 겁니다ㅜㅜㅜ
단 것만이 머리를 돌게 하거든요ㅋㅋ
00:34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얼그레이티
단기 알바를 저희외에 또 급구했어요~무사히 끝났길.ㅠㅠ
01:12
21.02.28.
청피망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6:00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청피망
저희집도 치매때문에 요양원에 계신 친척분이 있어요. 퍼펙트 케어까지 보니, 요양원에 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장수하셨지만, 요양원에 계셨던 친척분이 세상을 달리하셨어요.
부모님 상황은 저도 마찬가지예요.
요즘 저도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네, 그래서 암껏도 못하고 잠시 휴식중인데.ㅋㅋㅋ ㅠㅠ
체력관리해야겠어요.
07:48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raSpberRy
☹️😩🥺🤯🤕
이 이모티콘의 순서로 상태가 변하더라구요.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만 무한반복될 땐 정말 혼이 안드로메다로.
11:46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옐로탱

네, 그래서 오늘 영화1개보러가기로 한 거 안보려구요.

11:47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제임스카메라
브로의 급여날은 언제예요?
한우사주세요. 빈혈오네요.(더 뻔뻔하게 나가는 1인)
11:48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님 영혼과 생명을 갈아 일을 하고 계셨군요 왕복 4시간 무엇...?
ㅠㅠ 고생많이하셨네요 다음부터는 몸 사리면서 일합시다 우리
16:12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매스미디어
이틀만 출퇴근하고 나머지는 재택이었는데, 출퇴근만 안할뿐 딴짓을 전혀 할 수 없었던 알바였네요.ㅋㅋㅋㅋ
그러게요.몸 생각하면서 해야겠어요.:)
16:18
21.02.28.
profile image
왕복 4시간,,,이건 해본 사람만 알죠,,,,;;
저도 지금 왕복 4시간,,,,ㅠ
고생 정말 많이 하셨습니다 푹 쉬세유 ㅠ,,,
19:47
21.02.28.
profile image
쥬쥬짱 작성자
리얼쿄
ㅠㅠ 저도 예전에 그렇게 출근했다가 병났었어요.
건강 조심하세요. 다행스럽게도 친구가 힘써줘서 4일은 재택했어요.:)
19:53
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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