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 4DX] 간략후기
-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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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극장가 흥행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안시성>을 개봉 후 두번째로 보았습니다.
익무 덕에 본 최초 시사회에 이은 두번째 <안시성> 관람은 4DX 포맷으로 진행되었는데,
먼저 본 분들로부터 들리던 '역대급 4DX 효과'라는 소문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알게 되었네요.
4DX 포맷을 처음 본 것도 아니건만 시작부터 '이 정도면 좌석에 안전벨트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내심 생각하게 될 정도로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4DX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리뷰는 앞서 쓴 만큼 이번 글에서는 4DX 효과 위주로 리뷰를 쓰려고 합니다.
1. 영화도 보고 안마도 받다
간단히 말해 <안시성>을 4DX로 보신다면 2시간 10여분짜리 안마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러닝타임 내내 다채로운 완급의 두들기기 효과가 빈번하게 연출됩니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 장면에서부터 기마병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따라
좌석 역시 덜거덕덜거덕 리듬을 타더니, 카메라가 병사들이 부딪히는 전장 한복판으로 줌인하면
좌석은 마치 칵테일 제조하는 바텐더라도 된 것마냥 앉은 관객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 다녀온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속 어트랙션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강도였다는...)
또한 전쟁영화 특성상 창, 칼, 화살 등 다양한 무기로 타격을 입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때마다 등받이로부터 길이와 범위가 제각각인 타격 효과가 훅훅 들어와
영화를 보는 관객 또한 영화 속 전장에서의 핏빛 전투를 몸으로 간접 경험하게 해줍니다.
특히 감탄한 것은 단순히 무기가 몸을 치는 순간의 타격감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가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기까지의 묵직한 체감까지도 4DX로 재현된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창을 맞는 장면에서는 등받이에서 튀어나온 굵직한 타격장치가
창을 맞는 동시에 튀어나와 등을 푹 찌르고는 한동안 그 상태로 머물러 있다가
인물이 창을 몸에서 빼내는 순간에야 덩달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대체로 <안시성>은 오락영화를 표방하지만 때때로 이야기에 따라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폭력이
단순 볼거리 이상의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킬 때, 이러한 4DX 효과가 그런 감흥을 강화시킵니다.
2. 빼어난 리듬감으로 영화 속 신기술을 몸으로 느끼다
영화 <안시성>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의 팔이 장면을 촬영하는 '로봇 암'과 같이
한국영화에서 처음 쓰일 정도로 희소성 있는 테크놀로지가 여럿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안시성> 4DX 포맷은 이처럼 영화 속 촬영 신기술을 관객이 몸으로 느끼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영화 속에서 크게 세 번에 걸쳐 펼쳐지는 안시성 전투 중 앞선 두 번의 공성전에서
양만춘(조인성)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전장에서 어떻게 각자의 활약을 펼치는지 보여주고자
'로봇 암'이 사용되는데, 그동안 본 적 없는 스타일의 연출이라 명장면으로 꼽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인물들의 행동을 면밀하게 묘사하는 슬로우 모션을 전개하다 결정적 타격 순간에 빠르게 내리꽂는 듯한
장면 연출은 4DX 효과에도 최대한 충실하게 적용되어 관객들에게 매끈한 라이드를 선사합니다.
슬로우 모션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다 타격 순간에 힘차게 관객의 몸을 터치하는
모션 체어의 연출이 영화가 시도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더욱 부각시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안시성> 4DX 포맷이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점은 단지 효과의 파워에만 공을 들인 게 아니라,
크고 뚜렷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디테일한 연출로 치열했던 역사 속 전투 현장의 공기와
그 전투에 뛰어든 전사들의 비장하면서도 긴장되는 감정을 전달했다는 점입니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굵고 나지막하게 울리는 나팔소리의 진동을 연출함으로써
전투에 돌입하기 직전 성내에 감도는 극도의 긴장감을 관객이 좀 더 실감케 하고,
피와 살이 튀는 일촉즉발의 전쟁터 위에서 날카로운 무기에 의해 튀거나 솟구치는 피를
워터 스플래시 연출로 구현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기억에 남은 장면은 성주인 양만춘이 자신이 아끼는 백성들을 지키고자
활시위를 당기는 장면에서의 연출인데, 크고 단단한 활의 시위를 당기며
양만춘의 팔에 생기는 떨림을 좌석에 그대로 연출하여 지금이 얼마나 그에게 엄중하고
고구려에게 중요한 순간인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쯤 되니 4DX가 이제는 영화 속 물리적인 효과만이 아닌
인물의 감정까지도 전달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한국 영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투가 이야기의 일부가 아닌 전부로 작용함으로써
전투의 스펙터클과 역동적인 전개를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했던 영화는
4DX 효과 덕분에 그 의도를 관객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더불어 4DX 효과는 이런 영화를 만난 덕분에 4DX 효과가 이 정도까지
박력과 디테일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가 체험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이런 최적화된 만남이 앞으로 자주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4DX보러 3회차 찍어야 할지 고민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