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4DX 초간단 리뷰
- 수위아저씨
- 1345
- 5
1. 영화를 보고 "멀미 할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주로 핸드헬드로 흔들흔들 찍어대는 영상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심한 경우는 '배틀그라운드'나 '서든어택'같은 FPS 게임도 못하겠다고 말한다. 이해는 한다. 들고 찍은 영상들이 마음 먹고 어지러우려면 한없이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2. 그런데 이 '멀미 할 것 같은 영상'에 왜 '그래비티'나 '버드맨',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이야기가 없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 경우에 기왕 멀미를 하려면 이쪽이 더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미친듯이 덜컹대면서 정신없는 영상보다는 둥둥 떠다니며 중심잡기 애매한 영상이 더 어지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지할 지점도 없이 무중력으로 둥둥 떠 있다고 상상하면 충분히 어지럽다.
3. '그래비티' 4DX는 이 '둥둥 떠다님'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우선 우주에 있다 보니 둥둥 떠다녀야 하고 초반에는 뱅글뱅글 돌기도 해야 한다. 아주 작정하고 '우주체험'의 의도로 만든 '그래비티'에 4DX 효과는 '요리에센스 연두'를 더하듯 감칠맛을 더해준다.
4. 초반에 잠시 둥둥 떠다니다가 문득 든 생각이 "이 영화에는 바람과 물이 들어갈 일은 없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우주공간이기도 했고 물이 튈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물이 튈 일도 있었고 마음잡고 바람 쏘려면 쏠 일도 있었다. 우주에 있지만 4DX가 가진 역량을 발휘할 지점은 얼마든지 있었다.
5. 앞서 말한대로 '둥둥 떠다니는 4DX'는 아주 훌륭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부드럽고 섬세한 4DX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는 최근 아주 격렬한 4DX 영화 몇 편을 봤다('레디 플레이어 원',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램페이지'). 의자에서 튕겨져 나갈 것 같은 4DX 몇 개를 체험하다가 '그래비티'를 보고 나면 마치 월미도 디스코팡팡을 타다가 커피잔 모양의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다. 4DX에 익숙한 사람에게 '그래비티'는 다소 심심한 영화다.
6. 함께 본 여친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건 아이맥스용인데?".
칼같은 리뷰 공감합니다 ㅋㅋ 비유 적절하고 날카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