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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72] 소원을 말해봐 - 위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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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마스터 - Wishmaster (1997)
소원을 말해봐

 
1997년에 <알라딘>의 램프 요정 지니를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호러 영화가 나왔었죠. 특수효과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로버트 커츠먼 감독의 <위시마스터>입니다. <스크림>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웨스 크레이븐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호러팬들의 상당한 주목을 받은 것으로 기억됩니다. 개봉 당시 비평가들의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호러팬들에겐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이야기는 12세기에 보석 안에 봉인된 악마 '진'이 현대 미국에서 풀려나면서 시작됩니다. 이 악마는 위시마스터로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인간의 영혼을 가져갑니다. 보석 감정사인 알렉산드라는 진과 휘말리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끔찍하게 죽음을 당합니다. 진의 목적은 알렉산드라에게 세 가지 소원을 빌게 하고, 악마들을 소환해서 세상을 지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1.jpg


<위시마스터>는 램프의 요정 지니의 어두운 버전입니다. 사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아랍 신화와 이슬람 전통에서 유래한 '진(Djinn, Jinni)'에서 비롯되었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 나오는 선하고 친근한 지니와 달리, 원래의 진은 훨씬 더 어두운 존재입니다. <위시마스터>의 악마 진은 이러한 원형에 충실하게 소원을 들어주지만, 지니와 달리 그 소원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나쁜 방향으로 해석해 버립니다. 그 결과 순진하게 소원을 빈 자는 잔혹하고 끔찍한 죽음을 당합니다.


이를테면 흑인 가드가 초대받지 못하면 파티장에 들어갈 수 없다며 진을 막게 되는데, 교묘한 말장난으로 그가 이런 일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게 합니다. 소원은 즉시 이루어지는데, 후디니의 마술쇼처럼 물이 가득 찬 유리 통 속에 사슬로 묶어버리는 식이죠. 진은 약속을 지키며 소원을 들어주지만, 결과는 비극적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소원들과 다양한 결과는 인간이 가진 욕망의 양면성에 대한 어두운 우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4.jpg


앤드류 디보프가 연기한 악마 진은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는 영화에서 악마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연기하는데, 배우의 카리스마적인 연기 덕분에 진의 캐릭터는 영화를 지배하는 독보적인 존재가 됩니다. 신사적인 말투와 행동은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가 저지르는 끔찍한 일들은 영화를 관통하는 양면성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식이죠. 소원을 말해보라며 악마적인 미소를 흘리는 진의 표정은 이후 만나게 될 끔찍한 죽음의 신호이기 때문에, 그가 어떤 식으로 소원을 해석해서 들어줄지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앤드류 디보프의 좋은 연기가 자칫 코미디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것이죠.


<위시마스터>는 소원의 결과가 큰 볼거리입니다. 수많은 호러 영화에서 독보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낸 KNB EFX 그룹의 특수 효과는 굉장히 강렬합니다. 지금 기준에 어색하기 짝이 없는 디지털 효과도 사용이 되지만, 죽음의 상황은 대부분 수작업의 결과물로 영화 오프닝과 후반 파티씬의 대규모 학살 장면들은 흥미로운 볼거리로 넘쳐납니다. 괴상한 신체 변형과 신체 분리의 피범벅 장면들은 호러팬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죠. 그리고 <나이트메어>의 로버트 잉글런드와 <캔디맨>의 토니 토드, <13일의 금요일> 7, 8, 9에서 제이슨을 연기한 케인 호더 같은 호러 스타들의 출연은 장르 팬들에게는 특별한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Wishmaster-Robert-Englund-Kane-Hodder-and-Tony-Todd.jpg


<위시마스터>는 호러팬들에게 큰 인기와 지지를 받았고, 이후 속편들이 만들어지면서 시리즈로 발전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후속작들이 저렴한 제작비로 제작되면서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죠. 그럼에도 웨스 크레이븐이 제작에 참여한 첫 번째 영화는 지금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호러 판타지입니다. 신화적인 색채와 B급 호러 특유의 감성을 균형 있게 잘 살려낸 작품으로, 장르 팬이라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덧붙임...


1. 로버트 잉글런드가 연기한 보몬트가 수집한 유물들이 나올 때 <엑소시스트>에 나온 파주주의 조각상을 볼 수 있습니다.


2. <위시마스터>엔 프레디, 캔디맨, 제이슨을 각각 연기한 로버트 잉글런드, 토니 토드, 케인 호더가 출연하고 있죠. 이 세 명의 배우는 훗날 <손도끼>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3. 샘 레이미 감독은 <위시마스터>의 연출자로 로버트 커츠먼을 추천했고, 그의 동생인 테드 레이미가 영화에서 잠깐 등장합니다. 


4. 악마의 모습인 진을 연기하기 위해 앤드류 디보프한 분장은 3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하는군요. 


5. 로버트 커츠먼 감독은 박물관 쇼에서 피아노 줄에 목이 감겨서 끔찍하게 죽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제작진들 상당수가 단역으로 출연을 하고, 심지어 다른 장면에서는 다른 캐릭터로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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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원숭이손 같은 이야기군요. 재밌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0:44
25.03.07.
profile image 2등
원래 지니가 악마에 더 가까운 존재였다는게 흥미롭네요.
디즈니에서는 알라딘과 상부상조하는 사이이던데 원래 진은 가차없고 냉혹한 악마군요..ㅎㄷㄷ
10:53
25.03.07.
profile image
예전에는 심야에 케이블티비에서 몆번 해줘서 봤는데 너무 재미 있있던 다시 보고 싶군요
14:15
25.03.07.
profile image
아이고 이거. 언제 영화였는지... ㅎㅎㅎㅎㅎ
후속은 ㅠㅠ
14:55
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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