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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t (1926) 배트맨에게 영향을 준 영화. 사실상 중요요소는 여기 다 들어있다.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86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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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t는 배트맨에 엄청난 영향을 준 영화다. 배트맨에 나오는 요소들이 이 영화에 다 있다. 

박쥐옷을 입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무법자. 이 무법자는 여러 도구들을 갖고 다니면서,

벽을 기어오르고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박쥐표창을 던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심지어는 플래쉬라이트 중앙에 박쥐모양 종이를 붙여서 벽에 쏘아대는 유명한 장면까지 나온다.

우리가 배트맨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이 영화 내에 다 있다 하면 거의 맞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 이슈를 제외하고서라도, 이 영화 the bat는 아주 훌륭하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오늘날로 치면, SF에다가 추리물, 수퍼(안티)히어로물, 슬래쉬무비 등을 다 합친 것 같다. 당시로서는 엄청

재미있고 충격적이었을 것 같다. 

 

시작부터가 비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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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두 눈만 괴이하게 빛나다가, 화면이 점차 환해지면서 박쥐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후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박쥐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려는 인트로덕션이다. 오늘날 배트맨영화에서도 배트맨마크를 웅장하게 보여준 다음 시작하지 않는가? 이 영화 박쥐 시작이 그렇다. (괴도 박쥐의 심벌이 배트맨 심벌과 비슷하다.)

 

이 영화는 노스페라투나 칼리가리박사의 밀실같은 표현주의영화에 속한다 (노스페라투와 4년밖에 차이 안 난다. 현대영화의 시작이라고 하는 국가의 탄생보다 고작 10년 뒤에 만들어졌다.). 기괴한 이미지나 거대한 그림자의 활용 등이 중요한 영화적 도구로 사용된다. 오늘날 공포영화나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하는 영화가, 표현주의영화의 후손임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the bat이다. 

 

이 영화 주인공은 박쥐모양의 옷을 입은 범죄자다. 그는 사람들을 막 죽이고 다니지는 않지만, 살인을 해야하면 주저하지 않는 살인자다. 사람은 안 죽이는 괴도 루팡식 범죄자는 아니다. 

 

이 영화는 박쥐를 아주 호러스럽게 그린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그것도 잘 만든 공포영화다. 오늘날 관객들도 으스스하게 느낄 장면들이 몇 있다. 문이 조금 열리고 손 하나가 슬쩍 나온다든지, 깜깜한 어둠 속에 사람의 형체가 서서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든지. 현대공포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어둠을 아주 많이 활용한다. 스크린 톤만 청색으로 바꾸고 어둠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암흑이다. 암흑 속에서 희미한 윤곽이 어슴프레 움직이는 것을 많이 보여준다.

 

슬래셔무비이기도 한데, 사람을 망치로 치고 총으로 쏘고 목조르고 하는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망치로 치는 장면이 하나 나오는 것이 아니라, 네 머리를 반드시 박살내겠다 하는 식으로 힘껏 내리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당시 관객들이 해도 너무하네 하고 눈쌀을 찌푸렸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슬래셔무비 역할을 했을 것이다.

 

1920년대 영화치고는 묘하게 현대적이다. 1920년대 영화들은, 배우들의 동작을 현실적인 것을 재현한다기보다, 발레같은 표현적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들의 동작은 과장되어 있고 우아했다. 하지만 이 영화 박쥐의 등장인물들은 오늘날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처럼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초기영화이면서도, 오늘날 SF영화와 호러영화와 슬래셔무비의 요소들을 다 갖고 있는 영화다. 배트맨이라는 수퍼안티히어로를 창조해낸 점도 오늘날 수퍼히어로무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주 잘 해냈다. 미약한 편린만 보인다 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이것이 아주 놀라운 것이, 현대영화의 시작이라고 하는 국가의 탄생으로부터 고작 10년 뒤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고담시를 연상시키는 대도시 위를 날아다니는 사람만한 박쥐로 시작한다. 아마 박쥐가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아오는 것같은데, 요즘 배트맨영화와 비슷하다. 박쥐는 예고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온다. 유명한 보석수집가에게서 보석을 훔치겠다고 예고를 한 것이다. 그는 거대 빌딩의 펜트하우스에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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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로프를 타고 빌딩을 재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마치 스파이더맨이 벽을 오르듯 재빠르게 벽 위를 올라간다. 그느 심지어는 공구상자까지 갖고 있다. 배트맨이 여러가지 장치들을 갖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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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미지들이 당시 관객들에게 엄청난 인상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심지어는 이런것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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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박쥐는 좀 좀스러운 도둑이다. 수퍼안티히어로답게 엄청난 것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은행강도같은 짓을 한다. 이런 좀스러운 짓을 하기 위해 박쥐옷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는 없을 터인데. (빌딩 위를 걸어다니는 박쥐의 모습은 오늘날 배트맨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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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같은 공구상자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서 필요한 공구를 꺼내 쓴다. 박쥐의 신출귀몰한 능력은 여기에서 온다. 배트맨에서 그대로 차용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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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은행돈을 훔치려 하다가 누군가 이미 은행돈을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쫓아 돈을 빼앗으려 한다. 박쥐같은 신출귀몰하는 도둑이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데 굳이 이 돈을 빼앗으러 쫓아간다 하는 스토리가 잘 이해가 안간다. 

 

돈을 훔친 이 사람은 어느 저택 속으로 사라진다. 돈을 강탈당한 은행의 은행장이 설계했다는 대저택이다. 박쥐는 이 대저택 주변을 날다가 내려앉는다. 이것도 이해가 안 가는 설정이다. 공중을 날아다니고 벽을 기어올라가는 능력을 가진 박쥐가 자기 능력을 제한하는 좁은 공간에 굳이 들어가 저택주민들과 싸운다? 이 부분부터 이 영화는 좀 재미 없어진다. 여기부터 박쥐는 수퍼안티히어로라기보다 괴도 루팡같은 존재가 된다. 마스크를 벗고 주인공들 중 하나로 변장해서 어딘가 있을 훔친 돈을 쫓는다. 그냥 평범한 추리소설이 된다. 이제부터 영화는, 주인공들이 '우리 중 누가 박쥐일까' 추리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놀랄 것 없다. 이 영화는 원래 연극이었으니까.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제한된 수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는 연극이었다. 

그러니까, 여기부터는 좀 평범한 연극이 된다. 여기부터 박쥐는,

수퍼안티히어로라고하기 좀 부족한 그런 괴도가 된다.

대신, 오늘날 호러영화와 슬래셔무비에 나오는 영화적 도구들이 많이 사용된다.

좁은 대저택 안에서 정체불명의 살인자가 하나하나 사람들을 죽이는 슬래셔무비들은 이 영화의 후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저택 안에 박쥐로 분장한 남자와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남자가 숨어들면서 공포스런 일과 살인이 계속된다는 내용은 할로윈이나 블랙 프라이데이 등에서 나온 호러영화의 공식같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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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느와르 이전에 나온 영화라서 차갑고 비정한 그런 톤은 없다. 느와르는 2차세계대전 이후 절망한 사람들이 만든 차갑고 비정하고 잔인한 세상을 날 것 그대로 그려낸 쟝르니까. 오늘날 배트맨은 느와르영향으로 차갑고 비정한 톤을 갖고 있지만, 이 영화의 박쥐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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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서는 할 말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 몇개 플롯이 마구 섞여서 혼란스러운 감이 있다.

영화시간이 오늘날처럼 3시간 정도 하면 또 모르겠다. 1시간 정도 안에 이 많은 등장인물들과 몇개 플롯들을 동시에 한 영화에 쑤셔넣는다.

오늘날 특수효과를 사용한 영화들은 그 대신 스토리는 단순하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 박쥐는 스토리가 웬만한 다른 영화들보다 복잡하다. 여기에다가 화려한 특수효과까지...... 관객들이 소화불량에 걸린다. 그리고, 스토리를 탱탱하게 앞으로 진행시켜 나가는 힘이 부족한 것 같다. 늘어지거나 지루한 부분이 간혹 있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코믹캐릭터가 여기에도 나온다. 공포만 강행하다가는 관객들이 지쳐 나가떨어지니까, 공포가 나온 다음, 코메디를 담당하는 캐릭터가 공포영화에는 나온다. 이 영화에서 이 역할을 담당하는 40대 하녀가 나온다. 슬랩스틱을 하는 코메디 캐릭터다. 코메디는 이 캐릭터가 혼자 다한다. 이 영화가 잘 계산되고 설계된 영화라는 증거다.  

 

이 영화 주인공은 박쥐와 미스 마플같은 천재할머니탐정이다. 박쥐가 신출귀몰해도 현명한 미스마플에게는 안된다. 탐정은 하나만 등장시키지, 돈을 되찾아 명예회복하려는 순수한 젊은이 은행원, 베테랑 형사, 미스 마플 등 세명 탐정을 등장시킨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미스 마플이 큰 역할을 하지만......

범죄자도 둘이다. 돈을 훔친 자와 박쥐. 

그래서, 탐정들끼리 바글거리고 범죄자들끼리 바글거리고 탐정과 범죄자들이 서로 바글거리고 저택주민들이 우왕좌왕하고...... 정신 없다.

 

전체적으로 보아, 굉장히 창의적이고 치밀하게 설계된 SF 추리 슬래셔 호러영화다. 비범하게 잘 만든 영화다. 후대에 미친 영향 면에서는 노스페라투 못지 않다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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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박쥐를 본 다음, 배트맨 원작자의 창의성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배트맨의 요소들이 이 영화에 다 있기는 하지만, 배트맨 캐릭터는 모두 배트맨 원작자의 창안이다. 

이 영화의 박쥐 캐릭터는 성격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냥 액션 중심의 괴도다. 박쥐의 캐릭터를 보여줄 만한 장면도 대사도 없다. 느와르 - 비정한 도시, 타락한 공간, 비정한 캐릭터, 트라우마 때문에 정의를 몸소 실현하는 

잔인한 존재가 된다는 것 등은 모두 배트맨 원작자의 창안이다.

 

** 영화가 극명하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박쥐가 날아다니며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강도질을 하는 SF 액션영화적인 부분. 이 부분이 스케일이 크다. 두번째 파트는, 박쥐가 대저택에 숨어들어 제한된 공간 안에서 돈을 훔치려 하는 연극적인 부분. 이 부분이 액션도 별로 없고 제한된 무대에서 제한된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 중심이 된다. 아마 두번째 부분인 연극을 영화로 만들면서 첫번째 파트를 추가한 것이 아닐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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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와.. 배트맨에 영감을 준 무성영화였네요.
신기합니다.
08:10
25.02.26.
BillEvans 작성자
golgo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의 많은 것들이 이 한 영화 안에 들어있더군요. 후세에 미친 중요성에서 어느 영화에 안 뒤집니다.
09:47
25.02.26.
profile image 3등

원래 범죄소설로 나왔다가 연극으로 각색되고 영화로 만들어지고 나중에 '박쥐의 속삭임'이란 자매편도 나왔으니 나름 당대에는 인기작이었던 모양입니다. 

저택 안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부분은 사람들보다는 저택 자체가 주인공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요즘 감각으로 풀어낸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만 뱃맨 짝퉁이란 소리 들으니 안하겠죠 OTL

10:42
25.02.26.
BillEvans 작성자
잠본이
저택 자체가 주인공처럼 느껴진 것은 아마 작품의 표현주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감각으로 풀어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나온 것이 후대영화에 너무나 많이 쓰여서, 작품 자체가 클리셰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박쥐처럼 하고 신출귀몰하게 날아다니는 괴도는 이제 너무 흔한 것이 되어 버려서......
11:07
25.02.26.
BillEvans 작성자
도삐
굉장히 창의적인 영화였습니다. 1920년대 영화치고는 아주 현대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전반부는 SF 액션영화 같습니다.
09:38
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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