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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69] 광부 살인마 - 피의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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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 8 10

n1.jpg


피의 발렌타인 (1981)
광부 살인마


독특한 개성의 살인마와 공간이 배경인 호러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캐나다의 한적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의 발렌타인>은 1980년대 슬래셔 영화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한 편으로 호러 팬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과 낭만의 상징인 발렌타인 데이와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어두운 탄광이라는 상반된 공간을 결합시키고 있죠.


이야기는 탄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광부 옷을 입은 누군가가 한 여성을 곡괭이로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죠. 이 마을은 20년 전 발렌타인 데이의 끔찍한 기억을 가진 곳입니다. 해리 워든이라는 광부가 동료들과 함께 탄광 붕괴로 갇히게 되는데, 6주 후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동료들의 시신을 먹으며 겨우 살아남은 해리 워든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정신이 붕괴된 해리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가 탈출, 마을로 돌아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또 다시 발렌타인 데이에 연쇄 살인이 벌어지게 되죠.

 

n6.jpg


<피의 발렌타인>이 80년대 다른 슬래셔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요인은 살인마의 독특한 디자인과 입체적인 인물 묘사입니다. 광부의 작업복과 마스크를 조합한 살인마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했고, 곡괭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반영된 살인 도구의 활용 역시 참신한 시도였습니다. 개봉 당시 잔혹한 장면들 대부분이 검열되어 오리지널의 강렬함이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2009년 복원된 버전을 통해 삭제된 장면들을 일부 되찾으면서 본래의 의도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살해 장면은 곡괭이로 턱을 뚫으며 눈알까지 훼손시키는 박력 넘치는 장면, 그리고 세탁기 안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며 온 몸이 삶아진 끔찍한 죽음이 강렬합니다. 그리고 <피의 발렌타인>하면 바로 떠오르는 초콜릿 상자 안에 들어있는 따뜻한 심장은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습니다.

 

n8.jpg


영화의 강렬한 고어 장면들과 함께 캐릭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티제이, 사라, 액셀 간의 삼각관계는 다른 슬래셔 영화에서 보기 드문 이 이야기의 개성입니다. 고향을 떠났다 실패하고 돌아온 청년의 좌절과 그동안 변해버린 관계는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쇠퇴해가는 탄광촌의 우울한 분위기는 이들의 감정선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죠. <피의 발렌타인>이 슬래셔 장르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인물들의 현실적인 갈등과 감정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차별화된 매력이 됩니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인 탄광을 빼놓을 수 없죠. 실제 노바스코샤 시드니 마인스의 광산에서 촬영했기에, 좁고 어두운 갱도와 미로 같은 길, 광부들이 실제 사용한 낡은 장비들이 자아내는 압박감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현직 광부들의 자문을 받은 덕분에 광산 내부의 묘사는 한층 더 사실적으로 묘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후반부 갱도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살인 장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서늘함은 공간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음침한 분위기가 녹아든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노래 ‘The Ballad of Harry Warden'을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n4.jpg


<피의 발렌타인>은 당시 인기 절정이던 <할로윈>이나 <13일의 금요일>과는 다른 캐나다 호러 영화만의 특유의 정서를 담아내며 차별화된 슬래셔 영화로 자리매김합니다. 광부 살인마를 둘러싼 무시무시한 전설 같은 흥미로운 배경 스토리, 무자비한 살인, 미스터리한 전개로 슬래셔 영화로서는 제법 탄탄한 서사를 구축했으며, 살인마의 정체도 의외여서 호러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발렌타인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영화가 되었다는 점에서 <피의 발렌타인>은 자신만의 확고한 위치를 점한 것 같습니다.


영화는 속편이 나올 것처럼 마무리가 되는데, 살인마가 살아남아서 다음을 기약하며 갱도 안으로 사라지는 것도 다른 슬래셔 영화와 비교되는 엔딩으로 기억됩니다.


덧붙임...


1. 영화 제목은 80년대 초반 슬래셔 영화 붐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배경이 되지 않는 휴일을 찾다 발렌타인 데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제목이 다른 곳에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The Secret>란 임시 제목을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2. 이 영화의 제작비는 약 230만 달러였는데, 미국에서 약 57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배급을 맡은 파라마운트가 크게 실망했고, 그런 이유로 속편 제작이 거부당합니다. 이후 배급 권리가 만료되면서 2009년 라이온스게이트에서 리메이크판이 제작됩니다.


3. 조지 미할카 감독이 실제 캐나다의 작은 광산을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는 소박한 분위기와 외관 때문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영화 촬영 소식을 듣고, 광산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데만 5만 달러의 비용을 사용하면서, 제작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결국 제작비용 중 7만 5천 달러가 촬영전의 광산 모습으로 되돌리는데 사용했다는군요.


4. 쿠엔틴 타란티노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슬래셔 영화로 이 영화를 꼽은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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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제작비가 그렇게 많이 안 든 것 같은데...

마을 사람들이 괜히 청소만 안 했더라도 손해 덜 봐서 속편 나왔을 수도 있었겠네요.^^

10:45
25.02.14.
profile image 2등

요즘 OTT 작품들이 쏟아져서 점점 볼(혹은 확인할!) 작품들이 쌓여 가네요.

쫄보라 호러를 슬래셔 위주보다는 분위기 쪽으로 골라서 가끔 보긴 하는데, 이게 요즘보다는 오히려 옛날 작품들이 더 괜찮은게 찾다보면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편집장님 참여하신 '잇 팔로우' 만큼 현실공포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은 아직 만나진 못했습니다.

항상 선정하시느라 고생하십니다. 감사합니다.

10:47
25.02.14.
profile image
다크맨 작성자
NeoSun
슬래셔는 가볍게 볼수 있어서 좋고... 진짜 공포는 분위기로 승부하는 호러들이죠!
12:48
25.02.14.
profile image
다크맨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음... 그 둘을 다 가진 작품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13:27
25.02.14.
profile image
다크맨 작성자
진지미
리메이크 영화는 저도 3D로 봤었는데 효과가 좋았던것 같네요
12:47
25.02.14.
profile image
예전 학교 근처 만화 가계 에서 본 피의 발렌타인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
저는 리메이크 작품도 좋았습니다..
14:11
25.02.14.
profile image
이 영화도 리메이크도 준수했던 영화이네요.
다시 봐야겠다 싶어집니다.

오늘도 좋은 일 가득하세요.
17:11
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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