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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68] 뉴 프렌치 익스트림 영화의 선봉장 - 엑스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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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텐션 - High Tension (2003)
뉴 프렌치 익스트림 영화의 선봉장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이 관객의 영혼을 찢어발기고 얼마 뒤, 또 한 편의 영화가 극단적 폭력성으로 장르 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알렉산드르 아야의 <엑스텐션>입니다. 이 작품은 <돌이킬 수 없는>에 이어 2000년대 초반 뉴 프렌치 익스트림 영화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됩니다.
 
영화는 마리가 친구인 알렉스의 집에 초대받아 하룻밤을 보내면서 시작됩니다. 늦은 밤,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침입해 알렉스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그녀를 납치합니다. 옷장 속에 숨어 겨우 살아남은 마리는 알렉스를 구하기 위해 살인마의 트럭을 뒤쫓게 되고, 피로 물든 생존 게임이 시작됩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미학과 무자비한 피범벅 슬래셔 영화를 결합하면 어떤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요? 한번 상상을 해보세요. 그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은 영화가 바로 <엑스텐션>입니다. 아야 감독은 할리우드 호러 영화에 푹 빠져 있었고, 결국 <엑스텐션>으로 그 자신이 꿈꾸는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엑스텐션>의 폭력성은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과 70년대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의 유전자를 이어받되, 한층 더 직접적이고 잔혹합니다. 이는 CGI 대신 수작업 특수효과와 분장으로 구현한 살해 장면들이 빗어낸 결과물입니다. 여기에 더해 아야 감독은 잔혹한 죽음의 순간들을 매번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며, 관객들이 희생자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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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아버지가 계단에 머리가 낀 채 가구로 머리통이 터진다거나, 면도칼로 어머니의 목을 가르고 벌어진 틈으로 피가 콸콸 쏟아지는 장면들이 대표적이죠. <엑스텐션>의 살인 장면들은 할리우드 슬래셔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자아내며, 특히 자동차 안에서 전기톱에 갈려나가는 운전자의 모습과 피에 젖어가는 알렉스의 얼굴은 핏빛 미학의 절정입니다.
 
이러한 극단적 폭력 묘사는 장르 팬들조차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할리우드 슬래셔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폭력을 오락적 요소가 아닌, 무자비하고 끔찍한 행위 그 자체로 느끼게 한다는 점이죠. <엑스텐션>은 영화적 폭력을 넘어 날것 그대로의 폭력을 화면에 담아냅니다. 이러한 연출로 인해 마리 역의 세실 드 프랑스가 촬영 중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는군요.
 
<엑스텐션>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만들어내는 살벌한 공포와 긴장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인 결말로 인해 쌓아 놓은 점수를 갉아 먹습니다. 후반부의 갑작스러운 반전은 너무나 황당하고 당혹스럽죠. 아무리 관대하게 해석하려 해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구성으로 인해, 실망감이 드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죠. 이 반전은 캐릭터의 집착과 광기를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선택일 수 있으나,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는 쉽지 않은 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결말에도 불구하고 <엑스텐션>은 뉴 프렌치 익스트림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 호러 팬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인사이드>, <마터스>, <프론티어> 등 후속작들은 <이 영화가 보여준 극단적 폭력 묘사가 없었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엑스텐션>의 폭력성은 그만큼 강렬했고, 후대 영화들이 참고하고 뛰어넘어야 할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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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텐션>은 가볍게 즐기는 호러 영화를 찾는 관객들을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피범벅 영화에 익숙한 숙련된 장르 팬들을 위한 것이며, 극단적 폭력 묘사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폭력이 선사하는 진정한 공포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임...

 

1. 자동차 살해 장면을 촬영할 때 사용된 카메라는 가짜 피가 너무 많이 묻어서, 이후 다른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을 때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가짜 피가 흘러나왔다는군요.

 

2. 자동차 살해 장면은 그야말로 피범벅이었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에 가짜 피가 튀는 의도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아야 감독은 이를 좋아해서 영화에 그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극장 개봉 때는 삭제가 되었고, DVD 버전에서 복원이 되었습니다.

 

3. 마리가 주유소 화장실에서 살인마를 피해 숨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1980년에 나온 <매니악>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4. 원래 각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고, 영화가 끝난 후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각본을 본 뤽 베송 감독이 수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했고, 마지막 시퀀스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구성으로 바뀝니다. 

 

5. 극중 지미의 잔혹한 죽음 장면은 1980년 영화 <샤이닝>에서 잭이 도끼로 살해 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6. 한국에서 출시된 DVD는 잔혹 장면들이 삭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메인 화면에서 리모컨의 특정 숫자를 누르면 숨겨둔 무삭제 버전이 재생이 됩니다. 오래되어서 숫자가 4인지 7인지 기억이 분명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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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리모콘 꼼수 기억나네요.^^
그 시절에 DVD 회사들이 참 고군분투했었는데...
10:43
25.02.07.
profile image

이 감독의 호러스타일이 너무 좋더군요...더불어 언덕이 보고있다의 리메이크도 너무 좋았습니다.

11:36
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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