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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포)<존오브인터레스트> 본 후기. 영화에 사람새끼가 없기에 더 무섭다

스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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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말이 많다보니 봐야지 봐야지 했다가 이제서야 보게 된 영화입니다

 

이런 상업성이랑은 척을 진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으로 흥행을 한 것도 궁금하기도 했고, 개봉 당시 일 때문에 볼 틈이 나지 않았던 것도 있어서 기대하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를 보고나니 한가지만을 느꼈습니다

악의 평범성이 가지는 사악함의 정수를 말이죠

 

영화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에서 매그니토가 나치 잔당이 있던 술집에 가서 그들에게 복수할때 그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린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야."

 

이 대사를 생각하기 위해선 이 영화가 주요 소재로 잡고 있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얘기해봐야겠죠

 

다운로드.jpg

 

나치 홀로코스트의 실질적인 총 책임자는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자였습니다

 

그는 나치의 몰락 이후 은둔 생활을 하며 도피했으나 그의 장남이 여자친구에게 아버지의 활약(?)을 떠벌리고 다니다가 적발되서 체포되었다고 하죠

그는 전범재판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항변들과 태도들은 마치 자신이 무고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죽이는데 책임이 있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그때는 그게 당연한 일상이었던 것처럼, 자신은 그저 일하는 사람에 불과했다는 것이죠

 

아이히만에게 있어서 악(惡)은 그저 평범하게 일상 속에서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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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이 영화는 실존인물 루돌프 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루돌프 회스에 대해서 알아본다면 아마 다들 경악하실 정도로 역사 속에서 이정도 악인이 있었나 싶은 극한의 살인광이자 학살자였습니다

 

그는 설마? 하는 행동도 서슴없이 했던 극한의 학살자였습니다

그의 명령 아래에 매일 하루 1만명의 헝가리계 유대인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갔죠

대부분의 영화가 만약 그를 영화에 등장시킨다면 어마어마한 악인으로 그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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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는 그보다 더 나아가서 이 사람의 악함을 담담하게 강조시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다가 집을 짓고 정말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기만 하죠

영상만 본다면 너무도 평화롭고 단란해서 보기 좋은 가족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사운드가 들리는 순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사람새끼로 안 보이기 시작합니다

벽 너머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전투지역이 아닌데도 총소리가 들립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인간의 치아를 보면서 신기해하고, 벽 너머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린데도 그냥 무시한채 일상을 즐기기만 합니다

하다못해 자면서 바깥에 동물 우는 소리가 들려도 거슬리기 마련인데 이들은 마치 그것이 일상의 하나로 자리잡은 듯 자신의 평온한 일상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에 동생을 놀리는 장남 클라우스의 장면을 보면 그들 또한 알고 있었음에도 그저 일상의 한부분으로만 받아들였을 뿐, 그것이 악행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들의 평온한 일상이 이렇게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말이죠

 

더 나아가서 대사 또한 충격적입니다

그저 집주인 아주머니의 실 없는 화풀이에 불과한 것처럼 보여도 그 대사가 현대적으로 보면 살벌하기 그지 없습니다

후반부 나치 본부에서 회스가 헝가리에 갔다가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며 농담하는 장면 또한 역사를 알고 있는 자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잔혹한 대사입니다

마지막 파티 장면에서 회스가 와이프와 통화하면서 주고 받는 대화 또한 경악스럽기 그지 없는 악인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 참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만 이 영화의 강렬함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 같네요

예술영화처럼 보이지만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대체 이 영화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어질 지경까지 갑니다

 

미장센, 대사, 연기, 편집, 카메라워킹까지 그 어떤 면으로 봐도 이 영화에서 흠을 잡을 수가 없네요

2024년에 나온 최고의 걸작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너에겐 일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아니야 루돌프. 다른 사람들에겐 아니라고."

 

 

PS. 아이러니하게도 아우슈비츠의 총책임자였던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처형되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은 마지막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인과응보의 결정체죠

영화에선 회스의 가족들이 평화로운 일상이 늙을 때까지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패전 후 가족들 하나하나가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맞이했다고 하죠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커다랗고 치욕적인 불명예는 바로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기는 것일 겁니다

아마 루돌프는 앞으로 수백년 뒤에도 이름이 거론되며 그 불명예가 이어질 겁니다

인간의 부스러기만도 못 한 그에게 합당한 응보겠죠

스누P
9 Lv. 8520/9000P

개구리, 달팽이, 그리고 강아지의 꼬리.

남자아이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져 있지.

 

설탕, 향신료, 그리고 귀엽고 깜찍한 것들.

여자아이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져 있어.

 

"아! 남자아이는 애완동물로 삼고 여자아이는 먹어치우란 소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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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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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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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연기한 배우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네 나라 조상의 치부를 낯낯이 드러내는 건데...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08:18
24.12.31.
profile image
golgo
제가 독일 영화들을 참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죠 대부분이 자기들의 과오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는
영화들이 참 많습니다 진중하고 철학적으로여 그래서 의외로 명작 수작도 많고여~
21:10
24.12.31.
profile image
영화의 분위기는 너무도 잔잔한데 그 안에 있는 폭력을 보여주지 않아서 더 폭력스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던 영화였어요. 감상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영화의 느낌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10:15
24.12.31.
profile image
전 영화의 가장 큰 방향성인 영상으로 주는 시각적인 충격면에서 가장 센세이널했던 작품이었고여
세기의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많은 대사없이 영상만으로도 이렇게 충격적인 메세지
전달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는 걸작입니다.
21:09
24.12.31.
profile image
스토리라든지 각본은 특별한게 없는데 사운드가 미쳤네요 ㄷㄷ
10:37
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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