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5
  • 쓰기
  • 검색

<레블 리지Rebel Ridge> 리뷰

MJ MJ
4484 4 5

AAAABaSWW48t0IluMnNMUonTWQgWcAlj8wyBOu2HYjiNTyy406d8vAGtfcUMq2M0qMGVSng0NUQQn5rP4QCE_ElHCt6M3F62W05Ksc7-Mo1OGv4rcu1vGBk9HaL.jpg

예상했던 바와 많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즐겁게 봤습니다. 예상했던 바는 '람보' 1편이나 최근 '잭 리처' 같은 통쾌한 복수극을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의 이력이 밝혀지는 순간에 기대하기 시작하다가, 세상 가까워 보였던 사촌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인공 테리는 람보나 잭 리처처럼 앙갚음하지 않습니다. 치명상을 피해 가며 적을 제압합니다. 그래도 사건을 잘 해결합니다.

 

제목 '레블 리지Rebel Ridge'은 마치 '오케이 목장의 결투'처럼 마지막 결전을 나타내는 지명입니다. 뭔가 기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기대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을 보기 좋게 배신합니다. 요즘 21세기 영화 트렌드인가요.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가진 않지만 가족 간 내밀한 대화가 겹겹이 나오는 아리 아스터 '유전'이라던가. 최근 석연치 않은 재미를 안겨준 '리볼버'도 그랬습니다. 나사 하나가 빠진듯합니다. 지난번 읽은 씨네21 기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리볼버>는 같은 성격의 결말이지만, 정반대의 의미로 향한다. 거주지가 없는 하수영은 자신이 꿈꾸던 미래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비장한 최후가 아니라 차라리 오승욱이 구축한 남성적 세계를 향한 작별이다. 아파트와 밑바닥으로 분할된 범죄 세계의 약속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한 자의 탈선이다. <리볼버>의 결말에서 하수영은 오승욱의 세계에서 그런 헛된 믿음을 간직하고 죽어간 남자들을 향해 소금을 뿌린다." (씨네21, 김병규)

 

'레블 리지'는 서부극의 탈을 쓰고 람보를 따라가지만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줍니다. 소금을 뿌립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사건을 해결합니다. 정말 테리 정도의 경력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 하나 다치게 하지 않고 거대한 비리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리는 처음부터 검문과 부당한 압수를 당했을 때부터 인내심도 있고 경찰을 대하는 태도 역시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 '레블 리지'는 천천히 불타오르는 제레미 솔니에 감독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블루 루인', '그린 룸', 그리고 넷플릭스에 있는 '늑대의 어둠' 모두 어둡고 특이하고 폭력 묘사가 매우 직접적입니다. 솔니에 영화에서 폭력은 일상에 가깝습니다. 다른 영화처럼 음산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조성해서 깜짝 놀래키지 않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20세기 슬래셔 영화 수준에 가깝지만 연출 방식은 너무 다릅니다. '본 토마호크'를 감독하고 각본도 쓴 'S. 크레이그 잘러'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배경과 캐릭터 묘사에 온 힘을 다합니다. 지루해 보이는 일상을 계속 보면서 관객은 그만큼 시간과 장소에 자연스레 동화되게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같이 머물던 장소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아무런 효과음이나 자극적인 음악이 없어도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아리 아스터의 미드소마에서 절벽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이번 '레블 리지'도 관객은 테리처럼 계속해서 부패한 마을을 바라보고 그렇게 되어버린 과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리볼버'가 오승욱 감독이 만든 남성적 세계에서 작별했다면 '레블 리지' 역시 솔니에 감독의 거칠고 잔인한 영화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으니까요. 솔니에 감독의 초기작 'Murder Party'에 비하면 성숙하면서도 장족의 발전입니다. 

 

최근 영화들이 지난 세기 영화에서 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탑건:매버릭'처럼 20세기 가치를 보기 좋게 계승한 영화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영화를 톰 크루즈가 만들 순 없습니다. 지금은 좀 더 현실에 가깝고 (우리가 알고 있던) 영화와 멀어진 새로운 스타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리 아스터 '유전'에서 삭제된 장면은 모두 집안에서 나누는 대화장면입니다.) 아리 아스터, 제레미 솔니에, 그리고 크레이그 잘러 등. 감독이 연출도 하지만 소설에 가까운 각본을 쓰고 누구보다 폭력 묘사에 진심입니다. 하지만 폭력은 '13일의 금요일'처럼 비현실적이진 않습니다.  매우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에 관객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로드무비처럼) 러닝 타임이 많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기, 새로운 작가들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제목을 다시 보니 '반항아Rebel'들이 서있는 '산등성이Ridge' 쯤으로 다시 보이기도 하는군요. 솔니에는 반항아, 맞습니다. 본인이 쌓아온 필모에도 도전을 하니 말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Sonatine
    Sonatine
  • 해리엔젤
    해리엔젤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그냥 양산형 넷플영화라 생각해서 캔슬하려했는데 호기심이 동하네요. 좋은 리뷰 덕분에 제레미 솔니에란 이름 알고 갑니다^^
12:58
24.09.11.
profile image
볼만했던 영화~~일반적이지 않게 흘러가는 스타일의 영화라
나름 맘에 들었던 영화~
15:55
24.09.1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데이빗 에이어 ‘워킹 맨’ 뉴 포스터 - 제이슨 스태덤 NeoSun NeoSun 28분 전08:54 69
HOT 윤여정 출연 [결혼 피로연] 리메이크 포스터 1 시작 시작 29분 전08:53 171
HOT [프리키어 프라이데이] 포스터, 예고편 공개 2 시작 시작 39분 전08:43 151
HOT ‘더 톡식 어벤저’ 리부트 첫 포스터 1 NeoSun NeoSun 50분 전08:32 222
HOT 故김새론 모친 "딸, 전국민에게 집단 따돌림 당해…명예... 4 시작 시작 55분 전08:27 415
HOT 닐 블롬캠프,로버트 A.하인라인 SF 소설 '스타쉽 트루... 2 Tulee Tulee 57분 전08:25 193
HOT <백설공주> MV 수지 간절한 소원 (Waiting On A Wish)...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18 114
HOT 제나 오르테가-타일러 러셀,1992년 심리 스릴러 <위험한 ... 1 Tulee Tulee 1시간 전08:03 169
HOT 로맨싱 스톤 (1984) 로맨스 어드벤쳐물의 정석적인 고전. ... 4 BillEvans 7시간 전02:09 362
HOT 2025년 3월 14일 국내 박스오피스 3 golgo golgo 9시간 전00:00 1171
HOT 노보케인(짧게, 스포없음) 4 min님 10시간 전23:11 911
HOT 소더버그 신작 <블랙 백> 단평 3 빼꼼무비 빼꼼무비 10시간 전22:39 1211
HOT 박은빈 ‘하이퍼나이프’ 화보 비하인드 - 나무엑터스 2 NeoSun NeoSun 10시간 전22:29 560
HOT 'Hard Truths'에 대한 단상 2 네버랜드 네버랜드 11시간 전21:44 421
HOT 어제 ‘토이 스토리 5‘ 테스트 시사회 모습 3 NeoSun NeoSun 11시간 전21:40 2737
HOT 수지 백설공주 뮤비 비하인드 NeoSun NeoSun 11시간 전21:33 531
HOT '블랙 백' 관람 전 알아두면 좋은 자료 6 golgo golgo 12시간 전20:42 824
HOT 일렉트릭 스테이트 리뷰-세간의 악평은 거짓말 4 드니로옹 12시간 전20:38 1884
HOT 마츠시게 유타카 오늘 아침 4 e260 e260 13시간 전19:36 1271
HOT 폴 토마스 앤더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라스... 2 NeoSun NeoSun 15시간 전18:02 2040
1169804
image
NeoSun NeoSun 20분 전09:02 123
1169803
image
NeoSun NeoSun 25분 전08:57 103
1169802
image
NeoSun NeoSun 28분 전08:54 69
1169801
image
시작 시작 29분 전08:53 171
1169800
image
시작 시작 39분 전08:43 151
1169799
image
시작 시작 47분 전08:35 184
1169798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08:34 135
1169797
image
NeoSun NeoSun 50분 전08:32 222
1169796
image
시작 시작 51분 전08:31 148
1169795
normal
시작 시작 55분 전08:27 415
1169794
image
Tulee Tulee 57분 전08:25 193
1169793
image
Tulee Tulee 58분 전08:24 75
1169792
image
Tulee Tulee 58분 전08:24 71
116979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18 114
116979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14 148
1169789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08:07 184
1169788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03 169
1169787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03 112
1169786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02 103
1169785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8:01 90
1169784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5 141
1169783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3 211
1169782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3 163
1169781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2 169
1169780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2 147
1169779
image
내일슈퍼 4시간 전04:55 242
1169778
image
BillEvans 7시간 전02:09 362
1169777
normal
영화과지망생 8시간 전00:31 337
1169776
normal
동네청년 동네청년 9시간 전00:07 305
1169775
image
golgo golgo 9시간 전00:00 1171
1169774
image
min님 10시간 전23:11 911
1169773
image
빼꼼무비 빼꼼무비 10시간 전22:39 1211
1169772
image
GI 10시간 전22:39 354
1169771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2:29 560
1169770
normal
기쁨의섬 11시간 전22:21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