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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언덕의 목 매는 집 (1979) 긴다이치 코스케 영화의 평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00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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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영화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병원 언덕의 목매는 집이라고 해서 무슨 오랜 전설같은 것이 있나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2차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병원이 있던 자리이고, 

그 병원장의 첩이 2차세계대전 종전 후 그 병원에서 목을 맸다는 사실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군국주의와 2차세계대전 패배가 일본인들의 의식에 어떤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소재다. 

불과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비극이 오랜 전설을 대체하고 일본인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여자가 폐허가 된 병원에서 목을 매달았다는 것은 가쉽거리이기는 해도,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고 

지명으로까지 붙일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병원장"의 첩이 "병원"에서 목을 매달았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수십년 동안 사람들은 이 곳을 병원 언덕의 목매는 집이라고 부린다. 이것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이미 폐허가 되어 버려졌다고 생각되었던 이 병원빌딩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과거 일이라고 생각되었던

병원장과 첩의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이었고, 그 마을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거기 얽혀있었으며, 

거기에는 계급과 비정상적인 욕망들 그리고 근친상간이 들끓고 있었다. 다만, 수면 위는 평온해 보였을 뿐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군국주의와 일본의 패망은 어쩌다 일어난 과거의 일이 아니라, 일본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본질적인 것이었고, 이것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일이라는 메세지를 함축하는 것일까? 

 

문제는 원작도 영화도 아니리라. 웬만한 막장드라마 저리가라 할 정도로 

얽히고 섥힌 병원장 가문의 가계도가 매우 복잡해서 팩트만 나열하는 데에도 시간을 다 잡아먹는다. 

병원장과 병원장 아내가 사촌지간으로 근친, 병원장 아내가 시집오기 전 양아버지에게 강간당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몰래 입양보내고, 그 아이가 다시 병원장의 첩이 된다는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는 가계도가 나열만 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드라마와 캐릭터에게 할애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 영화에서 긴다이치 코스케가 탐정으로 한 일도, 예리한 추리보다는 발로 뛰면서 

병원장가문의 이 막장가계도를 조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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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이치 코스케는 미국으로 가려고 여권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간다. 거기에서 사진사는 아주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어느 아름다운 여자가 와서, 결혼사진을 찍으러 출장을 와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결혼장소라는 곳이 병원 언덕의 목매다는 집이다. "헉, 이런 한밤중에 귀신 나올 곤지암병원같은 곳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사진사가 가니까,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와서 마중을 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신부는 아까 사진관에 찾아와 의뢰를 했던 그 미녀다. 사진사가 보니, 그 여자는 일본결혼복장을 하고 

하얗게 분칠을 하기는 했지만, 마치 시체처럼 생기가 없고 싸늘하다. 더 이상한 것이 있다. 

신랑과 신부 사이에 눈에 거슬리게 풍경(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종)을 둔다. 사진사가 치우라고 해도

신랑은 화를 내며 거기 두라고 한다. 사진관에 돌아와서도 사진사는 내내 꺼림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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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는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다시 목매는 집에 돌아간다. 

목매는 집은 다시 폐허가 되어 있다. 누구도 거기 왔던 흔적이 없다. 귀신에 홀렸던 것일까?

그런데, 풍경소리가 또 들려온다. 천장에 어제 신랑이었던 남자의 목이 매달려 있다. 풍경이 거기 매달려 있다. 

신기한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급작스럽게 변한다.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병원장의 아내가 아주 오랜만에 목매는 집으로 소환되어 온다.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병원장 가문의 가계도가 사건 해결에 필수적인 핵심이라고 파악한다. 수십년에 걸친 병원장가문의 가계도를 조사하면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존경받는 병원장 가문이 

근친상간과 강간, 잔인한 욕망, 살인으로 얼룩진 변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끔찍한 살인사건으로부터, 대하소설이라고 할만한 병원장 가문의 잔혹사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소설적으로 이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는? 두시간 정도에 이것을 해내야 한다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이것이 이 영화를 범작으로 만든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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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최고에 위치한 병원장 가문을 지배하는 도도하고 아름다운 병원장 아내가 

사실은 시집 오기 전 양아버지에게 강간당하고 아이까지 출산한 다음, 내내 협박의 위협에 두려움에 떤 

피해자였다. 이런 사람이었으니, 남편이 첩을 두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분노보다는 아이들을

찾아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다. 남편의 첩이라는 여자가,

자기가 낳아서 입양보냈던 자기 딸이었던 것이다. 남편 첩의 아이인 줄 알았더니, 자기 친손녀였다. 

병원장 아내는 겉만 위압적이고 호화로울 뿐, 속으로는 골병들고 충격에 충격을 받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이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하이에나같은 무리들이 병원장 아내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려고 혈안이 된다.

그 말은 연쇄살인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영화 내내 반복되는 소재는 풍경이다. 이 풍경이라는 소재의 활용은 아주 훌륭하다. 

병원장 가문의 잔혹사에 내내 시달린 병원장 아내의 아픔을 훌륭하게 상징하는 것이 풍경이다. 

긴다이치 코스케에 의해 사건이 풀리는 하나의 단서도 바로 이 풍경이었다.  

 

도저히 한 영화 내에 정리해 넣을 수 없다. 내용만 요약한 다이제스트같은 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감독이 거장인 만큼, 이런 최악의 사태를 면했지만. 작품 자체가 평작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긴다이치 코스케 캐릭터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도 생생하다.

무슨 탐정이라는 사람이, 목매다는 집에 가서 천장에 매달린 목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폭력과 잔인함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나 보다. 정도 많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정한다.

그리고, 병원장 가문 잔혹사를 한 몸에 상징하고 또 견뎌내고 있는, 대하드라마의 인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병원장 아내역을 맡은 여배우의 유장한 연기도 아주 좋았다.

 

하지만, 맨처음 최초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을 너무 장중하게만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만들었다면, 컨져링같은 식으로 만들어서, 엄청나게 기괴하고 공포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치가와 곤은 

의심의 여지 없는 거장감독이지만, 이런 종류의 장면을 다루는 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병원장가문의 대하드라마를 그리는 데에는, 무겁고 장중한 어프로치가 빛을 발한다. 

 

아주 고민한 끝에 범작이라고 평을 내릴 정도인 영화다. 비범한 장면과 캐릭터, 주제들이 많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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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원작자가 직접 카메오로 등장한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창조자를 살아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그의 조카딸이 긴다이치와 우연히 만나서 잡담을 하다가 "당신을 만난 다음, 삼촌이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주책을

떨지 뭐예요?"하고 개그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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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면서.. 안타까우면서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네 하는 생각 들었던 영화였네요

00:43
24.07.17.
BillEvans 작성자
golgo
좀만 강도를 낮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9:32
24.07.17.
profile image 2등

보면서 정말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본 기억은 있지만 어렸을때 봐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 리뷰를 보니 잘 기억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07:26
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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