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3
  • 쓰기
  • 검색

영자의 전성시대 (1975) 처절한 삶을 어떻게 지속하는가?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0526 5 13

영자의_전성시대_01.jpg

QV81bn_KmgAdPofwP7LVx8ljBax72vVePaKimO-JkGL4MieI02BxcJC8UK2p4S2EKpO0srK_UTitXZk-g1-2aA.webp.jpg

영자의 전성시대.jpg

뭐, 영자의 전성시대라고? 뭐가 전성시대란 말이지? 므흣." 하지 말자.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가장 처절한 영화들 중 하나다. 

 

돈을 벌러 상경한 시골처녀가 인생유전을 겪고 팔 한짝까지 잃은 다음, 창녀촌으로 흘러들어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팔 한짝이 없다는 이유로 창녀촌에서도 구박을 받고 창녀촌에서도 하층민이 된다. 

누군가 깡통을 두들겨 인조팔을 만들어 달아주자, 손님들이 늘어난다. 이것이 영자의 "전성기"다.

이런 식의 전성기를 인생 최고 순간으로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 

하지만, 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다른 데 있다. 이런 식의 삶을 꿋꿋이 지속해 가는 

무식한 여자 영자의 삶에 대한 태도다. 절망하고 자기를 포기할 만도 할 텐데, 처절한 절망과 미래를 

마주하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의지와 용기다. 

 

1970년대 경제가 아직 성장하던 시기이고, 열심히 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던 시대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아무리 열심해 해도 인생의 나락이 결정된 영자같은 사람이 있다. 

가난한 청년 창수는 

자기가 드나들던 사장집 식모 영자를 마음에 둔다. 시골처녀가 돈을 벌러 서울에 상경해서

부잣집 식모를 한다. 하지만, 도도하고 자기 몸가짐이 야무지다. 창수는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영자는 시골에 남겨둔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여야 한다. 창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창수는 군대에 가고, 영자와의 관계는 자연스레 끊어진다. 

영자의_전성시대_105.jpg

영자의_전성시대_107.jpg

 

하지만, 군대에서 제대한 창수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경찰서로 잡혀온다. 

경찰서에서 창수는 유치장에 갇힌 창녀들을 본다. 그중에 영자가 있다!

머리는 뽀글이 파마를 하고, 천박한 화장을 짙게 하고, 껌을 딱딱 씹으며 욕을 하고, 낄낄 웃고, 

마치 태어나길 창녀로 태어났다는 듯 거기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다. 

도도하고, 경우 바르고, 야무지고, 청순했던 그녀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몇년 사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창수는 영자를 유치장에서 빼내 데리고 온다. 영자는 팔이 한 짝 없다. 그래서, 손님이 안 온다. 

그것이 영자의 걱정이다. 창수는 그런 영자가 화가 나서 돈을 영자에게 던진다. 

영자는 자존심도 없이 비굴하게 그 돈을 집어들고 사라진다. 

 

창수는 목욕탕 때밀이가 된다. 영자는 창녀다. 목욕탕 때밀이와 창녀의 사랑이야기다. 

창수는 영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지만, 목욕탕 때밀이가 뭐 대단한 것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성병에 걸린 영자가 돈이 없어 병원도 못가자, 병원에 데려갈 정도 도움이다.

그렇다고 영자가 뭐 대단한 것을 바랄 처지도 아니고 해서, 둘은 그럭저럭 맞는 커플이다. 

창수는 깡통을 두들겨 보기에도 조잡한 깡통 팔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것을 달자 영자에게는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영자의 전성기가 시작한다. 

다운로드.jpg

다운로드 (2).jpg

다운로드 (1).jpg

부잣집 식모를 하다가 그 집 남자에게 강간 당한 다음, 오히려 욕을 먹고 그 집에서 쫓겨난다. 

집에 돈을 보내기 위해 공장에도 다니고, 버스안내양도 하다가, 팔이 한 짝 사고로 잘리니까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창녀촌으로 흘러들어왔는데, 팔이 하나 없다고 손님도 안 오구 구박을 받는다. 무슨 삶이 이런가?

그러다가 인공팔이 한짝 생기자 손님이 오고 전성기가 시작된다. 무슨 전성기가 이런가?

하지만 꿋꿋이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을 산다. 

다운로드.jpg

영자의_전성시대_116.jpg

156F1B10ACF98BC78E영자의_전성시대_(1975).jpg

 

그리고, 목욕탕 때밀이인 창수는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 해도, 밝은 미래가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자기가 버는 돈을 모두 영자를 위해 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영자에게 쏟는다. 

동정때문일까? 사랑일까?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함께 있다는 공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 다 일까?

아무튼 목욕탕 때밀이와 팔 한짝 창녀의 사랑이야기는 처절하다. 

원작소설에서는, 창녀촌에 불이 나고, 짧은 전성기를 누리던 영자는 불에 타 죽고, 그녀의 전성기는 끝난다.

영자의 그정도 되는 전성기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를 신랄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던지, 팔 한짝 영자가 다리 한짝 장애인을 만나 결혼해서 

창수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 영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영자의 남편역을 맡은 배우가 젊은 이순재다.     

7fd6a77f-611d-44e8-a4db-cb15235c0644.jpg

images.jpg

pimg_7369991602846002.jpg

 

빈 말로라도 이들에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말은 못하겠다. 

영자나 남편이나 미래에 대한 의지가 불타는 눈이 아니다. 그렇다고 막 살자 하는 체념이 있는 눈도 아니다. 

그들은 살아간다. 아이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살아갈 것이다. 

창수는 영자를 떠나 보내며, 아쉬움이나 미련같은 것보다 영자의 미래를 기원한다.

때밀이인 창수에게도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래가 없는 사람이 미래가 없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그 미래를 기원해준다 - 이것이 아주 감동적인 장면이다. 

 

영자역을 맡은 염복순은, 내가 다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굉장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발산한다. 

이 영화 성공의 50%는 염복순의 공이다. 

그리고, 처절한 원작소설이 아주 큰 지분을 차지한다. 처절한 당시 사회현실 또한 큰 지분을 갖고 있다. 

영화의 좀 문제점은, 당시 유행하던 호스테스물의 영향을 받아서 좀 신파조적인 에피소드나 과장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좀 희석시키는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순도 100%로 그렸다면 아마 보는 관객들이 심히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점이 영화의 완성도를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다. 마지막 엔딩에서 팔 한짝 영자가 다리 한짝 이순재와 

결혼해서 떠나가는 장면은 굉장히 감동적이다. 희망찬 엔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적이고 암울한 엔딩도 아니다.

이것이 희망찬 엔딩으로 그려졌다면. 나는 아마 가짜라고 했을 것이다. 사기라고 했을 것이다. 

이것이 암울한 엔딩으로 그려졌다면, 영자의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 

딱 알맞게, 이 영화의 엔딩은, 영자의 삶은 꿋꿋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이 꿋꿋한 삶의 지속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 엔딩이 성공적인 순간, 이 영화는 걸작의 수준에 오른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타미노커
    타미노커
  • 엄마손파이
    엄마손파이
  • Sonatine
    Sonatine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13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그 시절에 45만이면....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이었네요.
16:24
24.07.07.
BillEvans 작성자
golgo
이런 사람들의 존재는, 당시에도 아픈 손가락이었겠지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든가 관촌수필 등이 인기를 얻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16:38
24.07.07.
profile image 3등
한 번 보고싶습니다 다음에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개 감사드립니다
20:50
24.07.07.
BillEvans 작성자
Sonatine
유튜브에 깨끗하게 리매스터링되어서 올라와 있습니다.
00:00
24.07.08.
BillEvans 작성자
엄마손파이
그렇죠. 1970년대 영화에 신파조가 섞여 있다고 무시하는데, 사실 "신파조"라는 것 자체가 시대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파조 리얼리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00:02
24.07.08.
profile image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보기는 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그 당시 이쁜 여배우를 기용해서 만들던 호스테스물과는 좀 달랐어요. 영자의 기구한 삶이 슬프기는 했는데 그 당시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이 많은 시대였기에 어떤 면으로는 시대상을 잘 반영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10:26
24.07.08.
BillEvans 작성자
타미노커
어떤 쟝르 영화든지 많이 나오면 그 속에 걸작이 나오기 마련이겠죠. 저도 1970년대는 그냥 한국영화 침체기였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10:45
24.07.08.
유신시대의 영화법으로 인한 한국영화 침체기에... 그래서 그런가 여러가지 소재의 제한이 있어서 그런가
호스테스물에서.. 80년대 에로물 등 소재가 적극 사용되던 시기이기도하고

그래서 그런가.. 돌아이 같은 액션영화나, 고래사냥같은 청춘 영화도 화류계 여성이 주인공인것도 그 시대상인가싶기도함

요즘은 그때처럼 성매매여성의 기구한 삶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성매매 여성이 주인공인게

거의 10대 가출팸 등 10대 성매매인경우나, 조폭영화의 출연하는 인물1정도로 사용되는듯
10:38
24.07.08.
BillEvans 작성자
coooool
그렇죠. 영화는 당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니까요.
10:49
24.07.0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제작확정 2 NeoSun NeoSun 1시간 전09:06 542
HOT <극장판 귀멸의 칼날> 렌고쿠 역 성우 히노 사토시 내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09 421
HOT [씨너스] 크레딧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감사 3 시작 시작 2시간 전08:08 450
HOT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5월 14일 개봉 확정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02 415
HOT <야당> 개봉주 박스오피스 전체 1위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7:48 409
HOT 유아인 출연 <하이파이브> 포스터 공개 4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7:41 1358
HOT ‘마인크래프트 무비’ 현재 전세계 최소 10억 달러 이상 수익... 1 NeoSun NeoSun 2시간 전07:25 523
HOT 2025년 부활절 박스오피스 예측 성적(일요일 업데이트) 2 Tulee Tulee 8시간 전02:07 795
HOT 북미 휩쓰는 K-애니 일주일 만에 '500억' 수익 1 시작 시작 8시간 전01:39 898
HOT 2025년 4월 20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151
HOT 야당 후기 (스포) 및 남아있는 찝찝함을 개인적으로 상상력... 3 hansol 10시간 전23:54 687
HOT 에이리언2 영화팜플렛 5 입술 입술 13시간 전20:53 1622
HOT [야당] CGV 골든 에그 점수 97% 8 시작 시작 14시간 전19:19 1704
HOT 야당 부산 무대인사 2 e260 e260 15시간 전19:10 919
HOT 'The King of Kings'에 대한 단상 5 네버랜드 네버랜드 15시간 전19:05 1414
HOT <YAIBA> 리메이크 오프닝 영상 공개 4 중복걸리려나 15시간 전18:28 1232
HOT 야당 / 사유리 봤습니다 5 카스미팬S 16시간 전18:03 1478
HOT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첫날 흥행수입 10억엔 돌파 4 중복걸리려나 16시간 전17:29 970
HOT 스포일러) 영화 [야당]을 보고 왔습니다 2 뭉실리뷰 뭉실리뷰 18시간 전16:12 1098
HOT 몰리 링월드 <조찬 클럽> “리메이크는 반대” 2 카란 카란 19시간 전14:51 873
1173372
image
Pissx 56분 전09:19 292
117337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9:06 542
117337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56 413
117336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50 175
117336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42 268
117336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09 421
117336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08 321
1173365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08 450
117336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02 415
117336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7:55 266
117336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7:48 409
117336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7:41 1358
1173360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6 313
1173359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6 285
1173358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4 389
1173357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3 233
1173356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2 344
117335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7:25 523
1173354
image
Tulee Tulee 8시간 전02:07 795
1173353
normal
시작 시작 8시간 전01:39 898
1173352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9시간 전01:07 492
117335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9시간 전01:04 437
1173350
image
선선 9시간 전00:33 626
1173349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9시간 전00:24 332
1173348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0시간 전00:15 364
1173347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0시간 전00:12 543
1173346
image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151
1173345
normal
hansol 10시간 전23:54 687
1173344
image
GI 11시간 전22:54 747
1173343
image
선선 12시간 전21:53 479
1173342
image
NeoSun NeoSun 12시간 전21:25 769
1173341
image
NeoSun NeoSun 12시간 전21:22 771
1173340
image
입술 입술 13시간 전20:53 1622
1173339
image
Sonatine Sonatine 14시간 전19:53 651
1173338
normal
Sonatine Sonatine 14시간 전19:47 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