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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30] 지알로 영화 제작 현장으로 - 버베리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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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베리안 스튜디오 (2013)
지알로 영화 제작 현장으로...


<버베리안 스튜디오>는 독특한 스타일의 호러 영화입니다. 피터 스트릭랜드 감독은 1970년대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의 제작 현장을 마치 현미경을 들이밀고 관찰하듯 집요하게 파고 들어갑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딥 레드> <서스페리아>로 대표되는 지알로 영화의 특징은 사이키델릭한 영상과 사운드트랙의 결합으로, 피철철 폭력을 과시하면서 한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었죠. 이 영화가 소재로 삼은 것은 아마 <서스페리아>의 제작 현장으로 짐작됩니다.


피터 스트릭랜드 감독이 지알로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알로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내부를 파헤치고 들여다보고 해부를 하고 싶어 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관심이 비주얼이 아닌 사운드(음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죠. <버베리안 스튜디오>는 말하자면 지알로 영화들이 품은 극단적인 폭력의 세계... 그 가운데 사운드에 대한 감독의 명상 같은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6년. 음향감독 길더로이는 한 영화 제작자의 요청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버베리안 스튜디오'를 찾아오게 됩니다. 영화 음향 작업을 위해 고용된 길더로이는 자신이 작업해야할 영화가 끔찍한 호러 영화임을 알고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작업에 착수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길더로이는 점점 피폐해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버베리안 스튜디오>는 지알로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영화 속에 끌어 들입니다. 지알로 영화 제작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굉장히 자연스러운 연출이죠. 카메라 워크와 강렬한 사운드 효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빈번하게 활용하고,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지알로 스타일을 보여주고 과시하고 있죠. 때론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요. 

 

m1berberian-sound-studio-play.jpg


<버베리안 스튜디오>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할만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를 좋아할 관객은 다음 질문에 대한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70년대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가?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특히 사운드 제작 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은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작업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가?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면 <버베리안 스튜디오>에 푹 빠져들 수도 있을 겁니다.


<버베리안 스튜디오>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해온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당시 영화 제작 환경이 예술을 빙자해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착취한 그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도 놓치지 않고 담아냅니다.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악덕 제작자와 감독은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유린하고 이용하며 부려먹습니다. 그리고 성추행도 당연하다는 듯 벌어지게 됩니다. 영화 제작 현장은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들은 예술을 한다는 핑계로 그 뒤로 숨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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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시각적 폭력의 쾌감을 원한다면 <버베리안 스튜디오>는 그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립니다. 이 영화는 자극을 위한 화끈한 볼거리들을 전혀 다루지 않기 때문이죠. 적지 않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의문을 가질 법도 합니다. 대체 이 영화는 뭘 보여주고 싶은 거지? 영화가 추구한 것은 과거 이탈리아 호러 영화들의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 제작 현장의 생생한 뒷모습과 부조리한 세계, 장시간 폭력적인 사운드에 노출되는 길더로이의 정신적 변화입니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다루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살인이 벌어질 때, 생생한 폭력의 순간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효과음 제작 과정입니다. 고기와 과일, 야채 등을 이용한 더빙 과정은 흥미로우면서 그것이 반복될 때, 우리는 극단적인 폭력 행위로 느끼게 됩니다. 음향 기술자인 길더로이가 느낀 바로 그 감정입니다. 영화는 길더로이가 자신의 일에 몰두하면서 느끼는 우울함과 강박, 광기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으로 관객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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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양배추에 식칼 꼽는 거... 정말 아르젠토 영화 스럽네요.^^

10:30
24.05.17.
profile image
첨 본 영화인데 독특한 스탈이라 보고 싶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10:57
24.05.17.
profile image

얼마만에 들어보는 다리오 아르젠토... 기억이 새록하네요. 감사합니다.

11:29
24.05.17.
기괴한 사운드의 향연이 느껴지네요
17:38
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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