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2 후기, 불호 후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스포)
파묘에 이어 듄 후기입니다. 요새 좋은 영화가 많이 개봉하니 좋네요 🙂
듄은 전반적으로 만족했습니다만, 익무에서 후기를 보니 의외로 불호가 많더라구요. 불호 후기들을 하나씩 읽어보니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어떤건지 이해가 되어서 그 부분을 글로 남겨봅니다.
제가 느낀 듄 영화의 아쉬운점은 안티-메시아 서사에 대한 공감대 부족과 영화적 쾌감 부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는 이 영화와 원작이 모두 의도적으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변주한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스토리라인을 언뜻 보면 폴 무앗딥이 역경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서 강력한 초인으로 거듭나서 복수를 완성하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서사처럼 보이지만, 프랭크 허버트가 의도한 것은 초인의 위험함과 그런 위험을 알고 초인이 될 운명을 가진 폴 아트레이디스의 고뇌입니다. 그리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충실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당연히 강력한 초인으로 거듭나서 복수를 완성하는 파트가 아닌, 그 앞 단계인 폴이 운명을 거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묘사하는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하지만 마블 스타일의 영웅 서사에 익숙한 관객들은 생각보다 긴 프레멘과의 합숙 생활에 ‘이게 뭐 프레멘 브이로그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고 후닥닥 지나가는 복수의 전쟁 신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영화가 스타워즈의 뒤를 잇는 스페이스 오페라 블록버스터처럼 언론에서 홍보가 많이 되었기 때문에 관객의 실망감이 클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면 듄은 목표하는 지향점이 기존 블록버스터와 달라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른데,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그 지향점의 설득력이 상당히 약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영화적 쾌감 부족입니다. 예를 들면 ‘두개의 탑’의 스펙터클의 기대하고 보신 분들은 상당히 실망하실수도 있는데, 저는 그것이 이 영화가 영화적 쾌감을 표현하는데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듄의 그래픽이나 촬영, 음향은 월드 1티어이기에 기술적 문제는 아니고요, 소위 말해서 ‘뽕이 차오르는’ 장면이 약했던것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빌런이 너무 약하거나 허술해서 영화에 흐르는 긴장감 부재가 느껴졌고요, 특히 마지막 대규모 액션 신에서 규모도 크고 갖출건 분명히 다 갖추고 있는데 그냥 휙 하니까 다 죽고 백병전으로 끝나버리는 식의 연출이 아쉬웠습니다. 또 무앗딥이 완전한 초인으로 각성하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무시무시한 연설을 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는데, 정작 무앗딥이 능력을 쓰는 장면이 와닿게 연출되지 않으니 관객으로서는 ‘이제부터 재밋겠구나!’라고 기대하지만, 정작 각성을 해서 뭐가 달라진건가 싶은 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모래벌레가 1탄의 엄청난 위용에 비해 2탄에서는 프레멘족이라고 해도 우버 처럼 쓰이는게 좀 아쉬웠습니다. 이왕 많이 각색한거 아무도 모래벌레를 못타는데 결정적인 순간(황제를 공격할때)에 프레멘 군대가 밀리다가 무앗딥이 모래벌레를 타고 나타나서 적을 쓸어버리는 장면과 함께 웅장한 브금을 넣는 연출을 하는 식으로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면 어땟을까 싶습니다. 마치 반지의제왕에서 간달프가 백색의 기사가 되어 군대를 이끌고 돌아오는 장면처럼요.
사실 위에서 말한 부분은 대부분 감독님이 원작을 존중한 것 + 일반적인 영웅 서사로 만들지 않기 위한 점이 합쳐져서 관객이 느끼는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쉬움일수도 있고, 듄 만의 새로운 스타일일수도 있는 것이지요.
총점 4.0/5.0
추천인 9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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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득력 있어요
근데 재밌는 건 극장 3사 평점은 듄이 파묘보다 좋아요ㅋㅋ
파묘는 대중성이 훨씬 커서 좋게 봤더라도 영화 사이트에 굳이 평점 안 매긴 사람도 많을 것 같고...
반대로 듄은 평점 매길 정도로 충성도 높은 팬층이 몰려서 좋게 점수 매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영웅과 그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대중의 위험성을 잘 표현했더군요.
특히 제시카가 폴을 위해 프레멘들을 종교로 선동하는 모습에서는 제시카가 악역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한 움직임을 경계하는 차니의 앞날이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