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A 코다 - 완성형 영화 (스포)
총평
코다는 '고난을 함께 극복하며 단단해지는 가족'을 그린 전형적인 가족 영화와 결이 조금 다르다.
다양한 주제 의식이 이렇게 조화롭게 융화된 영화는 이전에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냐면,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좋은 영화다'라고 감탄하고, 집에 돌가는 길에는 '그러고 보니 장애인의 삶이란...' 생각하게 되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행복한 가족을 꾸려야지'하고 결심하게 된다.
코다는 확실히 '꿈과 현실', '청춘의 사랑',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행복한 가족' 등의 화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말로 '완성된 작품'이다. 모든 배우의 연기와 적재적소에 활용된 여러 종류의 연출 방법도 인상 깊었다. 특별히 농인역에 실제 농인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사실이 묘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주제 1 - 행복한 가족
코다의 최우선 주제는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제작진은 '당신의 가족은 행복한가?' 이 질문이 아닐까. 만약 행복하다면, 그대는 행복한 가족을 누리고 있는지. 가족의 소중함을 깊게 일깨우는 영화다.
작중 주인공 루비는 친구들의 '너희 가족은 행복해 보여서 부러워'라는 평을 듣고 되레 화를 낸다. 그도 그럴 것이, 루비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의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운명이었으니까. 부유하지도 않고, 자신의 꿈에 공감하지 못하는 가정 형편에 루비 내면에는 짜증과 불만이 점차 쌓여만 갔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지만, 루비의 가족은 원래 행복했고, 타인이 보기에 화목한 울타리였다. 단지 루비는 어느 순간 소중함을 어버렸고, 그 소중함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루비가 다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누군가 고집을 을 필요도, 반성하고 다른 사람으로 변할 필요도 없었다.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대화하고, 이해하고, 응원하고, 진심을 말하는 과정. 그런 담담한 과정을 영화는 그려냈고. 루비는 그렇게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행복한가? 아, 그래 행복하지. 당신 가족은 행복한가? 그러길 바라지만, 아닐 수도. 그럼 우리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보자. 우리 부모는 실패했어도 우리는 다시 도전해 보자. 이 영화가 제시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회귀해 보자. 행복해지자. 행복한 가정을 이뤄갈 꿈을 잃지 말자.
주제 2 - 장애인
나는 장애인의 삶을 잘 안다. 음, 조금 잘 안다. 아, 그래. 비교적 잘 안다.
그들의 인생은 얼핏 보기에는 매우 불합리하다. 장애물이 너무 많다. 속된 말로, 인생 난이도를 '하드코어'로 맞춰놓은 느낌이다. 도대체 같은 세상 같은 시대를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지나야 하는지. 일차원적인 생각이지만, 그리고 연민은 좋지 않다고 배웠지만, 역시 나는 그들 앞에 놓 불가능의 벽을 가슴 아프게 바라본다.
장애인은 무엇을 바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 음. 역시 잘 모르겠다.
사실 불가능과 절망은 장애 유무를 가리지 않고 인생의 탈을 쓰고 목을 옥죄어온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우리 모두는 묶여버린 장애인일지도.
주제 3 - 꿈과 가족
꿈을 응원하는 가족. 소소하지만 많은 청년이 소원하는 가정의 모습.
루비의 노래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 닿을 수 없다. 이런 비극이라니. 딸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부모라니.
돈도 안 되고, 가족의 재정 상태를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는 그런 꿈을 쫓는 자녀. 얼마나 많은 부모가 순전하게 그런 자녀를 응원할 수 있을까.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너무 가혹한 요구인 걸까?
글쎄. 나도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못해서.
자녀 된 우리가 원하는 건, 사실 원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바라는 것은. 묵묵한 지지가 아닐까 싶다.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해도. 내 딸 내 아들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쟤가 어째서 저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는지, 뭐가 그렇게 힘든지 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해 주는 것.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돈이 최고인가? 좋은 조건과 무기가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가?
영화 코다의 마지막 장면이 대신 대답한다.
"I Really Lov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