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
  • 쓰기
  • 검색

영화 <웡카> 리뷰: 씁쓸함과 달콤함이 버무려질 때

더운크리스마스
1189 5 2

꿈.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은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기도 하며, 다가올 내일의 아침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능력에 따라 우리의 꿈은 자연스럽게 타협되고 좁혀진다.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이 향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직 외면당하고 버려질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빛바래지 않을 줄 알았던 우리의 꿈은 결국 '몽상'이 된다. 

 

<웡카>는 한마디로 모든 '꿈'에 대한 영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꿈'보다는 '몽상'에 가까운 편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사람들은 타인의 꿈에 한없이 냉담해지곤 한다. <웡카>에서도 꿈을 향한 시선은 가혹하다. 주인공 웡카를 '꿈 많은 청년'보다는 현실성 없는 어리숙한 청년으로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꿈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 심상은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웡카>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비록 그것이 남들이 보기엔 '몽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웡카의 꿈부터, 언젠가는 좁디좁은 방을 떠나 가족을 반드시 찾겠다는 누들의 꿈까지. 그러나 그 모든 꿈들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한 곳으로 향한다. 바로 스크러빗 부인의 여인숙이다.

스크러빗 부인의 여인숙은 모든 버려진 꿈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꿈이라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꿈을 꾸는 대가로 값을 매기고, 돈으로 환산된 수많은 이들의 꿈들은 이곳에 갇혀, 나갈 날만을 간절히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꿈에 대한 열정도, 의지도 모조리 사라진 순간 이들 앞에 웡카가 나타나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웡카의 초콜릿을 맛본 이들은 모두, 잊고 지냈던 저마다의 꿈 한 자락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 인물은 바로 누들이다. 단 한 번도 초콜릿을 먹어보지 못했던 누들은 웡카를 만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누구도 찾지 않는 한 밤중의 동물원에 외로이 묶여있던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웡카를 만나 마침내 하늘을 훨훨 날듯이, 누들도 비로소 날개를 펴고 날기 시작한다. 누들뿐만 아니라 웡카를 의심하던 세탁소 식구들 역시 그의 초콜릿을 만나고 변하기 시작한다. 이 감옥을 나가 자신만의 꿈을 펼치기로. 

웡카의 초콜릿이 사람들에게 꿈을 일깨워주는 소품이라면, 달콤 백화점 삼사장애게 초콜릿은 그 반대다. 이들에게 초콜릿은 경찰서장에게 뇌물로 쓰이기도 하며, 웡카를 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등 다른 이들의 꿈을 억압하고 통제하는데 쓰이는 수단이다. 누구가 초콜릿(꿈)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웡카와 달리, 슬러그워스를 비롯한 셋은 초콜릿은 돈과 권력이 있는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웡카는 이들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그 어떤 위협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초콜릿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결국 일부만 누릴 수 있었던 초콜릿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웡카 역시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그토록 오래 시간 아껴둔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초콜릿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말이다. 

 

초콜릿의 본질은 음식, 즉 먹히는 것에 있다. 제 아무리 귀한 초콜릿이라도 누군가에게 먹히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썩고 버려질 뿐이다. 그 가장 기본인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온 세상을 헤맨 웡카는 이제야 깨닫는다. 초콜릿이라는 건, 꿈이라는 건 나 혼자만 간직할 때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순간 마침내 빛을 발한다는 것을. 이 명제에 꿈이 아닌, 행복을 대입해도 결과는 같다. 꿈도 행복도, 이것들의 가치는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그 몫을 다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퀼 격을 자처하는 <웡카>지만, 이 두 영화가 주는 인상은 사뭇 다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 특유의 지독한 권선징악형 스토리가 팀 버튼의 기괴함을 만나 어둠움이 짙어진 버전이라면, <웡카>는 한껏 가족적이고 따뜻하며 또 자애롭다. 

 

아이들을 훈육과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달리, <웡카>는 아이들을 꿈을 꾸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웡카>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씁쓸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달콤한 한 조각의 꿈을 건넨다. 아무리 우리의 현실이 쓰디쓰더라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가끔은 잊고 지냈던 한 조각의 꿈을 꺼내 달콤함을 맛봐도 좋다고 말이다. 

더운크리스마..
1 Lv. 830/860P

ㅇㅇ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셜록
    셜록
  • 해리엔젤
    해리엔젤

  • 선선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가끔은 먹어도 안 질릴 달달한 맛 영화였습니다.
원작에 나온 pure imagination 노래 나올 때 좀 뭉클하기도 했어료.
17:39
24.02.27.
2등
오랜만에 순수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 영화였습니다.
18:06
24.02.2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20:46 1044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4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4.04.24.08:38 28833
HOT ‘분노의 질주 11’ 2026년 공식 개봉 NeoSun NeoSun 55분 전08:05 179
HOT ‘퓨리오사’ 북미오프닝 4천-5천만달러 / ‘가필드’ 3천5백만... 1 NeoSun NeoSun 53분 전08:07 206
HOT ‘데드풀 & 울버린‘ 뉴 CCXP 어탠디 포스터 2 NeoSun NeoSun 1시간 전07:56 187
HOT Funny farm (1988) 체비 체이스 귀농하다. 스포일러 있음. 2 BillEvans 2시간 전06:06 158
HOT national lampoon's vacation (1983) 미국의 고전이 된... 4 BillEvans 3시간 전05:13 202
HOT ‘애콜라이트‘ 국내 신규 포스터 2 crazylove 2시간 전06:19 396
HOT 에콜라이트 메인 예고편 2 zdmoon 8시간 전00:57 410
HOT 스파이크 리 영화 베스트 6 3 Sonachine Sonachine 8시간 전00:19 407
HOT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뉴 트레일러, 포스터 1 NeoSun NeoSun 8시간 전00:18 504
HOT 2024년 5월 4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9시간 전00:00 1211
HOT <스턴트맨>, <타로> 시네마 스코어 2 카란 카란 9시간 전23:56 742
HOT ‘데드풀 & 울버린’ 코믹 아트워크 포스터 1 NeoSun NeoSun 9시간 전23:49 500
HOT 타이리스 깁슨, <모비우스>에서 대폭 편집된 것에 아... 2 카란 카란 9시간 전23:33 752
HOT ‘데드풀 & 울버린’ 일본 마케팅 근황 2 NeoSun NeoSun 9시간 전23:23 945
HOT ‘메갈로폴리스’ 첫 티저 트레일러 7 NeoSun NeoSun 10시간 전22:35 1921
HOT [범죄도시4] 개봉 11일째 700만… '파묘'보다 5일 ... 1 시작 시작 10시간 전22:11 774
HOT [베테랑 2] 스틸 공개 5 시작 시작 10시간 전22:01 2889
HOT 악마와의 토크쇼[약스포] 2 납득이안가요 납득이안가요 11시간 전21:13 687
HOT [범죄도시 4] 깔끔하고 무난하네요. 3 뚠뚠는개미 11시간 전21:01 642
1135277
image
golgo golgo 9분 전08:51 56
1135276
image
NeoSun NeoSun 45분 전08:15 92
1135275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08:12 166
1135274
image
NeoSun NeoSun 50분 전08:10 108
1135273
image
NeoSun NeoSun 53분 전08:07 206
1135272
image
NeoSun NeoSun 55분 전08:05 179
113527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7분 전08:03 103
113527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58 121
113526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7:56 187
1135268
normal
필름매니아 1시간 전07:50 129
1135267
normal
시넷필 1시간 전07:39 183
1135266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9 117
1135265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8 116
1135264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7 239
1135263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7 90
1135262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6 122
1135261
image
crazylove 2시간 전06:19 396
1135260
image
BillEvans 2시간 전06:06 158
1135259
image
BillEvans 3시간 전05:13 202
1135258
normal
작생 4시간 전04:45 151
1135257
normal
runaway 4시간 전04:11 100
1135256
normal
작생 5시간 전03:54 120
113525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00:58 283
1135254
image
zdmoon 8시간 전00:57 410
1135253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00:53 462
1135252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00:46 527
1135251
image
Sonachine Sonachine 8시간 전00:19 407
113525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00:18 504
1135249
image
golgo golgo 9시간 전00:00 1211
1135248
image
카란 카란 9시간 전23:56 742
1135247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3:49 500
1135246
file
샌드맨33 9시간 전23:43 252
1135245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3:42 303
1135244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3:36 261
1135243
image
카란 카란 9시간 전23:33 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