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웡카> 리뷰: 씁쓸함과 달콤함이 버무려질 때
꿈. 누구나 꿈을 꾼다. 꿈은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기도 하며, 다가올 내일의 아침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능력에 따라 우리의 꿈은 자연스럽게 타협되고 좁혀진다.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이 향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직 외면당하고 버려질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빛바래지 않을 줄 알았던 우리의 꿈은 결국 '몽상'이 된다.
<웡카>는 한마디로 모든 '꿈'에 대한 영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꿈'보다는 '몽상'에 가까운 편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사람들은 타인의 꿈에 한없이 냉담해지곤 한다. <웡카>에서도 꿈을 향한 시선은 가혹하다. 주인공 웡카를 '꿈 많은 청년'보다는 현실성 없는 어리숙한 청년으로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꿈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 심상은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웡카>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비록 그것이 남들이 보기엔 '몽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웡카의 꿈부터, 언젠가는 좁디좁은 방을 떠나 가족을 반드시 찾겠다는 누들의 꿈까지. 그러나 그 모든 꿈들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한 곳으로 향한다. 바로 스크러빗 부인의 여인숙이다.
스크러빗 부인의 여인숙은 모든 버려진 꿈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꿈이라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꿈을 꾸는 대가로 값을 매기고, 돈으로 환산된 수많은 이들의 꿈들은 이곳에 갇혀, 나갈 날만을 간절히 손꼽아 기다릴 뿐이다. 꿈에 대한 열정도, 의지도 모조리 사라진 순간 이들 앞에 웡카가 나타나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웡카의 초콜릿을 맛본 이들은 모두, 잊고 지냈던 저마다의 꿈 한 자락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는 인물은 바로 누들이다. 단 한 번도 초콜릿을 먹어보지 못했던 누들은 웡카를 만나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누구도 찾지 않는 한 밤중의 동물원에 외로이 묶여있던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웡카를 만나 마침내 하늘을 훨훨 날듯이, 누들도 비로소 날개를 펴고 날기 시작한다. 누들뿐만 아니라 웡카를 의심하던 세탁소 식구들 역시 그의 초콜릿을 만나고 변하기 시작한다. 이 감옥을 나가 자신만의 꿈을 펼치기로.
웡카의 초콜릿이 사람들에게 꿈을 일깨워주는 소품이라면, 달콤 백화점 삼사장애게 초콜릿은 그 반대다. 이들에게 초콜릿은 경찰서장에게 뇌물로 쓰이기도 하며, 웡카를 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등 다른 이들의 꿈을 억압하고 통제하는데 쓰이는 수단이다. 누구가 초콜릿(꿈)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웡카와 달리, 슬러그워스를 비롯한 셋은 초콜릿은 돈과 권력이 있는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웡카는 이들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그 어떤 위협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초콜릿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결국 일부만 누릴 수 있었던 초콜릿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웡카 역시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그토록 오래 시간 아껴둔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초콜릿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말이다.
초콜릿의 본질은 음식, 즉 먹히는 것에 있다. 제 아무리 귀한 초콜릿이라도 누군가에게 먹히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썩고 버려질 뿐이다. 그 가장 기본인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온 세상을 헤맨 웡카는 이제야 깨닫는다. 초콜릿이라는 건, 꿈이라는 건 나 혼자만 간직할 때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순간 마침내 빛을 발한다는 것을. 이 명제에 꿈이 아닌, 행복을 대입해도 결과는 같다. 꿈도 행복도, 이것들의 가치는 누군가와 함께 나눌 때 그 몫을 다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퀼 격을 자처하는 <웡카>지만, 이 두 영화가 주는 인상은 사뭇 다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로알드 달 특유의 지독한 권선징악형 스토리가 팀 버튼의 기괴함을 만나 어둠움이 짙어진 버전이라면, <웡카>는 한껏 가족적이고 따뜻하며 또 자애롭다.
아이들을 훈육과 교육의 대상으로 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달리, <웡카>는 아이들을 꿈을 꾸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웡카>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씁쓸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달콤한 한 조각의 꿈을 건넨다. 아무리 우리의 현실이 쓰디쓰더라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가끔은 잊고 지냈던 한 조각의 꿈을 꺼내 달콤함을 맛봐도 좋다고 말이다.
원작에 나온 pure imagination 노래 나올 때 좀 뭉클하기도 했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