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1988)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걸작 재즈영화. 스포일러 있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들 중 걸작이다. 내 생각에는 그의 가장 걸작이 아닌가 한다.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위플래쉬에서 교수가 주인공을 다그치며 언급했던 바로 그 재즈뮤지션이다.
찰리 파커가 무슨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음악의 극한을 추구했다는 것은, 백인 엘리트의 시각이다.
그는 자신을 불태우며 음악 속에서 살다갔지만,
동시에 친구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
약속을 펑크내고 재즈클럽에 안 나타나기 일쑤라서 불러주는 이 없었다.
그래서, 인기가 드높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자기가 스트라빈스키나 쇤베르크처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클래식음악의 거장과 맞먹는다고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의 집앞까지 호기롭게 찾아갔다가, 막상 그들이 문을 열자 슬그머니 도망치는 것이었다.
어린 딸이 죽었을 때 그는 연주여행차 멀리 떠나있었고, 이것에 죄책감을 느껴 자살을 시도하도록 괴로워했다.
몸 내부 어딘가에서 엄청난 고통이 하루 24시간 밀려와, 마약을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찰리 파커의 일생이 괴로움의 연속이었던 것은 아니다.
자기를 존경하고 이해해주는 친구, 자기에게 매달려 재롱을 피우는 착한 아이들, 자기를 사랑하고 이해해서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밀한 데까지 보살펴주는 아내, 뜨거운 예술을 깊은 내면으로부터 뿜어올리며 느끼는 성취감과 황홀감같은 것이 그의 34세 짧은 생 군데군데에 존재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런 복잡한 찰리 파커라는 인간을 너무나 잘 그려냈다.
마치 조각도로 섬세하게 파낸 것처럼 그렇게, 찰리 파커라는 인간 내면의 윤곽과 음영을 또렷이 그려낸 것이 놀랍다. 재즈광이었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만이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찰리 파커의 음악은, 이런 고통과 기쁨, 황홀, 자부심, 슬픔같은 것이 함께 상승작용을 하여 격렬한 음악으로
눈부시게 쏟아져나오는 것이리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런 놀라운 순간을 포착해 낸다.
이 영화는 여행의 영화다. 찰리 파커는 늘 연주여행을 하러 움직인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찰리 파커는 한 장소에 머무는 법 없다. 심지어는 집에서도, 그는 거실에서 침실로 부엌으로 불안정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찰리 파커 내면의 불안정함을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을 만난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공간적으로 움직여나가기도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는 계속 움직인다. 그렇다고 찰리 파커가 공허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정반대다. 그의 개성이 하도 강렬해서, 이 영화를 가득 채우는 것은 그의 개성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
이 영화는 1950년대 재즈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린다. 어둡고 푸른 담배연기가 천장으로 올라가는 재즈클럽.
열광하는 사람들. 무대에 올라 트럼펫과 색소폰을 불며 몸부림치듯 정열과 생명력을 연소시키는 재즈연주자들.
자유로우면서도 사람의 혼을 빼놓는 재즈 선율과 색소폰의 음색.
어딘가 노스탤지어가 흘러넘치는 애수에 젖은 시대의 분위기. 이런 분위기를 세시간 동안 느낄 수 있다.
재즈애호가들의 꿈을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현시켜준다.
영화 전체의 색감도 nostalgic blue다. 어딘가 아련함을 주는 색감이다.
포레스트 휘태커는 찰리 파커역을 맡아 엄청난 명연을 보여준다. 나중에 아카데미상을 받은 라스트 킹에서의 연기보다 이 영화에서 한 찰리 파커 연기가 몇배는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이 역으로 칸느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고 한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버드 (찰리 파커의 별명)는 저 멀리까지 날아가버려야 해" 하고 중얼거리며 눈이 젖어 있는 연기도 아주 좋았다.
마지막 죽는 순간에, 버드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코메디쇼를 보며 미친 듯 웃는 장면도 좋았다. 처음에는 킬킬 웃다가 점차 웃음소리가 커진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과거 있었던 일이 지나간다. 그는 무엇을 향해 그렇게 웃는 것일까? 그의 웃음소리가 커지는 그만큼 그의 눈은 젖어간다. 그는 쓰러져 죽는다. 혼자 연주여행을 하다가 죽은 것이라, 가족도 친구도 보아주지 않는 가운데 혼자 외롭게 죽었다.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를 그린 일급 걸작이다. 보고나면 아주 큰 감동이 마음을 적셔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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