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엑소시즘을 행하는 실제 신부에게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의 소감을 물었다
현재 (일본에서)Prime Video를 통해 공개 중인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평생 수만 번의 엑소시즘을 행한 것으로 알려진 실제 가브리엘레 아모르트 신부(1925 - 2016)의 실제 체험을 기록한 회고록을 바탕으로 그가 실제로 경험한 생생한 엑소시즘의 전 과정을 그린다.
본 매체(THE RIVER)에서는 일본에서는 (아마도) 유일하게 로마 교황청 학교에서 엑소시즘 코스를 공부하고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여러 차례 엑소시즘을 행한 다나카 노보루 신부에게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에 대한 느낌과 현실에서의 엑소시즘의 실태에 대해 취재해보았다.
한때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화학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다나카 신부. “진정한 인간의 구원은 물질적, 영적 양면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나카 신부는 “결코 심령현상이나 오컬트적 관심으로 엑소시즘이나 악마・악령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11년부터 이탈리아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으로 유학한 다나카 신부는 신학 학사, 교회법학 교수 자격 과정 수료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다른 교황청립 대학의 엑소시즘 과정도 부분적으로 수강했다. 현재 천주교 도쿄교구에서 신부로 일하고 있으며, 조치 대학과 난잔 대학에서 비상근 강사로도 강의하고 있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의 극 중에서는 가톨릭교회 성직자들 사이에서도 ‘악마의 존재’에 대한 이해도가 엇갈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가브리엘레 아모르트 신부 역시 지금까지 처리한 ‘안건’ 중 98%는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적인 측면의 접근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엑소시즘의 대가인 아모르토 신부조차도 진짜 초자연적인 사건은 단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나카 신부는 이 묘사에 대해 “‘악마 빙의’를 단순한 불운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악마를 진짜로 믿는 사람도 있고, 일부는 극단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 폭은 영화와 같이 현실적이었어요.” 교회 내에서도 생각의 폭이 다양하다고 한다.
영화에서 러셀 크로우가 열연을 펼친 인물은 2016년 사망할 때까지 수만 번의 엑소시즘을 행한 실존 인물인 아모르트 신부다. 이탈리아에서는 뉴스에도 자주 출연한,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존재라고 한다. 다나카 신부는 영화 속 묘사에 대해 “매우 균형 잡힌 캐릭터였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신스럽지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지도 않았어요. 당사자의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한 후 의식을 원하는 부분이 평가받을 만 했습니다.”
다나카 신부가 수강한 교황청립 대학의 엑소시즘 강의는 영적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신학적 해석과 전례에서의 엑소시즘의 의미, 교회법이나 성서에 나오는 악마를 배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영적 관점은 거의 없고, 대부분 심리학, 정신의학, 사회의학이 주축이 된 지극히 객관적인 내용이라고 한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극중에서 말하는 ‘98%와 2%’의 차이, 즉 현실적인 관점과 악마 빙의의 차이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으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현재 엑소시즘 의식을 행하기 위해서는 교황청의 지시에 따라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입회 또는 의식 전후에 전문가의 진단이 필수 조건이다. 다나카 신부는 일본 국내에서도 시범적으로 몇 차례 엑소시즘을 집행한 적이 있다. 실제 상황을 물어보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한다. 의식에서 기도를 시작하면 “거의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는데......”라고 다나카 신부는 목소리를 낮춘다.
“단정하고 차분한 일반 여성이 갑자기 눈이 하얗게 뒤집어지거나 혹은 난폭하게 행동하거나 무서운 말투로 돌변하기도 합니다.......오랫동안 사제 생활을 해온 선교사조차도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놀랄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악마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정신적 문제에 기인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다나카 신부가 행한 엑소시즘 의식에서는 이런 위화감이 남은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기도는 라틴어로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정말 상대가 악마라면 반응할 법한 중요한 라틴어 구절에 반응이 없었어요. 의식 중에는 성수를 사용하거나 악마를 향한 명령의 기도 등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본래 악마로부터 응답이 있어야 할 부분에서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분의 절규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이것은 아마도 당사자의 마음 깊은 곳에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식에 참석한 가족 분들께 이 분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역시나 ‘사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면 그것은 당사자의 ‘마음의 외침’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죠.”
결국 이 사건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결과, 분류 가능한 정신병리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빙의 현상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정신병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거기에 해당되었습니다. 그 후 교회를 다니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많이 호전되었어요. 단순히 기도나 엑소시즘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패턴이 있는데, 그것을 알아채는 것이 쉽지 않아요.”
다나카 신부는 엑소시즘이 필요한 경우, 대부분 정신질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에는 “악마는 마음의 상처를 파고든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는 한때 정신의학과 악마 빙의가 혼연일체가 되었던 역사를 암시하는 듯하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지금이야말로 알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중세, 아니 그 이전 시대에는 지금처럼 정신적인 진단도 할 수 없었고, 완치를 위한 치료약도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다나카 신부는 말한다.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역도 있는 것이다. 즉, “이것이 악마 때문이라면 얼마나 편하겠느냐”는 것이다.
“극도의 우울증,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분들이 ‘나는 정말 악마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믿고 한 가닥 희망으로 엑소시즘에 의지하는 분들도 실제로 계십니다. 기독교인인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 세례를 받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단지 악령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교회를 찾아오는 분들도 있어요.
인간이 저지른 악......,예를 들어 학대라든가 그런 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훨씬 더 치유하기 어렵죠. 성직자들이 기도를 하거나 성수를 뿌려서 그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베풀고 싶어요.”
다나카 신부 자신은 실제로 악마가 빙의한 것과 같은 초자연적인 사건을 목격한 경험이 없으며, “일본에서 주교의 허가를 받아 엑소시즘을 집행한 사례는 내가 아는 한 지난 150년 동안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에서는 98% 대 2%로 이야기합니다. 저는 2%라고 말하진 않지만, 그래도 1%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그 1%를 보장하고 있어요. 영적인 진정한 고통에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정말 악마 같은,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으로부터 사람이나 사물, 장소를 해방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다나카 신부는 이런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제가 일본에 돌아왔을 때 신세를 진 스페인 신부님이 계시는데.......그 분이 아직 신학생이었을 때 연수로 인도에 간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악마에 홀렸다는 사람이 교회에 찾아왔는데, 그를 대면하자 갑자기 그 사람이 신부님의 고향인 스페인 시골의 아주 특이한 사투리로 말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방언은 정말 그 지역 출신이거나 언어학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언어였다고 해요.
게다가 그 사람은 신부님의 출신지, 태생, 신학을 공부하는 동기 등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연달아 늘어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그 분은 완전히 엑소시즘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해요(웃음). 무서워하는 그 분을 대신해 제가 엑소시즘을 시도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 다나카 신부에게 ‘영화 속 엑소시즘’에 대해 물었다. 실제 성직자의 입장에서 엑소시즘의 묘사가 현실적이라고 느낀 작품은?
“역시 <엑소시스트>(1973)가 잘 만든 작품이죠. 심리적인 공포를 잘 묘사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지지받는 금자탑이라 할 만합니다. 이번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오락물에 가까웠지만, <엑소시스트>는 좀 더 현실적이었죠.
그리고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2011)도 의식의 모습이 사실적이었어요. 취재를 꽤 많이 했겠구나 싶었어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는 교회의 ‘공감할 상황’과 아모르트 신부의 인물 묘사가 흥미로웠고, 한편으로는 오락 영화로서도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출처: 일본 THE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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