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 - 간단 후기
시사회에서 간혹 저와 성향이나 경향이 맞지 않는 영화를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영화 자체를 즐기기보다 객석 반응을 즐기며 영화의 다른 면을 봅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었던 듯합니다. 지금은 사라진 영화사입니다만 나름 인연이 있던 곳이었어요. 어찌저찌 VIP 시사회를 보는데 도무지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특정 순간에 어느 배우가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변에서 통곡을 하는 분도 계셨더랍니다. 이게 극장 전체로 번집니다. 꽤 오래, 꽤 큰 반응으로. 물론 웃고 울고의 반복이었습니다만. 그거 보며, 이 영화 잘하면 천만 가겠다, 싶더라고요.
비슷하지만 다른 반응 하나가, 차태현 배우님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였습니다. 이 영화도 시사회에서 특이한 반응을 느꼈더랍니다. 영화 시작하고 초반에 반짝하던 객석 집중도가 확연히 떨어지더니 제 객석 좌우 라인 거의 대부분이 졸더라고요. 아 이 영화 망했구나, 하며 보는 중에 "특정 장면!" 다들 아실 그 마성의 장면에서 하나둘 깨어나더니 엉엉, 울기 시작하는데 정말 놀랍더군요. 같이 갔던 제 옆자리 분은 반응을 보고는 흥행 수치를 딱 맞히셨더라는...!
도그데이즈, 한줄평을 쓰기는 했는데 왠지 더 써야 할 것 같은 개인적인 의무감이 들어서...
아마 오래 제가 쓴 글을 보아왔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희 집 막내 만두입니다.(와, 올해로 11살이 되었습니다!) 용인시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입니다. 당장 내일 안락사 예정이었던 녀석...
이 녀석이 자꾸 눈에 밟혀 이 글을 쓰게 되네요.
도그 데이즈, 이 영화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키치한 영화입니다. 높은 예술적 고양이나 기치를 주는 영화도 아니고요. 그에 비해 지명도 있는 상당한 출연진이 다양하게 영화에 등장합니다.
여전히 고혹적인 윤여정 배우님을 비롯해, 이제는 원톱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왠지 삼시세끼를 늘 챙겨먹을 것 같은 유해진 배우님, 김윤진, 김서형, 정성화,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등이 각기 롤을 맡아 출연합니다. 특정한 배우가 극을 이끌기보다는 여러 주연이 플롯의 구조에 따라 씬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다자 주인공 구조. 그리고 이 씬과 씬을 개, 즉 그들이 연기하는 <도그 데이즈>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플롯을 잇습니다.
뭐 보기에 따라 실제 주인공은 개들입니다. 세 마리 반려견인 플로이드, 와와, 완다를 중심으로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이 부수적으로 영화에 개입하는 형태. 이들 각자의 사연이 각기 모여 플롯으로 기능합니다. 물론 앞서도 짚었지만 "키치"하다는 데에 모든 표현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크고 호탕한 웃음을 주지도, 그렇다고 펑펑 우는 눈물을 안기지도 않습니다. 예술적인 부분이 그것을 커버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두루뭉술 모든 요소요소에 하나씩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 잡식성, 느끼기에 따라 배열에 그칠 뿐입니다. 영화 속 윤여정 배우님이 분한 건축가가 탕준상 배우가 분한 라이더에게 가르치려 드는 부분은 거부감이 일 수도 있고요. 수치적인 면에서도 천만을 가겠다, 같은 결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 영화를 칭찬하실 것 같습니다. 장점이 분명합니다. 영화적 순기능이 분명하고 순수함으로 몰빵한 듯한 개들의 모습에 마음이 열리거든요.
영화를 보는 대부분 관객들은 영화 내내 슬쩍슬쩍 눈물을 훔치고, 꽤 높은 타율로 피식거립니다. 무엇보다 악의라고는 없는 개들이 출연하는 씬은 무장해제되어 사랑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하나 더 보태자면, 개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거나 유기견을 데려와 키우는 분들에게는 특정 몇몇 장면이 가히 치명적입니다. 눈물 버튼 탁! 누르는 느낌으로.
분명 최고의 영화는 아닐지언정 영화가 가진 순기능으로 관객을 충분히 즐겁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못 믿는 개만도 못한 세상에, 개같은 일들이 연이어지는 팍팍함에도, "플로이드, 와와, 완다"는 순수하고 치명적인 매력으로 관객에게 그저 사랑만 주는 희한한 영화, 라고 하면 이 문장이 읽는 분들에게 다가갈지요.
부담 없이 즐겁게, 내 감정의 순수함을 세 마리 반려견에게 맡겨보는 것도 좋은 영화적 경험일 듯합니다. 물론 개를 싫어하고 아직도 식용을 하는 분들에게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이겠습니까마는! 사람에게 지친 그런 날에, 힐링하는 영화로 한 번 감상하시기를 조심스레 권합니다. 흥행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 님 한 컷 더!)
추천인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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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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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봤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리뷰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저도 일찍 보게 됐는데, 강아지 키워본 적 없는 사람 또한 순수한 감동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날이 찬데 감기 조심하세요.
리뷰 감사합니다!
만두 항상 건강하길🙏
오늘도 행복하시고 한주 역시 더없이 행복하십시오.
즐겁게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