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유레카를 보고
리산드로 알론소 감독이 연출한 <유레카>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이자 그 에피소드가 전혀 다른 비주얼과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서부 시대입니다. 비고 모텐슨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한 마을에 들어섭니다. 그 찾는 사람은 다름 아닌 딸이고요. 딸이 납치되었다고 믿는 중년의 남자는 마을의 모든 사람을 죽여서라도 딸을 찾으려고 하죠. 근데 딸은 한 남자와 함께 있는데 아버지를 따르기는커녕 아버지에게 총구를 겨눕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바로 이를 지켜보는 모녀가 등장합니다. 앞선 이야기는 티비에서 방영되는 영화였고요. 흑백 영화로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로 돌아선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다코타 보호지역에 살고 있는 여자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유럽에서 건너 온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뺏긴 이 지역에서 경찰로 일하는 원주민의 피를 갖고 있는 이 여성은 경찰로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무전으로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여력의 경찰은 없죠. 모든 것을 홀로 위험한 것을 강담합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로 이어지기 직전 두 번째 에피소드 첫 장면에 등장하는 소녀는 큰 부리를 가진 큰 새로 변합니다. 새는 70년대로 돌아갑니다. 새는 금광 채굴자들에게 억압받는 자신의 조상을 묵도하게 됩니다.
뭔가 엄청난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작품은 비고 모텐슨과 함께 했던 전작인 <도원경>과 비슷한 괘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주민을 쫓아내고 그들의 모든 것을 박탈하는 인간들의 은유와 동시에 그들의 역사를 자신의 미래이자 '새'라는 매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부시대->현재(21세기)->70년대로 이어지는 이 구성도 독특한데요. '영화'라는 매체는 할리우드를 뜻하는 것이고 이것은 유럽에서 건너 온 백인들의 어찌 보면 가장 강한 무기 중의 하나라는 것을 초반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백 년이 넘은 현재에 이르러도 원주민의 피를 가진 경찰은 동료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직시하는 딸은 스스로 새가 되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새가 되어 과거로 돌아가서 바라봅니다.
영화 마지막의 새의 시선은 어떤 희망도 없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줘 너무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고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