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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 리뷰

소설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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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마3.jpg

 

 

""여성" "천재"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드물게 영화화 됩니다. 제가 따옴표로 표기한 한 문장 안에 벌써 두 개의 강조된 키워드가 나타납니다. 

 

여성 그리고 천재

 

제가 주제가 되는 그리고 보기에 따라 상투적인 키워드로 두 단어를 붙잡았지만 정작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힐마 아프 클린트의 치열했던 삶을 고찰해보면 과연 그게 합당한가, 하고 저 역시 반문하고 맙니다. 비록 쉽게 끌어가기 위한 표제어로 적었지만,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이 반전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생전 그녀가 보았더라면 분명히 "그렇게 이끌어가면 안 되지 않을까요?" 하고 되물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가까운 이웃일 것 같고, 또 어떤 이야기이든 잘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천재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위인전의 허상

과거에는 "위인전"이라는 특정 색인이 하나의 장르로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그에 반해 복잡하고 다단해진 현대의 콘텐츠에서 "위인전"은 이제 명맥이 사라져 갑니다. 무엇보다 "위인"을 어떻게 또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다다르면 "복잡과 다단"이 엄연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마련입니다. 

최근 리들리 스콧이 감독했던 영화 <나폴레옹>만 해도 <그를 황제로 볼 것인가. 또 특정 국가의 영웅으로 볼 것인가. 역시 특정 국가에 반하는 반 영웅으로 볼 것인가.> 등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거든요. 

여기서 하나 묻자면, 영화에서 나폴레옹의 곁에 있던 여인은 기억하시나요? 일부러 이름은 생략합니다만, 또 이 글에서 논외이기는 하나, 소위 흙밭에서 황실까지 다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더해서 희대의 영웅이랄 수 있는 나폴레옹마저도 쥐락펴락했던 주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대표하는 건, 바람기와 나폴레옹이 실제 표현했는지 알 수 없는 후대에 전해지는 몇몇 사랑 표현 정도가 전부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반문해 보면 결국 남성 중심 특히 영웅 중심의 서사를 꾸리는 위인전이 만들어낸 허상 때문입니다. 여기서 스스로 저에게도 한 번 자문해 봅니다. 

 

어린 시절 위인전에 여성이 있었어?

 

정말이지 소름 돋게도 기억하는 여성 위인은 몇몇이 전부입니다.

 

유관순, 퀴리 부인, 헬렌 켈러 정도...!

 

인류는 분명 여성과 남성이 함께 영위하고 만들어낸 역사일진대 위인전에 여성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가 아닐까. 

물론 또 한때, 강점기 친일사관에서 비롯한 몇몇 거짓 이야기 중에 이런 것들이 있었죠. 우리 역사에만 있다고 알려졌던 고려장! 특정한 국가의 역사를 특정 집안의 작은 줄기 정도로 치부한 이씨 조선. 그리고 조선에만 존재했다고 당당히 말해지던 남존여비! 

정말이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고려장은 우리나라에는 있지도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특정 지방에 있던 풍습이라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졌습니다. 이름 참 그럴 듯하게 지었죠, 고려장이라고. 이씨 조선이라는 이름, 그리고 민비 같은 단어는 우리를 부정하고 스스로 하대하려는 의도를 내포합니다. 사용하지 않아야 하죠. 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역사학자는 다시 배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남존여비는, 한글로 오고간 당대의 서간들이 발견될 때마다 틀렸다는 사실이 증명되고는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음에 계기가 된다면 더 쓰도록 하죠. 분서갱유나 조선사 편수회 같은.)

물론!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만 아니라 세계에도 위인전에 이름을 올린 여성은 왜 이렇게 적을까요?

바로 역사를 보는 관점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역사에서 특히 저와 비슷한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러나 묻히고 말았던 여성의 이야기에는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그런 사람은 누가 있었을까요?

 

 

힐마1.png.jpg

 

여성 그리고 천재

저절로 눈길이 갔던,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기에 누군가 발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가 됩니다. 언제나 그리고 당연하게도 영화의 소재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 <빅 아이즈>에서는 뜻하지 않게 남편을 천재 화가로 만들어버렸던, 그러나 진짜 천재화가였던 한 여성의 기구함이 스크린에 펼쳐졌습니다. 거짓과 허상으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던 마거렛의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충격도 또 그로 인해 감화를 넘은 감동도 느꼈습니다. 

까미유 끌로델 역시 떠오릅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미술실에 가면 으레 하나쯤은 있던 조각상 또는 모사화였던 <생각하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 천재였던 그녀의 기구했던 인생은 1989년 작에서는 아쉽게도 섹슈얼함에 가려진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이었던 2013년 영화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졌고 영화적으로도 낫지 않았던가. 

물론 영화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다루고 그려내야 흥행에 성공할까, 같은 주제는 "여성과 천재"라는 언뜻 양립하기 어려운 주제를 함정에 빠뜨리고는 합니다. 

만약 힐마 아프 클린트 역시 그녀의 삶을 서사극으로 재구성했더라면 성공보다는 실패하거나 묻혀버렸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어요, 개인적인 편협한 생각입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가 모르는 그러나 치열했던 삶을 살아낸 천재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를 건조한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은 2024년에 누린 호사이자 행운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녀의 삶을 다큐멘터리 내에서 다룬 키워드는 <추상화의 창시자>, <새로 써야 할 미술사> 등이었습니다. 이는 화자를 통해 전달되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의 화자에 왜 과학자가?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라고 하면 반드시 화자가 개입합니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인터뷰이를 옮겨가며 서사의 구조를 만들기도 하고, 때론 한 명의 화자가 극의 흐름 즉 서사적인 구조를 만들어 낭독하기도 합니다. 

힐마 아프 클린트에는 그를 대변할 수 있는 몇몇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큐레이터나 미술사학자, 후손 등이 대표적입니다. 가까이에서 본 후손이나 또 화가이기에 그림에 관해, 미술사적인 의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뜻 느끼기에 당연합니다. 즉 특별할 것 없는 전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과학자가 한 사람 등장합니다. 

이 과학자는 계속해서 힐마 아프 클린트와 원자, 분자, 입자 등으로 엮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화가 이야기에 왜 과학이 등장하지?

 

네, 그래야만 온전히 힐마 아프 클린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대의 최신 트렌드를 그림에 반영하는 적극적인 화가의 모습!

이는 다르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선진 문물에 대해 편견이 없이 듣고 수용하며 배우려는 열린 태도를 가진 사람이 바로 힐마였다는 것으로. 무엇보다 이 문물을 단순히 배우고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 나는 노력으로 그림에 적용합니다. 원자를 끊임없이 해석하고 그래서 수없이 그리는 식으로. 이때 원자로 해석한 그림만 해도 수십여 가지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녀의 천재성을 뛰어넘은 의지를 알게 됩니다. 

죽기 전까지 매일 그림을 그렸고 무엇보다 이를 기록했으며 나흘에 한 번 꼴로 그림을 완성해낸 불굴의 노력하는 작가로 말입니다. 

 

 

불굴의 노력이 결국 감동이 되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한우물을 십년만 파면 무언가 하나는 만들어낸다고! 

힐마는 특이하게도 과학을 믿으면서도 강령술에도 상당한 노력을 했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사실이기도 했던 이유가 동생의 죽음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성경에도 이러한 영을 부르는 행위가 없지 않았던 만큼 단순히 이단으로만 몰기보다 그 당대에 유행했던 하나의 첨단 패션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사람들이 뜻을 잘 알지 못하는, 위대한 게츠비의 "The Great"는 실제 위대해서 위대한 게 아니라, 1차 대전을 등에 업고 군수 또는 그 비슷한 유형에서 졸부가 된 사람들을 지칭했던 이제는 사라진 표현 즉 사어입니다. 다르게 말해 전쟁의 부산물을 등에 업고 졸부가 된 사람이 많았던 만큼 그들을 비꼬지만 앞에서는 위대하다는 말로 치켜세웠던 시기와 질투의 반대급부. 반대급부를 잠재우려 성대하게 여는 파티, 이게 특권처럼 <위대한 게츠비>에서 잘 드러납니다.

강령회 역시 비슷한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인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서 그리움의 대상인 죽은 이를 불러내어 만나게 해준다는 환상은 자못 그들만이 가지는 특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이 중심이 된 이러한 모임은 사회에서 차별과 소외로 내적 불만이 고양된 지식인들에게 환기의 장소이기도 했겠지요. 

단순히 이 모임이 "강령"으로만 그쳤을까, 하고 유추해 보면 아니었을 겁니다. 

얘기가 논외로 새는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새로은 지식에 적극성을 띠는 힐마의 성정을 대변한 일화가 아니었을까. 다만 이로 인해 그녀는 주류 예술계에서 적지않은 배척을 당했던 모습이 극중에 드러나더군요.

황급히 봉합하는 듯합니다만 제가 말하려는 핵심은 그것이죠. 

 

매일 그림을 그렸으며, 이를 게을리한 적이 없었고, 그 어떤 순간에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했던 화가!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그리는 대상에 대해 탐구하거나 사유한 2만5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남겨둡니다. 1882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니 그야말로 방대한 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선진 문물에 대한 수용과 지적인 탐구를 그림에 적용하려는 노력의 과정이자 결과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그녀의 그림이 바로 추상화였습니다!

네, 그녀는 처음으로 이 지구상에서 추상화를 그린 사람이었습니다. 단순히 천재라는 칭호를 넘어, 나흘에 한 번 꼴로 그림을 완성해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하고 다그치며 새로운 문물, 사상, 과학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낸 것도 모자라, 그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이를 그림에 적용하며 천재성을 뛰어넘은 노력의 지극한 경지로 일신우일신 발전해갔던 겁니다. 

여성, 천재, 이런 호칭이 아닌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로 말이죠!!! 그리고 그의 앞에는 이제 이 호칭을 붙여주어야 합니다. 

 

추상화를 만들어낸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

 

 

힐마5.jpg

 

추상화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화가의 등장, 힐마 아프 클린트

칸딘스키로 대표할 추상화의 역사는 뉴욕 현대 미술관이 주도한다고 합니다.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했던 <벨벳 버즈소>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술 특히 상업 미술계의 허상을 다룬 이야기는 자주 콘텐츠로 부각됩니다. 거대하고 또 연줄이 없으면 들어가기 힘든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상업 즉 돈이 만들어내는 가짜 예술의 세계는 추악함을 넘어 악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상업 미술의 세계는 이러한 부작용은 간단히 즈려밟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거대하고 곤고합니다. 이름을 언급한 칸딘스키만 해도 그의 그림이 수천만 달러는 호가한다는 사실을 문외한인 제가 알 정도입니다. 여기에, 아니 완전히 곤고해져 "미술사학"이라고 이름이 붙은 세계에 힐마 아프 클린트가 이름을 올리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이미 역사는 만들어졌으니까요.

 

이를 뒤집어 그녀를 미술사에 끼워넣는 일은 단언컨대 없겠지만, 그나마 뉴욕의 상업 미술관이 움직여야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런 불합리한!!!

그 불합리함을 피력하는 인터뷰이의 모습에서 많은 안타까움이 전해졌습니다. 이 글 역시 비록 지금은, 여성 천재 화가를 넘어 추상화를 만들어낸 그야말로 치열하고 부단했던 삶을 살아낸 한 사람의 이야기로 과정을 맺어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가 미술계에서 온전히 추상화를 만든 화가로 곤고해지기를 진심을 다해 바라게 되더랍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도 이 마지막 맺음이,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의 여정이자 압권인 대목이었습니다. 왜 다큐멘터리 그것도 먼 스웨덴에서 처음 듣는 사람 이야기에 울컥하고 마지막에 눈물이 맺힌 건지. 속으로 그랬답니다. 나 갱년기야? 그리고 속으로 이 말을 문장화하며 극장을 나왔더랍니다. 

 

 

여자라서가 아니라, 또 천재라서가 아니라! 40년이 넘게 매일, 2만5천 여 페이지에 새로운 지식을 글로 풀어내고 이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처음이자 마지막 노력가!! 그가 힐마 아프 클린트가 아니었을까!!!

 

흥하기를요!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힐마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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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5


  • 재연오빠

  • 이상건

  • 마노30

  • 즐거운인생
  • golgo
    golgo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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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대단한 선구자였네요. 영화 제목이 눈에 띄기 전까지는 존재조차 몰랐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16
24.01.18.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golgo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라고요. 글로 만들어진 지식을 헤체하고 그림으로 형상화한 게 결국 추상화였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14:18
24.01.18.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즐거운인생
영화에서는 만나기 힘든 지적인 호기심을 한껏 채워주더라고요. 재미있기도 했는데 왜 그랬는지 마지막에 울컥했더랍니다.

다큐멘터리입니다. 꼭!!! 기회 닿으면 보시기를 바랄게요.
14:35
24.01.18.
3등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나를 찾을 것인가. 하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찾게 된다. 우리는 모두 집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 아프 클린트가 생각한 미래는 사후 20년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긴 시간이 지나서야 도래하게 되었네요. 혹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겠지요. 소설가님의 리뷰를 보니 이제 곧 힐마의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정성스런 리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5:50
24.01.18.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마노30
감사합니다. 늘 좋은 일 가득하시고 번창하십시오. 무엇보다 행복하셔요!!!
17:32
24.01.18.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이름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16:52
24.01.18.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이상건
네. 감사합니다. 기회 닿으면 꼭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17:32
24.01.18.
저도 아주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인물을 탐구하고 제 인생을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림 감상은 덤으로...
18:01
24.01.18.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재연오빠
우와 보셨군요.
진심이 전하는 감동과 그림에 대한 숭고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다큐였어요.

오늘도 좋은 날 되시고 행복하셔요!!!
18:08
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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