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일기 (1988) 주윤발 두집살림 코메디. 스포일러 있음.
지금의 월드스타 주윤발을 보면 상상이 안 가겠지만, 젊었을 적 그는 망가지고 뒹구르는 슬랩스틱 코메디를 잘 했다.
왕조현과 주연한 장단각지연도 걸작이었고, 대장부일기도 상당히 히트쳤던 수작이었다.
나중에 보니, 이 영화는 원작이 있었고, 라이어라는 이름으로 연극 공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을 보아도 이 영화만큼 웃기지 않는다. 주윤발을 비롯한 배우들의 완벽한 코메디연기 그리고
출중한 연출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윤발의 끝없이 망가지는 연기는 워낙 뛰어나서, 이 영화가 안 웃길래야 안 웃길 수 없다.
주윤발은 증권업계에서 일한다. 어릴 적 꿈이 벤틀리를 타고 미인과 사귀는 것이었는데, 벤틀리는 샀는데
미인이 없다. 그러다가 비가 쏟아지는 어느 밤, 왕조현과 엽천문 두 미녀를 차례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누구 하나를 선택하다니 너무 잔인하다. 그래서, 주윤발은 둘 다 몰래 사귄다.
하지만 결혼을 해야 할 시기가 닥쳐오고, 주윤발은 고민한다.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될 대로 되라 하고 우선 왕조현을 만나러 갔다가, 그는 결혼반지를 실수로 왕조현에게 준다. 기뻐하는 왕조현 앞에서
주윤발은 물를 수도 없고 그냥 체념한다. 할 수 없다. 엽천문을 포기해야지.
그런데, 엽천문에게 가니까 그녀가 느닷없이 반지를 먼저 꺼내 주윤발에게 끼워준다. 그리고 결혼해주겠다고 한다.
마음 착한 주윤발은 누구 하나 실망시킬 수도 없고 해서 둘과 결혼한다.
물론 왕조현이나 엽천문은 이 사실을 모른다.
사내대장부 주윤발의 험난한 두 집 살림이 이 영화의 스토리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이 겹치고 터지면서, 주윤발의 비밀은 폭로되려 한다.
기막힌 잔머리로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을 아슬아슬 넘기면서 두 집 살림을 이어가는 주윤발의
상황코메디가 탁월하다.
의상실 사장인 왕조현과 스튜어디스인 엽천문은 서로 모른다.
스튜어디스라니. 외국에 나가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는 직업이 아닌가? 주윤발은 이를 잘 이용해서,
일주일 중 며칠은 왕조현집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엽천문집에서 두 집 살림을 한다.
하지만 자꾸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왕조현과 엽천문이 서로 알게 된다. 물론, 이들은 남편 주윤발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주윤발은 엽천문의 전화를 받고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말만 듣고 레스토랑에 간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가 왕조현이 아닌가? 그는 기발한 잔머리로 이런 위기들을 넘긴다.
하지만 그의 비범한 잔머리로도 헤쳐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그의 두집살림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주윤발은 비범한 잔머리와 똘끼로 이 난국을 타개하고 두집 살림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주윤발이 영화 중간에 부르는 very nice 라는 노래는 아주 웃긴데, 주윤발이 코믹한 목소리로
왕조현과 엽천문을 코러스걸로 노래 부른다.
"대장부는 나야. 나는 대장부. 두 여자가 나 아니면 못산다는데, 나 정말 피곤해. 그래도 난 대장부를 지켜나가야 해." 이런 가사다.
그러면 "맞아요. 맞아. 당신은 대장부."같은 식으로 장단을 맞추는 왕조현, 엽천문 코러스와 기막힌 합이
정말 웃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처럼 주윤발이 무대에서 왕조현, 엽천문과 공연하듯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멕시코 남자로 분장한 주윤발이 이 노래를 부르고, 다음 장면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래스를 낀 주윤발이
거리에서 색소폰을 분다. 정말 갖은 오도방정을 다 떤다.
하지만 결국 주윤발의 두집살림을 알아챈 왕조현과 엽천문이 서로 공모해서
주윤발을 골탕먹이기로 한다.
주윤발의 어딘가를 자른다는데, 거기가 어딜까(?)?
그런데, 테러리스트가 주윤발의 아내들(?)을 인질로 붙잡고, 주윤발은 목숨을 걸고 자기가 대신 죽으려 한다.
왕조현, 엽천문 동시에: 안돼요. 안돼. 내 남편이 총 맞는다구요.
테러리스트: 뭐야? 한명씩 말해. 도대체 누구 남편이야?
왕조현, 엽천문: 우리 남편이라구요.
테러리스트 선글래스를 벗으며 놀라서: 뭐? (헉)
결국 놀라느라고 헛점이 생긴 테러리스트를 왕조현과 엽천문이 해치우고,
주윤발은 "둘 중 어느 한 사람의 남편이 될 수 없어. 둘 모두를 떠나겠어."하고 등 돌리고 사라진다.
그러자, 왕조현과 엽천문은 둘 다 주윤발을 붙잡고 늘어진다. 자기들을 위해 대신 죽겠다는 남자인데, 감동했다.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참 웃기는 코메디다. 주윤발이 망가지는 슬랩스틱코메디를 하는 것이 놀랍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윤발은 원래 이런 배우다. 지금 월드스타 주윤발이 좀 멀어 보이지만,
당시 주윤발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친숙해하고 가까워하는 "우리의 주윤발"이었다.
이 영화와 장단각지연 그리고 가을날의 동화 정도가 액션스타가 아닌 배우 주윤발의 면모를 알게 해 줄 것 같다.
다 아주 훌륭한 로맨틱코메디 그리고 멜로드라마다. 보고 나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을 느끼게 해 줄
훌륭한 영화들이다.
추천인 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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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웅이 이 영화에서는 늘 당하는 친구역으로 나왔죠. 너무 웃겼습니다.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아직도 여기저기 리뷰도 되고 시간의 흐름을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살짝 유치하긴하지만 전 너무 재밌는거 같아요
영웅본색에서 악역이었던 배우가 친구로 나온것도 재밌었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