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 쿠로카와 소야 × 히이라기 히나타 인터뷰
――이번에 고레에다 감독님의 아역에 대한 연출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자료를 봤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본을 주지 않고 구두로 진행했는데, 두 사람에게는 대본을 주고 연기를 하게 했다고요. 굳이 변경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오디션에서 대사를 구두로 전달하는 방식도 시도해봤지만, 두 사람의 경우 사전에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았어요. 제가 늘 하던 방식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마다 정답을 찾다가 이번에는 두 사람에게 대본을 주기로 했죠. 그게 잘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고레에다 감독님 작품에 처음 참여했는데, 어떤 점이 기억에 남았나요?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쿠로카와: 감독님이 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커피를 마실 때는 접시가 달린 커피잔을 사용하고, 물을 마실 때는 유리컵을 쓴다. 마시는 것에 따라 그릇의 재질이나 질감이 달라지니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고레에다: 그것은 자신을 ‘그릇’에 비유해서 어떤 모양으로, 어떤 재질로, 거기에 무엇을 담을지, 그것이 따뜻한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 그 인물을 연기할 때 그런 이미지로 감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였어요.
쿠로카와: 저 나름대로 이미지를 떠올려서 해봤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감정을 신체의 어느 부위로 바꿔서 표현해 보라는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 즐거움은 춥지만 배가 따뜻해지는 즐거움이라든지, 외로움은 손끝이 조금 아플 정도로 외로움이라든지. 몸의 어딘가와 감정을 겹쳐서 연기해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어려웠지만 기억에 남았어요.
--배우로서의 감각을 갖추고 있네요. 마음이라는 모호한 것을 몸으로 포착해 자신의 안에서 확실히 잡아내는 건 상당히 배우답다고 생각해요. 히이라기 군은 어떤가요?
히이라기: 저는 촬영 전의 만남을 기억하고 있어요. 대본을 읽거나 리허설을 하는 게 아니라 저와 쿠로카와 군의 관계를 깊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공원에서 많이 놀았어요.
쿠로카와: 배드민턴을 하거나 숨바꼭질을 하거나 했어요.
히이라기: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촬영에 몰입하기 쉬웠어요.
쿠로카와: 감독님과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극중 미나토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될까라고 말한 것에 빗대어) 감독님이 히이라기 군과 제 역할이 다시 태어나면 어떤 동물이 될지 비유해 주신 것이 재미있었어요. 요리는 병아리였고요.
히라기키: 미나토는 뭐였지?
쿠로카와: 음...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감독님도 병아리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죠?
고레에다: 나도 병아리였나? 너무 귀여운데(웃음)
히이라기: 그리고 대본에 ‘(저는) 2시’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 괄호가 무슨 뜻일까 싶어서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감독의 상냥한 표정을 흉내 내며)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상냥한 표정으로.
히이라기: 네. 그러다 보니 대사의 의도를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 대사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해야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부가 됐어요.
--답을 제시해 주시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하는 생각은 없었나요?
히이라기: 처음부터 답을 받는 것은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니까...답을 받고 연기하는 것과 생각하고 연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고레에다: 대단하죠? 더 이상 할 말이 없죠?
--잠깐, 압도당했어요. 두 사람 모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네요.
고레에다: 오디션 때부터 그랬어요. 어떻게 하면 그 역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했고, 핵심적인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어요. 카메라 밖에서 보면 어린아이 같은데, 연기하는 데 있어서는 프로페셔널한 배우였어요.
--개인적으로 비밀기지 장면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비밀기지의 유토피아적인 느낌, 정말 둘만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화면에서 흘러나왔어요.
쿠로카와: 열차 내부 인테리어도 저희 둘이서 직접 했어요.
--그랬군요! 대본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한 건지,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쿠로카와: 대본이 있는 부분도 있고, 애드리브도 있었어요. 촬영을 하지 않을 때 둘이서 기차놀이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신 감독님이 ‘그거 좋네!’ 라며 장면에 넣어 주신 적도 있어요. 두 사람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해 주셨던 것 같아요.
히이라기: 영화에 반영이 되어서 기뻤어요. 제가 만든 것이 영화에 나오는구나 싶어서요.
--고레에다 감독님 작품 중에 어떤 작품을 좋아하나요?
히이라기: 저는 <어느 가족>이요. 하지만 모든 작품이 다 좋았어요.
쿠로카와: 저는 <괴물>을 찍고 나서 감독님의 작품을 봤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좋아하지만...그래도 <괴물>이 제일 좋아요.
고레에다: (박수) 이렇게 답할 줄도 알고(웃음).
쿠로카와: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 제 얼굴이 화면에 크게 비춰졌을 때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보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 들었어요.
--몰입감이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각각의 파트에서 각각의 시점에 감정 이입을 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해 나간다고 할까요? 그건 감독님의 수완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촬영할 때 ‘복수 시점의 구성’을 어느 정도 의식하셨나요?
고레에다: 연기해달라는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촬영 현장에서 복수 시점의 구도를 의식한 적은 없었어요. ‘시점이 바뀌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만을 의식하고, 빛을 비추는 각도에 따라 인물이 다르게 보이도록 했어요. 배우 여러분들의 연기가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어요. 이제 남은 건 편집에서 어떻게 일관성을 가져가느냐가 관건이었죠.
히이라기: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조언을 해주시고, 저도 대본을 읽고 생각하면서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토리 구성까지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 장면이 오면 그 역할로 그 자리에 서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인터뷰에서는 ‘테이크를 거듭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고레에다: 평소보다 테이크가 많았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이번에는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야기성이 강하기 때문에, 제가 평소 영화에서 그리는 것은 일상을 잘라내어 묘사하는 ‘삶의 조각’인데, 이번에는 스토리텔링을 강하게 그린 극영화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어요.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어떤 카메라 워크, 어떤 카메라 포지션이 적절한가. 그런 선택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촬영감독인 콘도 류토 씨도 함께 고민해 주셨어요.
--감독님은 ‘사카모토 씨가 쓰는 인물 중에는 내가 쓸 수 없는 인물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인물이 여기에 해당하나요?
고레에다: 글쎄요...특정 캐릭터라기보다는 ‘폭’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본을 읽으면서 탁월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아들이 선생으로부터 ‘너의 뇌는 돼지의 뇌야’라는 말을 들었다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 되요.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사랑이 지나쳐서 선생에게 ‘머리에 돼지 뇌가 든 건 당신이잖아’라고 말해버리죠. 그 반전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가장 상처받은 말을 상대방이 누구든 간에 자신도 하게 되는 무서움. 자식을 끔찍이 생각하는 엄마라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부분까지 인격이 확장되는 인물 묘사가 압권이었어요.
--인간의 다면성의 폭이 넓다는 이미지일까요?
고레에다: 이야기에 양면성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그리는 인물은 좀 더 좁지만, 사카모토 씨가 그리는 인물상은 폭이 넓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예를 들어 교장 선생님이 슈퍼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를 넘어뜨리는 장면이 있어요. 섬뜩한 장면부터 행복을 이야기하는 부분까지 그려낼 수 있는 설득력과 캐릭터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짚어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그 다면성과 폭이 넓다는 것이 <괴물>이라는 제목으로 귀결되는 것 같네요.
고레에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린 것은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는, 한 발자국만 내딛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늪에 빠질 수도 있고, 빠져나올 가능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말하자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희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소한 ‘괴물 찾기’를 계기로 사람이 빛과 같은 것을 발견하는, 그 인간의 변모는 훌륭한 각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일본 Movie 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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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아이들 너무 귀여움 ㅎㅎ
호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 인터뷰도 있으니 시간되실 때 읽어봐주세요😊
갠적으로 서울의 봄 담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
전 서봄이랑 함께 꽂힌 올해의 영화입니당😊
어느 영화가 좋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 귀엽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