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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건 레이디 82분서 (1979) 가장 더러운 핑쿠영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418 4 8

 

 

 

흠, 여주인공 미카는 차갑고 도도하고 날카로운 여형사다. 악명 높은 82분서에 속해 있다. 말하자면, 치외법권같은 부서다. 아무나 못 들어가는 부서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될 때, 집에 돌아온 미카가 하는 행동이 보여진다. 

집이 쓰레기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난장판이다. 미카는 빨래가 하기 싫어서

더럽게 쌓여 있는 속옷 빨래들 중에서 재활용할 것이 있나 살펴본다. 

모두 더럽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빨래를 한다. 

방안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보니 이미 상해 있다. 미카는 마시던 우유를 바닥에 뱉어 버린다. 

미카가 누드로 방안을 돌아다닌다. 그러더니, 관객들의 관음증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몸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아 대변을 본다. 

줄거리와 하등 상관 없는 장면들이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상당히 흥미로운데,

이 영화 세계관 내에서는 캡틴 마블같은 미카의

신화성이 이미 산산조각난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한다. 

평범한 감독같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미카의 신화성을 견고하게 쌓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영화가 이런 식이다. 

줄거리 진행과는 상관 없는 장면들 (주로 미카의 누드가 나오는 장면들)이 나오고 

중간중간 줄거리 진행 장면이 끼어드는 아주 루즈한 구성이다. 

 

뇌물스캔달을 일으킨 어느 대기업 배후에 

악랄한 야쿠자조직과 고위층이 연관되었으리라는 첩보에 

미카가 투입된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희생양을 하나 만든 다음 사건을 덮기 위해, 

중역 한 사람을 투신자살로 위장시켜 살해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산으로 간다.

 

미카는 야쿠자조직 두목을 쫓는데,

흠, 갑자기 브레이크가 안 듣는 거다. 그래서,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내려가

오토바이 폭주족들과 부딪친다. 

오토바이 폭주족들과 미카 간 카 체이싱이 도시에서 벌어진다. 

줄거리 진행상 야쿠자조직 두목을 추적하는 씬이 나와야 하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폭주족들과 

카체이싱을 한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지프차까지 어디선가 나타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된다. 

잘 조율되고 계산된 스턴트가 아니라, 오히려 영화를 산으로 가게 만드는 스턴트라니!

 

미카는 멋들어지게 이들을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맥없이 잡힌다. 그런데, 알고 보니 폭주족들이 야쿠자조직원들이었다는 두루뭉실한 전개로 

넘겨 버리고, 다시 뜬금없는 장면들이 길게 이어진다.

 

 

 

야쿠자들은 마약을 먹여 미카를 폐인으로 만든다. 

마약을 먹고 헤롱헤롱하는 미카를 강간하는 씬이 나온다. 뭐, 암시만 하고 넘어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적나라하게 다 보여준다. 그것도 한번 하고 끝나나 했더니, 또 한다. 

그리고, 폐인이 된 미카카 누드로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관객들의 관음증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기가 토한 토사물을 밟고 더러워진 몸으로 비명을 지르는 

누드다. 

 

그리고, 쓸모 없어진 미카를 죽이려고 쓰레기장으로 데려간다. 

누드로 도망가는 미카를 뒤에서 총으로 쏜다. 

진짜 쓰레기장에서 찍어서, 미카의 몸에는 쓰레기물이 잔뜩 묻었고, 많은 파리들이 진짜 붙어 있다.

저거 위생상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더럽게 찍었다. 

이거 감독이 의도적인 것 아닌가? 

 

이러다 보니, 벌써 영화가 종반으로 향해 간다. 그동안 미카가 뭐 한 것 있나?

줄거리라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영화를 막 찍었다. 

하지만, 감독의 뭔가 예리한 시선이 느껴진다. 치밀한 줄거리와 전개, 서스펜스, 잘 안무된 스턴트같은 것을

의도적으로 조롱하고 반대로 간다. 최소한 위의 것들을 비슷하게하도 해 보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반대로 간 것이다.

 

야쿠자의 흑막은 고위층 총리실 비서다.

아마 총리를 대놓고 하기가 그래서, 비서를 내세운 것일까?

비서는, 자기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은행강도를 조작해서 여론조작을 하려 한다. 

아마, 당시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장면으로 또 한 십분은 때운다. 은행강도가 주연이 아니라, 미카카 주연이니까, 

은행강도는 잠깐 그리고 이들을 잡는 미카의 활약이 주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미카는 잠깐, 그리고 은행강도가 주가 된다. 

그것도 사이코들이라서 은행여직원들을 한 줄로 놓고서 총으로 쏴 죽인다. 

무슨 홍콩영화에서 총알이 무한히 나오는 총도 아니고, 은행강도들이 쏘는 총은 총알이 무한히 많다.

 

그러더니, 영화 마지막 몇분 동안에 후다닥 미카가 총리실 비서와 야쿠자 두목을 죽여 버리고 영화가 끝난다. 

다 합쳐서 한 일분은 되려나? 뭐, 이렇게 후다닥인가?

 

굉장히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다. 왜 이런 형식을 빌어야 했는지, 이런 특이한 형식을 빌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지금 와서는 잘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참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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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4

  • spacekitty
    spacekitty
  • Robo_cop
    Robo_cop

  • 옥수동돌담길
  •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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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일본이 이런 영화 만들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16:03
23.12.14.
BillEvans 작성자
옥수동돌담길
실험적이라는 생각까지는 안 들고, 그렇더라도 뭔가 반골적인 반전통주의같은 것이 느껴지고, 걸작은 아니지만 매력은 있고, 뭐 그렇습니다. 무난하게 잘 만든 영화보다는 백배 낫다는 생각입니다.
16:38
23.12.14.
profile image
그런 지저분한 장면들이 나오는 이유는.. 페티시 겠죠 ㅎ
17:43
23.12.14.
BillEvans 작성자
spacekitty
그런 매니악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이 대중과는 반대로 가는지라, 역시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23:10
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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