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5
  • 쓰기
  • 검색

the horsemen (1971) 아프가니스탄 기수들의 이야기.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341 2 5

 

 

 

아주 특이하게 아프가니스탄 기수들에 대한 이야기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헐리우드 자본과 헐리우드 스타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다. 오마 샤리프 그리고 잭 팔란스, 리 테일러 영 등은 헐리우드 스타배우들이다. 

감독은 존 프랑켄하이머다. 역시 헐리우드 스타감독이다. 

각본은 달튼 트럼보인데, 이 사람에 대해서는 영화까지 나왔다. 헐리우드 스타 각본가다.

왜 이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 관심을 가져서 이런 영화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들이 그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실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이라는 소재를 빌려서 

지극히 서구적인 주제를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가급 배우들, 감독, 각본가가 협업한 영화답게 걸작이다.

굉장히 처절한 영화다. 

 

 

 

 

 

잭 팔란스는 투센이라는 늙은 족장 역을 맡았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기수 - 즉, 말 타는 사람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경마대회라는 것은, 얼마나 빨리 말을 모느냐 같은 얌전한 것이 아니다. 

목 자른 송아지 시체 하나를 놓은 다음, 수십명 기수들이 말을 몰아 이 시체를 가지고 가장 먼저 정해진 장소에 놓는 것이다. 규칙 없다. 채찍으로 사람을 치든, 말로 들이받든 다 허용된다. 말도 사람도 이런 격투 와중에 쓰러져 죽어가기도 한다. 그래도 신경 안쓴다. 

잭 팔란스는 이런 경마 와중에서, 다른 사람들은 옷깃 한번 못 잡아볼 정도로 날쎄고 신출귀몰했다. 

얼마나 경마술이 좋은 지, 송아지 시체를 갖고 정해진 장소에 가는 대신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며 

다른 사람들을 놀릴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그런 그는 이제 늙었다. 현자가 되어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만, 예전처럼 패기만만하고 사나운 

영웅은 아니다. 

 

 

 

그의 아들이 오마 샤리프가 분한 우라즈다. 똑같이 명기수로 이름을 날리는 오만한 사람이지만, 아버지만큼은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경쟁심 비슷한 묘한 기류가 흐른다. 둘 모두 한계상황에 자기를 맡기고 

생명과 죽음 사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아프가니스탄적인 영웅이라기보다 

서구적인 영웅들처럼 보인다. 파멸과 극한상황이라는 단어가 삶이라는 단어에 내재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잭 팔란스는, 아들 우라즈를 포함 다섯명에게 수도에서 열리는 경마대회에 참여하라고 명령한다. 

죽을 지도 모르는 대회이지만, 당대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공포보다 더한 영광이다. 오마 샤리프는 이 경마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거의 승리할 뻔한다. 하지만 송아지 시체를 들고 가다가 결승점에 몇 걸음 안 남은 위치에서 

안장이 풀리고 땅에 떨어진다. 그리고 다리가 부러진다.

 

어쨌든 마을의 다른 대표가 우승을 차지한다. 마을은 명예를 지켰지만, 오마 샤리프는 패배했다. 

 

자존심 강한 오마 샤리프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의기양양한 우승자 곁에서 패배자로 함께 돌아가길

죽음보다 더 싫어한다. 그래서 부러진 다리를 절며 마을로 돌아간다.

그것도 넓고 편하고 빠른 길을 놓아두고 눈 내리는 험한 산을 넘어간다.

오마 샤리프는, 다리에 한 기브스를 하인더러 깨 버리라고 한다. 기브스 때문에 공기나 햇빛이 다리에 닿지 않아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그리고 상처 자리에다가 코란 한 페이지를 찢어 덮는다. 

이런 다리로 바위길을 건너 산을 올라가니, 다리는 계속 썩어간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다. 왜 오마 샤리프는 부러진 다리로, 아무도 건너길 두려워한다는 험하고 눈 내리는

산을 넘어갔을까? 자기 다리가 썩어가고, 자기 생명이 서서히 꺼져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그가 수도에 남아, 다리가 낫기를 기다렸다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돌아왔다면, 부러진 다리 정도는 금방 나았을 것이다.

영화는 이 주제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 이런 해석 저런 해석이 다 가능하다. 

그는 열이 심해지고 다리는 썩어가고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자기를 이런 상황에 몰아넣은 사람이

오마 샤리프지만, 또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참 역설적이다. 

그렇게 삶에 집착을 보일 것이었으면, 왜 이런 무서운 상황 속으로 자길 몰아넣었단 말인가?

 

그는 천행으로 다리를 잘라 목숨은 건진다. 

하지만 기수로서는 끝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기 잘린 다리를 보인 다음, 떠돌이 도박꾼을 따라 유랑의 길에 나선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디 부족에도 속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는 불가촉천민 취급이다.

자존심 강한 부족장의 아들 오마 샤리프는 불가촉천민인 방랑자가 되어 끝없이 헤메다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떠돌이 도박꾼 곁에서 말을 타고 산 너머 멀리 사라져가는 오마 샤리프의 뒷모습은 굉장히 처절하다. 

 

영화가 굉장히 강렬하고 정서적이고 처절하다. 

말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은 경마를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경마대회에서 우승해서 권력과 부를 얻겠다는 것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잭 팔란스와 오마 샤리프는 다르다. 그들에게 말은 그 이상이다. 

잭 팔란스는 아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같은 사람들이다. 파멸을 엿보아야 하는 처절한 사람들이다."

그는 아들을 이해한다. 불가촉천민이 되어 떠나가는 아들을 말리지 않는다. 

 

영화는 굉장히 모호하다. 오마 샤리프가 그렇게 자기 파멸을 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잭 팔란스가 

아들을 그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허하게 자기도 뭔지 모르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명확하게 

그 안에서 어떤 정서적 감정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객들더러 이것이 뭔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뭔가.. 명예에 집착하다 파멸하는 남자의 이야기네요. 소재도 배경도 요즘은 보기 드문 이야기고...
지금은 사라진 로망이 있을 것 같습니다.
09:52
23.08.24.
BillEvans 작성자
golgo
그것이 니힐리즘적인 초인같기도 하고, 경마에 목숨을 건 기수의 정점같기도 하고, 그런 이미지입니다. 오마 샤리프가 마지막에 자기 마을을 떠나는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영웅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안 해도 될 자기 파멸을 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잭 팔란스는 그를 이해하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마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그의 앞에 자꾸 나타나서 미래를 예언하고 마지막에 데려가는 떠돌이 도박사는 신비로운 인물이구요. 그럼 오마 샤리프가 파우스트박사일 수도 있겠네요.
12:42
23.08.24.
2등
한때 쾌남의 상징이셨던 오마 샤리프 배우님이시군요
12:00
23.08.24.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세계 제일 포커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었던 비상한 머리에 여자를 유혹하는 데 도가 튼 사람, 평생 미식을 즐긴 미식가, 일류호텔에서 사치스런 삶을 평생 산 사람 그리고 거기 더해서 배우까지 - 그 사람이 오마 샤리프죠. 말년에 사치에 쓸 돈을 벌고자 엉터리 z급 영화에 얼굴 한번 비추고 돈 받아가고 했는데, 손자가 "할아버지는 왜 이런 영화에만 나와?"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서, 그 다음에는 수준급 영화에만 나왔다고 합니다. 대신, 성공한 아들이 돈을 대 줬다고......
12:49
23.08.2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도뷔시]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3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22:17 806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20:46 1568
HOT <데드풀과 울버린> 휴 잭맨의 복귀, 케빈 파이기는 반... 3 카란 카란 1시간 전09:00 279
HOT Three amigos (1986) 체비 체이스, 스티븐 마틴, 마틴 쇼트 ... 4 BillEvans 1시간 전08:08 182
HOT 영화화되는 <목요일 살인 클럽>, 넷플릭스에서 공개 4 카란 카란 2시간 전07:22 514
HOT 요아킴 뢴닝 감독이 올린 '트론 아레스' 촬영완료 샷 1 NeoSun NeoSun 1시간 전08:31 263
HOT 빈 디젤, '리딕 4' 공식 복귀 예정, 8월 프로덕션... 1 NeoSun NeoSun 1시간 전08:41 354
HOT 제임스 건 감독 <슈퍼맨> 슈트 공개 14 Joopiter 8시간 전01:10 2694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특별관 포스터 모음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4 294
HOT 오늘의 쿠폰 소식입니다^-^ 3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1시간 전08:11 469
HOT 작년 넘버1 순수익 영화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5억5천90... 2 시작 시작 1시간 전08:02 344
HOT 가필드, 슈퍼맨 패러디 3 카란 카란 2시간 전07:06 425
HOT 패스트 라이브즈 저에겐 인생 영화였네요. 3 Salix 8시간 전01:12 783
HOT 살인자 관점의 호러 [인 어 바이올런트 네이처] 상영중 관객... 3 시작 시작 3시간 전07:01 544
HOT 미아 고스 <맥신> 새 스틸들 2 카란 카란 3시간 전06:58 399
HOT 2024 멧 갈라 참석자들 사진 2 시작 시작 3시간 전06:53 366
HOT [영 셸든] 피날레 에피소드 짐 파슨스,마임 바이알릭 스틸 공개 2 시작 시작 3시간 전06:39 212
HOT <슈퍼맨>을 위한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피지컬 2 카란 카란 3시간 전06:37 580
HOT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IMAX 포스터 2 시작 시작 3시간 전06:36 675
HOT 은하철도999(자막) 에니박스에서 5월4일부터 8시 1 내일슈퍼 7시간 전02:42 343
HOT 2024년 5월 6일 국내 박스오피스 3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594
HOT 이번달(5월), 지금까지 본 영화들 5 LCN3 LCN3 10시간 전23:50 645
1135483
image
NeoSun NeoSun 1분 전10:00 6
1135482
image
NeoSun NeoSun 7분 전09:54 68
1135481
image
NeoSun NeoSun 17분 전09:44 121
1135480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9분 전09:42 68
1135479
image
NeoSun NeoSun 28분 전09:33 107
1135478
normal
로다주 41분 전09:20 234
1135477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09:00 279
113547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56 211
113547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55 145
113547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48 144
113547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41 354
1135472
normal
NeoSun NeoSun 1시간 전08:34 169
1135471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31 263
113547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29 131
113546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7 162
113546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27 201
113546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6 235
113546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08:24 294
1135465
normal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1시간 전08:11 469
1135464
image
BillEvans 1시간 전08:08 182
113546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07 159
1135462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08:03 188
1135461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08:02 344
113546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7:43 268
1135459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7 199
1135458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6 161
1135457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5 198
1135456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5 211
1135455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07:22 514
1135454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07:06 425
1135453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07:01 544
1135452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07:01 480
1135451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06:58 399
1135450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06:58 295
1135449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06:53 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