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itt (1968) 스티브 맥퀸 - king of cool 스포일러 있음.
불리트는 샌프란시스코시의 형사반장이다. 약간 가부장적인 데가 있어서, 아래 형사들을 끝까지 돌본다.
"내 밑의 아이들 건드리면 내가 가만 안 둔다" 이거다.
밑의 형사들도 불리트를 사랑하며 자기 목숨을 맡긴다.
집요하고 늘 팽팽하고 두뇌회전 빠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쏜 총알이 직선으로 궤도를 향해
질주하듯 그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늘 죽음, 살인, 폭력 속에 묻혀서 살아가고 있으니,
여자친구가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느냐?"하고 질려할 만하다.
다른 사람들은 한번 보기만 해도 토하고 난리가 나는, 목졸려 죽은 시체, 독살된 시체같은 것들을
매일 끝없이 보며 살아야 하다니 - 다른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옥을 다룬 영화에서, 세상 끔찍한 것들을 다 보면서, 영원히 그 속을 헤메야 하는 주인공 그 자체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이거다.
영화 맨 마지막에 불리트는,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온다. 모두 다섯명이 죽었다. 그리고 그 중 셋은
자기가 죽였다. 자기가 죽인 시체들이 불에 타는 것까지 보았다. 그는 무표정하게 그것들을 노려보았지만,
과연 속마음까지 그랬을까?
집에 돌아온 그는, 얼굴을 씻은 다음,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들여다본다.
단단한 외면은 깨져나가고, 거기 보이는 것은 고통에 일그러지고 절망적인 사나이의 얼굴이다.
그것이 불리트의 진짜 모습이다. 사실 이 장면이 진짜 강렬하다.
불리트의 여자친구는 아름다운 디자이너다. 아름답고 성격 좋아서 친구들도 많다. 행복하고 안락하고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산다. 불리트가 사는 삶과 정반대다.
그녀는 영화 내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불리트가 사는 삶이 얼마나 지옥인지, 그것을 훤히 드러내주는
역할이다. 불리트는 여자친구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여자친구가 친구들과 행복하게 대화하는 사이,
불리트는 굳어진 표정으로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다.
아침에 살해당한 중요한 증인에 대한 생각인가? 증인을 지키다가 총에 맞고 빈사상태에 빠진 부하에 대한
생각인가? 불리트 혼자 소외되어 있다.
그녀는 남자친구 불리트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불리트를 뒤따라온다. 그리고, 불리트가 조사하는
총에 맞아 이미 썩어가는 시체를 우연히 본다. 여자친구는 토하며 난리가 나고, 불리트와 자기 사이에
있는 거대한 간격을 느낀다. "도대체 인간이, 이런 환경 속에서 이런 잔인함을 늘 목격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불리트는 여자친구를 위로한다. 그는 프로페셔널하게 이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영화 마지막에 밝혀지듯이, 그도 여자친구나 다름 없는 사람이다. 이것이 역겹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 추격씬은 전설 중 전설이다.
센프란시스코 거리를 비워두고 진짜로 추격씬을 펼쳤다. 그것도 우리나라 그랜져에 해당하는
포드 머스탱과 닷지 차저를 가지고. 진짜로 질주하면서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달려서,
현실감이 장난 아니다. 오늘날 발레같은 스턴트와는 다르다.
두명의 살인청부업자들이 불리트의 자동차를 몰래 뒤쫓는다. 불리트는 무심한 표정으로 차를 슬슬 몰아간다.
살인청부업자들은 자기들이 잘 해내고 있다 믿고 미소를 띤다.
그런데, 불리트가 탄 차가 갑자기 사라진다. 살인청부업자들이 당황하고 여기저기 헤메니까,
갑자기 살인청부업자들이 탄 차의 백미러에 조용히 다가오는 차가 나타난다. 불리트의 차다.
그리고 도망가려는 살인청부업자들과 이를 뒤쫓는 불리트 간에 미친 질주가 시작된다.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한 샌프란시스코 지형의 매력을 잘 살렸다.
급한 경사의 길을 미친듯 질주해 내려오면서, 길의 굴곡을 타고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쿵 하며 착지하기를 반복한다. 실제 레이서이며 스포츠카 레이싱에 참가하기도 했던
스티브 맥퀸이 직접 몰아서, 다른 스턴트맨이 몰다가 편집만 해서 주인공 얼굴을 붙인 것과는 다르다.
이 영화는 king of cool 로 불리던 스티브 맥퀸의 매력을 백퍼텐트 감상할 수 있는 걸작이다.
정말 쿨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터뜨리는 그의 강렬한 내면연기까지.
한번 쏘면 궤도를 벗어나는 일 없이, 목표에 충돌해야 멈추는, 불리트의 며칠 간 살인사건 해결 과정 -
그 팽팽한 긴장감과 강렬하게 응축된 에너지를 관객들도 함께 경험하게 한다. 흔치 않은 영화적 경험이다.
감독도 패셔너블하도 쿨한 스타일로 영화를 연출해서, 영화가 굉장히 세련되어 보인다.
P.S. 이 영화를 보고 신성일이 포드 머스탱을 사와서 당시에는 비어있다시피한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달렸다고 한다. 당시 신성일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다.
추천인 6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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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치적 영향력이라고는 없는 영화 스타였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죠. 원래 영화배우들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김승호가 사망했을 때, 장례식을 잘 치르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죠.
하지만 저는 솔직히 박정희가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룬 장본인이라고 평가합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박정희의 위업은 세종대왕을 능가합니다
세계사를 통털어서 박정희 같은 근대화 업적을 이룬 통치자는 별로 없을 겁니다
만일 80살 이상 장수 했다면 몇편의 훌륭한 걸작을 더 남겼을 텐데요 정말 안타까왔습니다
다만, 스티브 맥퀸, 말론 브란도, 더스틴 호프만 이런 분들은 성격이 결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죠. 스티브 맥퀸도 상당히 건방 스러운 사람이었죠
황야의 7인에서 선배 율 브리너가 스티브 맥퀸을 캐스팅해서 주연을 시켜 주었는데 스티브 맥퀸이 율 브리너를 씹은 거 같더군요
그래서 율 브리너가 스티브 맥퀸하고 다시는 일 안한다고 했음
다만 스티브 맥퀸이 죽기 전에 율 브리너와 통화해서 두 사람은 화해 했다고 함
빠삐용에서도 더스틴 호프먼과 매우 애틋한 친구 관계로 연기하지만, 실제 두 사람은 사이가 매우 나빠서 거의 싸울 지경이었다고 함
서로 개자식이라고 욕할 정도로 사이가 나빴음...ㅎㅎ
물론 더스틴 호프먼 역시 성격 좋은 사람 아니죠. 메릴 스트립과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찍으면서
메소드 연기한다면서 거의 망동을 하는 수준이었죠 (이유 없이 귀싸대기 때리고, 암으로 죽은 남친 모욕하고)
아무튼 스티브 맥퀸은 쿨 가이였
제목과 포스터는 익숙합니다. 꼭 보겠습니다.
저도 제목만 들어본 영화네요. ㅎㅎ
신성일 일화가 재밌네요.^^
당시엔 그랬을만하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