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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 (2006) 일급 로맨틱 코메디.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987 23 30

 

 

MBC 텔레비젼에서 제작한 코메디라고 알고 있는데 맞나?

당시 MBC 코메디언 배일집, 조연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온다. 사실 영화라기보다 텔레비젼 연속극이나 코메디 스케치를 많이

연상시키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렴한 티가 많이 난다. 

그런데 나올 당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은 로맨틱 코메디물이다.

말하자면 SNL 스타가 영화를 만들면서 SNL 스타일로 담백 코믹 발랄한 로맨틱 코메디를 연상하면 된다.

 

연애쑥맥에다가 여자 손 한번 잡아본 적 없는 박용우는 대학강사다. 여자들이 달라붙어 떼내는 것이 오히려 곤란한 잘 생긴 친구가

부럽다. 연애비결을 묻자 친구는 "그냥 이야기만 잘 들어주면 돼. 그러면 여자들이 알아서 넘어와."하고 답한다. 도움이 전혀 안된다. 

여자를 굉장히 사귀고 싶은데 도저히 안된다. 그러다가 아랫층 아파트에 젊은 여자 최강희가 이사 온다. 귀엽고 뭔가 지성적이고 

여성스럽다. 박용우는 원래 여자에게 서툰 사람답게  최강희와 만나자 마자 사고를 친다. 최강희는 박용우를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다. 최강희는 나중에 진실을 알고 미안한 마음에 박용우와 오히려 친해진다.

 

 

 

여기까지는 평범하게 잘 만든 로맨틱 코메디다. 하지만 곧 이어 반전이 등장한다. 최강희는 연쇄살인범이다. 아마 최강희는 

룸살롱 접대부였던 모양인데, 그래서 그녀 주변에는 기둥서방이니 건달이니 이런 사람들만 꼬인다. 그 말인즉슨, 최강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살인을 계속 저지른다는 것이다.  최강희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면 로맨틱 코메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녀는 내가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만, 누가 건드리지 않거나 이유가 없으면 그냥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감정을 느낄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이기는 커녕 감정이 너무 풍부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각본이 실로 훌륭하다. 최강희와 박용우가 차츰 만나 사랑을 쌓아나가는 플롯이 치밀하게 구축되어 있는데, 그와 동시에

최강희가 주변 사람들을 죽여나가는  플롯도 동시에 구축된다. 둘이 따로 놀지 않고 굉장히 밀접하게 동시에 진행된다. 최강희가 

박용우와 행복하게 데이트하고 돌아오니, 기둥서방이라는 작자가 위협을 하고 어찌어찌 막장상황까지 갔다가 최강희가 

기둥서방을 죽여 버린다. 김치냉장고를 사서 시체를 토막내 저장해두고, 피를 닦으러 세척제를 사러 나갔다가 박용우를 만나 

로맨틱한 장면이 나오고, 그 다음 시체를 묻으러 산에 가고 하는 식이다. 굉장히 치밀하게 구축되어서 산만하거나 느슨하거나 

따로 노는 장면이 없다. 그리고 발랄 로맨틱 코믹한 분위기가 영화 내내 유지된다. 최강희가 박용우와 데이트하든 사람을 죽이든 

시체를 묻으러 산에 가든 항상 발랄 코믹 로맨틱한 분위기 내에서 이루어진다. 심지어는 죽인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으려 

시체를 식칼로 토막내는 장면에서도 최강희는 사랑스럽고 분위기는 코믹 로맨틱하다.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매우 훌륭하게 구축되어서 아무리 조금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 개성이 아주 분명하고 다채롭다. 

가령 선우선이 맡은 역은 별로 비중 있거나 대사가 많은 역도 아닌데, 개성이 너무 뚜렷하다. 차갑지만 매력적인 여인인데

박용우가 짝사랑한다. 선우선은 박용우가 짝사랑하는 것을 차갑게 끊지만, 박용우가 자길 짝사랑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가 박용우가 최강희를 만나 행복해하자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둘 사이를 훼방 놓으려 한다. 뭐 이 영화 속 존재감이 굉장히 선명하다.  선우선 때문에 박용우와 최강희가 오히려 사이가 진전된다는 줄거리도 아주 현실적이다. 

선우선 남자친구는 늘 선우선 곁에서 이 모든 것을 다 지켜보면서도 선우선 감정의 움직임을 눈치 못챈다.

그러면서도 선우선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것도 현실적이다.  캐릭터들이 굉장히 통통 튄다. 

 

대사가 한 줄 한 줄 자연스러우면서도 통통 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살아 숨쉬는 대사란 이런 것이다. 물론 훌륭한 배우들이 대사를 잘 구현해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저예산에 어딘지 무대 연극같은 느낌도 준다. 그래서 대사들이 더 잘 귀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최강희가 사람을 죽이고 산에다가 시체를 묻는다. 아는 동생을 억지로 데려가서 땅을 함께 파는데, 동생이 쭈뼛뿌뼛하다가 

"언니, 이따가 땅 다 파고 저도 묻으실 건가요?"

"아니, 그건 왜?"

"구멍이 너무 넓어서 혹시 2인용이 아닌가 해서 좀 껄쩍지근하네요."

"어제 네 오빠 (지금 자기가 죽여 땅에 파묻는 사람임)는 더 땅을 크게 팠어."

"하긴 오빠가 일을 대충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긴 해요."

"그래. 네 오빠를 보고 참 느낀 것이 많아. 나는 지금까지 여자라는 것을 스스로 한계 세우며 일을 대충대충 해 온 것 같아. 앞으론 열심히 살아야겠어."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몰래 한밤중 깊은 산에 묻으면서 이런 대사를 나눈다. 

 

변호사 이희도는 최강희가 사람을 죽여 빼앗은 돈을 자기가 사기 쳐서 빼돌리려 한다. 

"야, 그 무식한 여자가 돈이 있으면 뭐 하냐? 이탈리아로 도망가는데 거기서 피자밖에 더 사먹겠냐? 

그런애 돈을 빼돌리는 것은 애국이야, 애국. 외화 유출 몰라? 그걸 막는 거야."

 

MBC에서 조연 아니면 단역만 하던 배우들이 한풀이라도 하듯이 자기 연기력을 한껏 발산해낸다. 열연들이다. 에너지들이 팍팍 넘친다. 

 

로맨틱 코메디하면 그 발랄하면서도 통 통 튀는 설레는 느낌 아닌가? 이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의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박용우나 최강희나 로맨틱 코메디 연기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명연기를 보여준다. 착 착 사랑을 쌓아나가는 장면을 구축해낸다.

최강희의 4차원적인 캐릭터 연기는 전설적이다.

 

박용우와 최강희가 헤어지는 장면도 굉장히 감동적인데, 눈물 쏟으면서 굉장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지만 

그 이유가 최강희가 연쇄살인범이라서 헤어지는 것이니 내용은 코메디가 된다. 

 

'연쇄살인범은 사랑하면 안되나요?"  "내가 사람을 둘만 죽였어도 옥바라지 하면서 기다렸을 텐데 셋이나 죽였네."

이런 이별 대사를 하며 눈물 콧물을 쏟는다. 당사자들만 슬프지 관객들은 웃기다. 

 

규모가 작은 로맨틱 코메디이지만, 내가 보기에 각본 구성 연기 모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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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Evans 작성자
다크맨
명연기의 정석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6:04
22.07.20.
profile image 2등
박용우 특유의 말투 기억나네요.
당시 비수기 2루타 흥행작.
15:55
22.07.20.
BillEvans 작성자
명성군
연기가 다들 출중했다고 생각합니다. 주연은 주연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존재감이 대단들 했습니다.
23:52
22.07.20.
profile image

로코 안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진짜 좋아해요!!

아직 못보셨음 방구석1열 이 영화회차도 꼭 찾아보세요 진짜!! 최고에요

16:01
22.07.20.
간달프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6:02
22.07.20.
Jack_Napier
삭제된 댓글입니다.
16:04
22.07.20.
BillEvans 작성자
Jack_Napier
굉장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영화죠.
00:02
22.07.21.
profile image

헤어질 결심 보면서 달콤 살벌한 연인이 생각났었어요. 어쩜 그렇게 만나는 상대가.. 이정도면 탐색기 아닌가요? ㅋㅋㅋ

16:05
22.07.20.
BillEvans 작성자
클라우드
박용우 대표작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00:02
22.07.21.
BillEvans 작성자
코카콜라만세
로맨틱 코메디와 슬래셔무비 결합이죠. 이런 분야 영화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영화만큼 사랑스러운 영화는 드물듯 합니다.
00:05
22.07.21.
니코라니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6:37
22.07.20.
BillEvans 작성자
니코라니
당대에 히트 치고 평도 지금까지 좋은 듯한데 안타깝네요.
00:05
22.07.21.
BillEvans 작성자
국어책
재미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영화의 미덕이죠.
00:06
22.07.21.
극장에서 볼 생각 없었는데 친구랑 시간 맞는게 이 영화뿐이라 별 기대 안하고 봤는데 배 찢어지게 웃었던 기억납니다
16:43
22.07.20.
BillEvans 작성자
als
아주 웃겼습니다. 심지어 지금 봐도 웃깁니다.
00:07
22.07.21.
BillEvans 작성자
땀돌이
엄청난 흥행 성공까지는 아니고 준수하게 흥행은 했던 기억이 납니다.
00:07
22.07.21.
BillEvans 작성자
미로미
요즘 다시 보아도 재미있더군요. 낡아서 생명을 잃은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00:09
22.07.21.
BillEvans 작성자
뽀로뽀로미
박용우는 못하는 쟝르 연기가 없습니다. 일세를 풍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바로 그 밑 어디쯤은 했던 배우인데요.
00:12
22.07.21.
profile image
박용우 인생작일 정도로 찰떡 캐스팅이었던 영화죠. 당시 꽉찬 관객들과 보면서 거의 몇분마다 웃음 터졌던 영화로 기억해요.ㅎㅎ
20:43
22.07.20.
BillEvans 작성자
김갱
박용우 대표작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괴상한 캐릭터를 아주 미친 듯 연기해냈죠.
00:13
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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