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않던 의문점들 중심으로 본 랑종 3회차 관람기(랑종 및 곡성 스포 포함)
vip시사회로 1회차, 유료시사회로 2회차, 그리고 오늘 개봉일에 3회차 마쳤습니다.
나홍진 제작자의 전작 곡성을 너무나 인상깊게 봤고 오컬트쪽에 나름 관심이 있는지라 이번 랑종도 3번씩이나 보게 되었네요. 영화속에 숨겨진 디테일이나 생각해볼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1회차와 2회차동안에 의문을 품었던 질문들을 먼저 정리해보겠습니다.(여기서부터 스포일러 난무합니다)
랑종 1,2회차때 풀리지않던 의문점들
1.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유는 무엇인가?(믿음을 잃어서, 바얀신의 자비로운 안락사 등의 의견들이 많음)
2.막판에 노이에게 빙의했던건 노이의 말처럼 바얀신이 맞았던걸까, 아니면 바얀신인 척 하는 악령이었던건가?
3.바얀신상의 머리를 자른건 누구인가?
4.노이에게서 바얀신(혹은 악령)이 빠져나간뒤 노이를 불태워 죽인 밍에겐 바얀신이 빙의된건가 악령이 빙의된건가?
크게 이 4가지가 2회차 관람을 통해서도 답이 내려지지않던 의문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3회차 관람을 통해 정답이라 할수는 없지만 제나름의 해답은 찾게 되었네요.
1.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건 믿음을 잃어서+바얀신의 자비로운 안락사처리 라는 두개의 의견이 모두 부합되는 사건인듯 합니다.
작중 님이 영화속에서 퇴장하는 시기는 바얀신상이 참수된걸 보고 혼자서 퇴마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후 싼티를 찾아간뒤, 싼티와 하얀 실로 함께 묶어 '의식이 성공하려면 님과 나(싼티)가 합일을 이뤄야한다'는 멘트와 장면이 나온 직후부터입니다.
그 장면 이후 한참동안 님의 모습은 영화속에서 보이지않다가 자다가 죽은 시신의 모습으로 등장하죠.
1번 질문에 대답하려면 3번질문에 대해 제가 내린 해답이 선행되어야하기에 1번 질문의 답은 잠시 미루겠습니다.
2.막판에 노이에게 빙의했던건 노이의 말처럼 바얀신이 맞았던걸까, 아니면 바얀신인 척 하는 악령이었던건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히 내려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노이에게 내려온건 바얀신이 맞는것 같습니다.
영화 중반부쯤에 밍에게 들어온 악령이 님이 너 뭐냐고 묻자 바얀신이라고 개드립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의 밍의 모습은 누가 봐도 바얀이 아닌 다른 존재가 바얀을 사칭하며 님을 조롱하는것처럼 보이는 반면,
노이가 바얀신이 느껴진다면서 바얀신이 임했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동안 믿지도않고 체험해본적도 없던(영화 초반부에 님과의 대화에서 미리 암시가 되죠.) 노이의 진심으로 경이로워하고 더 나아가 황홀경을 느끼는듯한 표정으로 연출이 됩니다. 전반부의 밍의 바얀 사칭장면과 유사한 장면이지만 연출톤과 배우의 얼굴표정이 확연히 달라요. 밍의 바얀 사칭장면때는 밍의 얼굴보단 그 상황에 포커싱을 맞췄고 밍의 표정도 조롱조의 연기였다면 노이의 바얀내림선언은 경탄과 황홀을 느끼는 노이의 얼굴에 촛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은 뒤에 나오는데, 부적으로 도배된 방에서 탈출해서 그 집에 있던 모두를 학살하고 폐공장으로 온 밍을 보자마자 '바얀신의 이름으로 너같은 잡귀따위는 산산히 박살내주마'라는 식의 간지대사를 날리며 퇴마를 시도합니다.
만약 노이에 들어온게 바얀이 아닌 악령이었다면, 밍에게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을뿐더러, 자신과 같은 팀인 악령이 일갈하며 퇴마를 시도하는데 밍에게 씌인 악령이 엄마라고 부르면서 저항하지도 않았을 겁니다.(부적도배방에서 탈출할때 마닛 아기 울음소리 흉내낸거랑 비슷한 상황)
결국 모성애때문에 바얀신빙의가 풀려버린 노이는 죽음을 맞이하게되죠(직전에 아기때문에 정신나가서 부적도배된 문을 열어제낀 마닛의 아내와 같은 상황)
다만 노이에 빙의된게 바얀이라고 간주할 경우 한 가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그럼 바얀(노이에게 내려진)은 왜 향을 거꾸로 꽂아서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을 죽였는가?
향을 거꾸로 꽂는 행위가 실수가 아닌 의도적행위이고 또한 종교적으로도 굉장히 불길한 저주를 받는 행위라는건 확실하죠.
그리고 왜 카메라맨들은 빙의가 안되고 멀쩡하고(뭐 사실 카메라맨들이 빙의가 되버리면 카메라 돌릴 사람들이 없어지니 영화가 성립이 안되는 영화외적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의식에 참여하던 싼티의 제자들,그리고 마닛만 빙의되어 도륙을 당했는가.(결과적으로 카메라맨들도 빙의된 자들에 의해 올킬당하긴 합니다만)
이 의문점이 3번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해결이 됩니다.
3.바얀신상의 머리를 자른건 누구인가?
핵심적인 단서이자 복선이 영화 초반부에 등장합니다.
밍이 취재팀에게 요즘 같은 꿈을 계속 꾼다는 얘기를 하죠.
그 내용을 들어보면 덩치가 크고 괴상한 부적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으며, 큰 칼을 휘두르고 발을 방방 구르는 남자가
어떤 남자의 머리를 자르는 꿈을 계속 꾼다고 합니다.(또는 그 남자 앞에 잘려진 머리가 있다.이건 기억이 가물가물)
이 얘기를 곰곰히 되새겨보면 모든 조건이 싼티와 바얀신의 잘려진 머리와 부합한다고 봅니다.
싼티가 여러 부적들을 사용하는것도, 첫 등장때 싼티가 발을 방방 구르며 의식을 집행하는것도, 싼티가 큰 칼을 의식중에 휘두르는것도
모두 명확하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밍의 꿈속 잘려진 머리의 남자를 극중에서 상징하고 비유되는건 오로지 바얀신상의 잘려진 머리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잘려진 머리의 남자가 무언가를 계속 말하려고 하는데 자신은 그 말을 알아들을수가 없다는 말을 하죠.
이것은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꿈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고하는 예지몽이라는것을 뜻하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잘려진 목의 남자가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자하나 그 꿈을 꾸는 주인공은 그 얘기를 알아들을수가 없다....
곡성에서 천우희가 연기한 마을수호령과 일광에게 현혹된 종구의 대화와 관계가 떠오르게 만드는 상황이죠.
그리고 이런 직접적인 단서 외에도 간접적으로 묘사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바얀신상의 목이 잘려진걸 보기전에는 님은 혼자의 힘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싼티와 그닥 큰 차이 없어보이는 다른 퇴마사를 노이가 찾아갔을때 격렬하게 반대하며 본인이 해결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었죠.
그러던 님이 태도가 극적으로 바뀐게 바로 바얀신상이 참수된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님은 조력자가 필요하다며 싼티에게 밍을 데리고 제발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싼티와의 극중 첫 조우장면에서 '여전히 한심한 의식을 하고있구만'이라고 힐난하고 싼티는 '나도 먹고 살아야지'라고 속물적근성을 드러내죠.
곡성에서 일광이 한것처럼 노골적으로 살굿 날리는데 돈 천만원 준비하라는 장면은 나오지않지만, 아마 싼티는 일광 못지않은 아니 태국화폐기준으로는 일광보다 훨씬 더 많은 금전적이익을 밍의 퇴마의식 덕분에 얻었을겁니다.
싼티가 공짜로 그런거 해줄 사람 아니라는건 여러가지 장면으로 암시가 되어있죠.
그리고 이 상황이 바얀신상이 참수된 일로부터 촉발된 것이고,
곡성에서도 거의 유사한 상황이 있었죠. 외지인이 효진이를 건드리고, 그로 인해 종구가 외지인과 한패인 일광을 찾아가 굿을 부탁하는 상황.
그래서 저는 바얀신상의 머리를 자른건, 밍의 반복되는 예지몽속에서 괴상한 부적들을 주렁주렁 달고있고, 큰 칼을 휘두르며 발을 방방 구르면서 어떤 사람의 목을 자른 그 인물과 가장 극중에서 유사하며(사실 싼티외엔 비스무리한 캐릭터 자체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바얀신상참수를 통해 큰 이득을 얻게 된 싼티(또는 그 제자들)라고 생각합니다.
이 3번의 결론에 따라 2번질문의 답에서 파생된 '그럼 왜 바얀은 싼티의 제자들을 다 몰살했는가?'라는 질문이 해결되죠.
4.노이에게서 바얀신(혹은 악령)이 빠져나간뒤 노이를 불태워 죽인 밍에겐 바얀신이 빙의된건가 악령이 빙의된건가?
이 부분은 제작진이 어느 쪽으로나 생각할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를 위한 장치가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노이에게서 바얀신이 빠져나가고나서 제정신을 차린 노이가 내 딸 돌려달라며 절규할때 노이의 주변으로 찍히던 수많은 발자국들입니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이 찍히고나서 밍이 또다시 어떤 존재에 의해 빙의가 되는듯한 부르르르 장면을 보여준뒤, 노이에게 휘발유를 뿌려 불태워 죽이죠.
이것만 보면 그동안 밍에게 빙의안됐던 추가적인 다른 원혼들이 밍에게 더해져서 노이를 불태워 죽인걸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만,
제가 주목했던건, 노이를 죽이는 방식과 그 상황에서의 밍의 분위기입니다.
극중에서 밍이 사람이나 짐승을 해치는 다른 모든 방법과, 노이를 죽이는 장면은 상당히 톤이 다른데요.
밍이 노이 외의 다른 존재를 해치고 죽이는 장면들은 모두 뜯어먹거나 삶아먹거나 찔러죽이거나 카메라로 패거나, 이런 식의 그야말로 악귀나 개의 원혼이 연상되는 그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이었다면,
노이를 죽이는 마지막 밍의 행위는 그전까지의 행위들과는 사뭇 다르게 휘발유통을 들고, 휘발유를 붓고, 심지를 당겨 불을 붙이는등 상당히 인간적인, 또는 제의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노이가 최후의 희생자이자 원혼들 입장에선 마지막 복수대상이고, 그 폐공장에서 살해된 사람들이 불에 타죽었음을 감안할때는 말그대로 함무라비식의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처형방식이기 때문에 마지막 처형이니 세레모니+불타죽었으니 불태워 죽인다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합니다만.
이걸 노이에게서 떠난 바얀이 마지막 남은 바얀신가문의 생존자(이미 그 시점에서 노이는 밍에게 공격당해 숨이 끊어져가던 상황이었음)인 밍에게 빙의하여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거부하고 속이고, 그것도 모자라 죄많은 가문과 결혼하여 신성한 바얀신가문의 피를 더럽혔으며, 그 죄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이 형상화된 상의 머리까지 잘라지게 만든 노이를 스스로의 손으로 심판하는 장면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노이의 그동안의 행적들은 바얀입장에선 만번 쳐죽여도 모자랄 패악질이 맞죠. 당장 기독교 구약성서만 보더라도 구약의 여호와는 자신을 배반한 이스라엘백성들에게 정말 무자비한 복수와 심판을 내립니다. 여호와가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타종족이야 뭐 제노사이드,홀로코스트가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진멸을 명하기도 하구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 마지막 밍이 노이를 불태워 죽이는 행위는,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거부하고, 기만하고, 속이고, 부정한 가문과 엮여서 스스로도 죄를 짓고 그 가문의 죄까지 대물림받은 노이에 대한 심판이자 처형이자 정화작업(불로 무언가를 태우는 행위는 과거 연금술이나 오늘날의 제철작업등으로도 볼수있듯이 부정한 것을 태워서 정결하게 만드는 의미가 내포되어있죠) 이라고 해석해도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되네요.
다 쓰고보니 1번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걸 쓰려고하니 애초 예상보다 더 많은 디테일과 단서,의문점들을 정리하는게 필요해서,
다음 글로 넘기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순수하게 영화를 본후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자 해석이고, 제가 3회 관람에도 불구하고 착각하거나 놓친 장면들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린 부분이 충분히 있을수 있으니, 제 감상이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과, 제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과 그 이유들을 말씀해주시는것 환영하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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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원래 1회차에서 끝낼려고 했는데 다시 확인차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어지게
되네요. 2회차까지 달려보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 중간에 밍이 도망갔을때 님이 그들?이 모두를 속였다고 했는데 그들이 누굴까요?
2. 그 마지막 퇴마하러갈때 차에 이차는 빨간색입니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2.빨간색이 귀신을 쫓는데 차 새로 뽑을 돈도 도색 새로하기도 싫으니 그냥 조잡하게 퇴마용으로 귀신을 속이려고 붙인것같아요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좋은 해석 감사합니다~~
와. .생각도 못한 디테일들을 캐치하신 것 같네요. 글 잘봤습니다.
바얀신상 목에 대한 해석이 독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