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 (1946) 영화가 시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은 정말 유니크한 영화다. 위대한 시인 장 콕토가 시로 쓴 영화이다. 뭐 유명한 시인이 감독이 되어 성공한 예가 없지는 않다고 말하신다면,
그것은 직업이 시인이었던 사람이 감독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인이 시로 쓴 영화라는 것이다. 애초에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 영화가 따르는 것은 시의 문법, 상상력과 환상의 문법, 비약과 함축과 숨김의 문법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아무 엄청난 경험이다.
컴퓨터 그래픽 도입 이전에는 상상력의 극한에 다다른 불가사의한 영화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영화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감탄과 함께.
가령 아래 장면을 보시면 사람들이 분장하고 들어가서
움직이는 조각, 움직이는 촛불 등을 아주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요즘에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하지만 1940년대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아도 이 영화는 충격이다. 헐리우드 판 미녀와 야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특수 효과는 줄지언정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블럭버스터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환상이다. 시이다. 함축적이고 신비롭다. 전적으로 우리가 아는 영화 문법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환상을 그리려는 것도 환상을 재현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환상 그 자체다. 시인의 영감 그 자체다.
야수의 눈이 참 맑고 슬퍼보인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분장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불을 비추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다.
야수가 실제로는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야수 역과 미녀의 동네 난봉꾼 사냥꾼 역을 같은 배우가 한다. 이것도 무슨 상징일까?
가령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 이렇게 벽을 뚫고 순간이동을 하는 장면을 사람들은 경탄의 눈으로 보았을 것이다. 실제 영화를 보시면 여기서 보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인상적이다. 이것은 슬로우비디오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얻을 수 없는 수공업 특유의 생생한 아름다움이 있다. 영어로 organic quality 라고 하나?
마지막 장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데, 야수와 미녀가 서로 껴안고 하늘을 날아간다. 환희와 열정의 순간이다. 장 콕토는 이 장면에서 날아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런 것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시와 환상 속에서 엄청난 도취와 열광, 환희가
용솟음친다. 그리고 영상은 그것을 표현한다. 이 장면은 시가 개연성, 논리, 영화적 문법을 압도해 버리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참 위대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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