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2017)
어느 시골마을이 배경인데, 워낙 할 것이 없는 이 마을에서는
불꽃놀이 축제가 마을의 주관심사다. 마을 사람들도 이 이야기만 하고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불꽃놀이가 옆에서 보면 평면으로 보일까, 아니면 원으로 보일까 토론을 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적한 시골마을, 한여름의 그 신선하고 청록빛 분위기, 풋풋한 아이들의 사랑같은 것을 잘 그려냈다. 정말 생생하다.
이 애니메이션은 감상적이고 이미지 탐구에 파고드는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들 애니메이션들은 스토리 텔링을 외면한다.
스토리를 자잘하고 아름답고 섬세한 이미지들로 분해한 다음 그 이미지들을 겹치면서 그 안에서 스토리가 떠오르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별 이야기가 없는 것을 길게 늘였다고 비판들을 한다. 하지만 감독이 스토리 텔링을 중시했다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다. 이 애니메이션의 약점은 여기 있다. 화려한 이미지들이 지나가고 겹치고 하면서 그 안은 공허해진다. 아니, 감독이 화려하고 참신한 이미지들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영화는 더 공허해진다. 스토리는 여러 이미지들로 분해되어버리는 가운데 여기저기 산만하게 흩어지고 만다. 이것은 감독의 한계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클라이맥스가 없다. 화려한 이미지들을 마구 터뜨리면서 여기가 클라이맥스라고 막 눈치는 주는데,
감정의 고조가 없다. 감독이 그동안 감정의 고조를 쌓아올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투명함, 화려함 일변도로 가는 것도 문제다. 세상에 불꽃놀이만 있는가? 영화 내내 주구장창 불꽃놀이만 터뜨리면 어쩌자는 건가? 더러운 이미지, 추한 이미지도 세상에 있는 것이다. 쓰레기 하나 그림자 하나 없는 나프탈렌 냄새 나는 거리, 시골역, 집같은 것이 너무 인위적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분은
보는 내내 유리조각들, 투명한 보석, 파란 하늘, 화려한 불꽃놀이만 보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로만 가득한 세계가 바로 이 애니메이션의 무대다.
소년들이 불꽃놀이가 옆에서 보면 평면인가 둥그런가 보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스탠 바이 미같은 영화에서 숱하게 나왔던 자아 찾기 여행의 일종이다. 소년들은 자신들이 살아왔던 좁은 세계를 초월하여 더 먼 곳을 보고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한 감정적 호소력이 있기 때문에 재탕도 많이 되었던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쿨한 척 하느라 그리고 이미지들 나열에 신경쓰느라 "그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이럴 거면 애초에 이 이야기는 왜 꺼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중심 스토리는 노리니치라는 소년 눈에 비친 나즈나라는 소녀의 성장기이다. 어머니 재혼 때문에 토쿄로 이사가야하는 소녀 나즈나가 가출하려는데 노리니치 보고 같이 가자한다. 하지만 노리니치는 그것을 못하고 나즈나가 어머니한테 붙잡혀가는 것을 바라만보게 된다. 노리니치는 불꽃놀이를 보며 이것을 후회한다. 뭐 그것은 좋다고 하자. 그런데 문제는, 노리니치가 타임 슬립을 해서 과거로 돌아가 나즈나와 함께 가출을 하는 데 있다. 이 타임 슬립이라는 것이 개연성이나 아무것도 없이 뜬금없이 이루어져서 "지금 뭐하자는 거지?"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온다. 그것도 이런 타임 슬립을 서너번은 한다. 원래 이와이 슌지의 원작에서는 타임 슬립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오죽 속터졌으면 이와이 슌지가 자기 드라마를 정리하여 소설로 출판했을까?
실격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 원작이라고 하는데, 이와이 슌지 감독 러브레터가 약간 이미지 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생한 인물 구축, 사건들의 치밀한 배열 그리고 감정을 계속적으로 쌓아올리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확 터뜨려버리는 노련함이 있다. 그냥 스토리가 뭔지 인물 성격이 뭔지도 모르게 주구장창 눈 쌓인 설원만 보여주다가 오겡끼 데스까를 영화 내내 한 100번은 한 것이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이 딱 그런 애니메이션이다. 이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또 감독할 기회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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