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오지호가 괜찮은 배우인지 모르겠다. 젊었을 때 좀 느끼하고 너무 동떨어지게 잘 생겼다 하는 느낌은, 나이가 먹어갈수록 자연스러운 얼굴로
익어가는 것 같다. 지금은 오지호의 얼굴을 보면서 배우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아버지 역할을 할 때, 그리고 아내와 티격태격하는 남편의 역할을 할 때, 그의 표정은 자연스럽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 영화에서 꽤 괜찮은 배우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감정이입을 하면서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정말 슬퍼한다기보다 슬퍼하는 연기를 열심히 하려 한다 하는 느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오지호는 정말 좋은 퀄리티의 영화에 나오면서 자기 한계까지 혹은 그 너머까지 연기하도록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이 한 꺼풀을 벗고 나면, 오지호는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차에 나오기 전 김민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악몽이라는 영화는 전형적인 중2병 영화라는 생각이다. 현실과 환상이 겹치다가 어느 것이 현실인지 어느 것이 환상인지 모르는
뒤죽박죽 상태라는 주제는 영화나 소설에 너무나 많이 등장한 것이라서 좀 식상하다. 아마 오지호 본인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새로운 자기만의 것을 영화에 녹여넣었어야 하는데, 감독이나 각본이나 좀 역량 부족이었던 것 같다.
조각조각난 시간과 공간, 사람들 간의 관계가 뒤죽박죽 결합되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조화와 혼란을 동시에 이루어야 하는 영화인데,
한 조각에서 다른 조각으로 스무스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덜커덕거린다. 그마나 장면 장면이
흥미롭지도 않다. 오지호가 배우들 중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사실도, 이 영화의 수준을 말해준다. 오지호도 아마 굉장히
답답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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