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며느리 (1965) 최은희의 감독 겸 주연작. 걸작. 스포일러 있음.
남편 신상옥감독이 민며느리는 걸작이다 하고 단언했다는데,
과연 그렇다. 한국영화사상 이보다 더 웃긴 영화는 없으리라 확신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등장인물들을 잡아내는 그 방식이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살려내는 수준을 넘어서서
손에 확 잡히도록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개성이 일상생활에서 발휘되는 것을 그려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감독으로서의 자의식같은 것은 없다. 등장인물들에게 관객들이 감정이입하도록,
한 발 물러서서 아주 자연스럽게
천의무봉으로 그들을 그려낸다. 배우로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것이
감독으로서의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던가? 자연스러움, 호소력, 유려함, 자연스러움 속에 드러나는 깊이 있는 묘사 등이 감독으로서의 최은희의 스타일이다. 너무 힘들어서 세 편 만들고 그만두었다는데 아깝다.
그런 바탕에서 등장인물들이 개그를 펼치니까 안 웃길 도리가 없다. 황정순이니 최은희니 김희갑이니 서영춘이니
다 대배우들이다. 황정순과 김희갑이 개그를 주거니 받더니 하는데
정말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코메디 콤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최은희는 몰락한 양반댁 딸인데, 돈때문에 벼락부자 배좌수집 어린아이에게 시집온다.
업어 키운다는 것이 딱 맞는 상황인데, 어린 신랑 복만이역을 맡은 아역배우가 너무 웃긴다. 화장실도 혼자 못가고,
업어달라고 하고, 새 잡아달라고 하고, 오줌 누게 옷 묶은 끈 풀러달라고 하고, 매일 귀찮게 군다.
최은희는 매일 "신랑이 이것도 못해!"하면서 꿀밤을 준다. 최은희의 시어머니 황정순은 매일같이 최은희를
못살게 군다. 전형적일 수도 있는 인물들인데, 최은희는 이 등장인물들에게 생기와 숨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로 만든다. 이것이 감독의 가장 중요한 재능이 아닐까? 등장인물들을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놀라운 스피드 감각.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흥성거리며 유쾌한 스피드를 찾아내서 영화 끝까지 절묘하게 이것을 유지한다.
최은희가 시달리다 못해 병이 나서 친정으로 쫓겨나고
어머니는 한 채 남은 집을 팔아 딸의 약값을 댄다.
그리고, 집도 절도 없이 방랑의 길을 떠난다.
최악의 암울한 상황인데, 최은희는 이 장면을 더 없는 코메디로 만든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암울한 최은희의 시집살이를 굉장히 암울하고 고통스럽게
그려낸다. 미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유머를 찾아낸다. 이것을 코메디로 승화시킨다.
씁쓸함과 고통이 배어있는 폭소다. 최은희의 시집살이가 금방 끝날 리 없기에,
이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코메디다.
불세출의 코메디언 서영춘이 지금 보아도 생기가 느껴지는 코메디를 한다.
하지만 정말 이 영화의 코메디를 책임지고 웃기는 사람은 황정순이다. 대배우는 코메디를 해도 일급 중의 일급 코메디를 한다.
웃음 정도가 아닌, 폭소가 끊이지 않는 코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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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분은 여기서 보셔도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