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다 <파과>를 보고 (스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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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이 구병모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파과>를 보고 왔습니다. 원작이 작년에 창작 초연 뮤지컬로 제작된 것에 이어 두번째 각색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원작 소설을 미리 읽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혹독한 겨울의 계절감을 드러내는 오프닝으로 인물의 전사를 직관적으로 소개합니다. 그렇게 일단은 순행적으로 인물을 소개하는 친절한 화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곧바로 노년이 된 주인공 ‘조각’의 현재 씬을 붙여서 노화를 대비시켜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초반부 영화의 자잘한 사건이나 꾸준히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오버랩하는데 이를 통해 인물의 동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회상으로 과거를 풀어냈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과거를 먼저 보여주고, 계속적으로 과거와 교차하는 식으로 냉혹한 ‘조각’이라는 주인공이 어떤 동기로 변한 것고 맞지만 그보다 원래부터 생존하기 위해 지금의 양상을 띌 뿐이지 온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각’이 변화에 있어 가장 큰 동기가 되는 인물이 바로 ‘강선생’인데, 사실 그에 앞서 과거에서 주인공을 ‘손톱’으로 변화시킨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류’입니다. 두 인물은 그 행동양식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조각’을 살려줬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인물의 행동이 겹치는데 ‘조각’ 역시 ‘강선생’에서 ‘류’를 떠올리기도 하죠. 사실 캐릭터는 전혀 다른 두 인물이지만 본질이나 극적 기능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뮤지컬에서는 1인 2역으로 캐스팅하기도 했습니다. 극 중 두 인물의 출연 비중이 적긴 하지만 그 중요도가 꽤나 상당하기도 한데 뮤지컬처럼 1인 2역으로 캐스팅하면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화법에 있어서 굉장히 친절한 이 영화는 ‘파과’의 활용과 같이 직접적 모티프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소 반복적이고 직접적이라 모티프임에도 그 은유성이 제 역할을 했는지는 다소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더구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기승전결을 이루기 위해 불필요한 시퀀스도 눈에 거슬리고요. 아무래도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고자 각색이 더해진 부분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비슷한 긴장감의 사건들이 그저 연쇄되는 식이다보니 정작 클라이맥스에서는 다소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킬러’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답게 영화의 톤앤매너가 굉장히 서늘합니다. 잔인한 묘사도 상당한데 그런 점이 영화의 주제를 강조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담아낸 액션씬이나 장면들을 보노라면 이 영화의 비장미가 뒤늦은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텍스트와는 다른 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동기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풀어내면서 시점은 또 고정된 상태다보니 내러티브가 너무 과잉 친절돼서 극의 리듬을 늦추는 감도 있고요. 원작의 사건도 클리셰긴 하지만 각색이라는 건 또 다른 예술인데 오히려 영화적 재미에 너무 추구된 것 같았습니다.
후반부에는 영화의 포커스가 ‘투우’에게 집중해서 이야기의 집중도가 다소 분산되기도 합니다. 시종 미스터리하게 ‘조각’을 맴도는 인물인데, 사실 영화가 이미 앞에서 친절하게 힌트를 줘서 미스터리가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클라이맥스라는 중요한 순간에 ‘투우’의 회상이 교차편집되다보니 정작 주인공인 ‘조각’의 내적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지 못하고 ‘투우’의 내적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게 되는 아이러니까지 빚기도 합니다. 그 교차방식에 있어서도 비장한 액션씬과 게임씬을 붙이니 이전에 보여준 장면에서의 긴장감이 상쇄되기까지 하고요.
‘투우’의 안티 프로타고니스 역할이나 복수 서사는 프로타고니스트인 ‘조각’을 딜레마에 놓이게 하고, 그로써 둘의 대결이 처절할수록 ‘조각’의 삶에 대한 가치를 커져야하는데, 영화의 포커스가 ‘투우’에게 옮겨지다 보니 그냥 단순한 대결극으로 치부되고 드라마의 중점이 투우에게 옮겨지기 까지 합니다. 영화가 중반까지 그토록 갈망하던 일상의 가치에 대한 텍스트를 놓쳐버렸달까요. 물론 엔딩에 이르러서 이혜영 배우의 나레이션을 통해 상실한 삶의 가치를 말하긴 하지만 정작 엔딩장면에서는 신성방역에 집중해서 갸우뚱하기도 했네요.
영화의 캐스트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이혜영 배우님은 과연 이 노년 킬러를 누가 연기할 것인가 궁금했는데 액션까지 불사하며 감정연기까지 펼치셔서 역시는 역시다 싶었습니다. 김성철 배우는 과잉된 에너지로 영화에 서늘하고도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더해줘서 동명의 뮤지컬 재연에서도 보고 싶었고요. 그 외 김무열, 연우진, 김강우 배우가 익숙한 얼굴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고 옥자연 배우가 감초같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 별점 : ★★★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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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두조 -
golgo -
min님 -
이상건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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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몰빵해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오늘은 그냥 멍하게 있었습니다 ㅠ
낼 나미비아의 사막 보러 갑니다 ㅠ 낼 빨간날인데 쉬엄쉬엄 근무하십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