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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분석) 스포O [썬더볼츠*]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면, 우리 자신부터.

해달sMinis 해달sMinis
564 4 6

※ 이 글은 다소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블로그에도 함께 기록해두었습니다. ([썬더볼츠*]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면, 우리 .. : 네이버블로그)

 

 

 

1. 서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상업오락영화 장르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윈터 솔져]나 [시빌 워]가 보여준 정치 철학적 담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가 그린 상처와 치유의 서사처럼,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다른 이야기를 하곤 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신작 [썬더볼츠*]는 단순히 새로운 영웅들의 등장을 넘어, 어쩌면 MCU가 그동안 탐구해왔던 주제들을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든다.

 

[썬더볼츠*]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상실'과 '공허'다.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처럼, 상처 입은 개인들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성장하는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할 수 있다.

새로운 어벤져스의 주축인 옐레나 벨로바부터 버키 반즈, 존 워커 등은 이미 MCU에서 서브 캐릭터나 빌런으로 등장했던 조연들이다. 이러한 조연 캐릭터이기에 겪었을 법한 개인의 어두운 과거와 트라우마, 열등감 등은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따라서 [썬더볼츠*]에서 선보이는 치열한 싸움들은 사실 히어로 개인들이 감춰진 깊은 내면의 고독과 싸움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2. 옐레나의 방어기제

 

수정됨_나탸샤.jpg

영화의 서사를 이끌어갈 주요 인물 중 하나는 단연 '옐레나'일 것이다.

그녀는 [블랙 위도우]에서 언니 나타샤의 뒤를 이었지만, 나타샤의 죽음은 옐레나에게 깊은 상실감과 공허함을 남겼다.

 

흥미롭게도, 일부 관객들은 오프닝에서의 옐레나의 액션이 다소 요란하고 과시적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세상에 어떤 비밀요원이 굳이 적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적진 한복판에서 난투극을 벌이나?) 하지만 곧이어 옐레나가 임무 완수 후, 독백하는 고독과 허무함을 듣고 나면, 이는 단순한 액션 연출을 넘어, '블랙 위도우'의 그림자 아래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발버둥 치는 옐레나 내면의 반영이라는 느낌이다.

 

그것은 새로운 '블랙 위도우'로서의 책임감과 암살자로서의 삶 사이의 괴리이다.

본래 '블랙 위도우'는 음지에서 활동하던 암살자의 코드네임이었으나, 어벤져스를 통해 양지에서 영웅으로 활약하는 선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암살자는 선악의 경계에서 비밀리에 활동해야 하는 업이다.

 

어쩌면 옐레나는 양지에서 활약해야 하는 '블랙 위도우'라는 상징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때로는 과장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것일지 모른다. 즉, 그녀의 임무 수행 방식은 비밀스러운 암살자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히어로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녀의 요란함은 어쩌면 내면의 불안과 공허함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라는 생각이 든다.

 

 

 

3. 히어로의 가면

 

수정됨_배트맨과 아이언맨.jpg

레나의 방황은 히어로의 '정체성'이라는 고전적인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전통의 히어로인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한다. 반면,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내가 아이언맨이다"라고 선언하며 클리셰를 시원하게 깨뜨린다. 토니 스타크에게 아이언맨은 분리된 가면이 아닌, 그 자신이다. 때문에 그는 브루스 웨인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그러나 사실 [아이언맨] 2편과 3편을 통해 정 반대의 혼란을 겪는다.) 반면, 브루스 웨인의 고뇌는 불법적인 자경단 활동을 하는 배트맨이라는 가면과 당당한 사회인으로서의 재벌 브루스 웨인이라는 자아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페르소나로서 '히어로의 가면'과 '사회인으로서의 가면'. 이들을 분리시켜야 할지, 양립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히어로들이 짊어질 숙명일 것이다.

 

수정됨_비밀임무.jpg

 

썬더볼츠 멤버들은 어떨까?

옐레나, 고스트, 존 워커, 윈터 솔져 등은 과거 정부나 특정 조직의 '도구'로서 비밀리에 활동하며 자신의 능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들은 토니 스타크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도, 브루스 웨인처럼 명확한 이중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경계선 상의 존재들로 그려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성장이 덜 된 히어로들인 것이다.

 

즉, 썬더볼츠의 히어로들은 자아를 완벽하게 정립하지 못한 인간이 겪는 혼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타인의 의지로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미성숙한 인간들로 남겨져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어가면 개인 내면에 존재하는 트라우마와 상실감, 공허가 있음을 알 수 있다.

 

 

 

4. 루저

 

수정됨_루저.jpg

 

썬더볼츠 멤버들은 스스로를 '루저'라고 칭한다.

이 패배감은 지구를 구한 영웅으로 인정받는 선대 어벤져스와의 간극, 그리고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와 나사 빠진 듯한 면모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목적 없이 발렌티나 같은 인물에게 이용당하며 표류한다.

 

자신들의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거나 가치있게 쓰이지 못하고, 내면의 공허함 속에서 길을 잃은 채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상황은 그들 스스로 '루저'라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루저'라는 공통된 자기 인식은 공감을 통해 그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유대감의 시작점이 된다.

 

 

 

5. 양극단의 센트리

수정됨_센트리.jpg

'센트리'(밥)라는 캐릭터는 썬더볼츠 멤버들이 겪는 내면의 고뇌와 방황을 응축하여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밥의 모습은, 단순히 실험 부작용을 넘어 자아를 상실한 채 방황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투영한다.

 

옐레나가 밥에게 보여주는 인간적인 유대감은, 어쩌면 밥에게서 자신의 방황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반대로 밥이 2대 캡틴 아메리카인 존 워커에게 '쓰레기'라며 날선 비난을 한 것 역시, 자기혐오의 발현일 수 있다. 같은 '루저'로서의 동질감이 때로는 서로를 할퀴고, 때로는 깊은 이해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밥이 '센트리'로 각성하며 얻게 되는 강력한 힘, 그리고 그 힘의 근원이 '공허(Void)'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허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이자 상실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센트리가 이 힘을 파괴적으로 사용하여 타인의 트라우마를 들추고 공격하는 모습은 마치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의 한 장면을 시키는 듯 매우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회로] 또한 현대인의 고립과 고독을 심층적으로 다룬 공포영화로서, 본 영화의 연출적 레퍼런스로 활용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정됨_공허.jpg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공허를 감지하는 능력은 깊은 '공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센트리의 서사는 강력한 힘을 얻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자기 내면과의 치열한 싸움을 보여준다.

 

 

 

6. 끌어안음

 

수정됨_hug.jpg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아마도 센트리의 폭주, 혹은 그가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싸우는 과정에서 펼쳐진다.

 

밥은 그 동안 약물이나 인체실험으로 회피하려 했던,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와 상처-공허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유일하게 할 줄 알았던 것은 자기파괴적 행위 밖에 없던 듯 하다. 밥은 내면세계에서 자신의 어두운 면-공허를 직면하고, 이를 어떻게든 죽이려는 듯 절규하며 때린다. 그러나 공허는 또다른 자신이기에 없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자기파괴일 뿐이다.

 

썬더볼츠 멤버들은 공허를 어찌하지 못해 울부짖는 밥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동료들의 끌어안음을 통해 밥 또한 '공허' 또한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기로 한다.

 

인간은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의 진정한 싸움은 외부의 세계가 아닌 그렇게 형성된 자기 자신과의 갈등이다.

과거의 상처와 어둠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회피하거나 자기파괴하는 대신 그 또한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타인에게서 나의 상처를 보고 보듬어줄 때 치유는 이뤄진다.

 

[썬더볼츠*]는 그런 '공감'과 '연대'를 통한 인간 구원을 보여준다.

 

 

 

 

7. 맺음

 

센트리가 타인의 내면 깊숙한 공허를 파고들어 사람들을 해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모두 마음속에 외면해 온 저마다의 아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나를 비롯한 현대인의 심리적 병폐는 바쁜 일상에 치여, 혹은 피상적인 관계 속에서 덧없이 채워왔던 공허는 아니었을까?

 

서로를 원망하고 불신했던 영화속 히어로들이 결국 존중과 위로를 통해 거듭났듯, 타인을 향한 우리의 태도는 곧 자신을 향한 태도와 다르지 않다.

설령 스스로 보잘 것 없는 나 자신이라 해도 그것마저 껴안을 수 있다면, 세상은 굳이 우리를 구원할 특별한 히어로들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히어로일테니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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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4


  • min님

  • 즐거운인생

  • 이상건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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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아 그러고보니 회로랑 꽤 비슷한 연출이네요
08:07
4시간 전
profile image
golgo
넵넵, 제일 좋아하는 공포영화 중 하나라서 보자마자 '어? 이거 회로인데?' 생각했네요
11:33
41분 전
2등
좋은 분석입니다. 영화도 즐겁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08:12
4시간 전
profile image
이상건
칭찬 감사드립니다 :) 저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
11:34
40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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