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와이어] 봉준호 감독 인터뷰 번역

봉준호의 가장 큰 도전: 프레임을 통제하되, 그 안의 배우들은 통제하지 않는 것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은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샷과 살아 있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또한, 현재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배우들과 함께하는 과정이 얼마나 그리운지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봉준호 감독, 배우들과의 작업 방식과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고민
<미키 17>의 봉준호 감독은 철저한 스토리보드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머릿속에서 영화를 완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며, 샷의 구도, 움직임, 편집을 정교하게 계획한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구상된 장면들은 최종 영화에서 99%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Filmmaker Toolkit 팟캐스트에 출연한 봉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와 관련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연출하는 것에 있어, 만약 당신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배우 출신 감독이라면 잘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연기가 완전히 배우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영감을 제공하고 연기의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연기는 배우가 하는 것”
— 봉준호 (Filmmaker Toolkit 팟캐스트, 통역: 샤론 최)
배우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철저한 계획
봉 감독은 사전에 촘촘한 시각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촬영장에서 자신을 더 자유롭게 만들고, 배우들과 함께 캐릭터를 탐색할 여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그의 영화에서는 인간적인 요소가 핵심이 되며, 이러한 요소가 영화 속에서 풍자, 감동, 액션, 장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해준다.
“배우들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조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연기가 통제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저는 그것이 살아 있고, 거칠며,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때때로 이러한 바람은 제 샷과 디자인을 철저하고 정밀하게 계획하는 방식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봉 감독은 어디에서 컷을 할지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오버랩핑 커버리지(같은 대사와 동작을 다양한 샷에서 반복 촬영하는 기법)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봉 감독과 처음 작업하는 배우들은 한두 마디 대사만 연기한 후 장면의 중간에 투입되었다가 다음 샷으로 넘어가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스티븐 연: "정확한 연기가 오히려 더 자유롭다"
<미키 17>의 배우 스티븐 연은 봉 감독의 촬영 방식이 처음에는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배우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어떤 순간이나 특정 프레임에 들어갔을 때, 그는 여러분의 몸짓이 보여주는 특정한 비주얼이나 에너지, 분위기를 찾고 있습니다. 때때로 도전적인 부분이 있죠. 자유롭게 연기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주 정밀한 연기를 요구받는 것도 오히려 해방감을 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지점에 서라. 이 프레임의 이 부분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식이죠. 그는 특정한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네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야.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해.’라고 제시하는 겁니다. 오히려 더 해방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제는 불필요한 것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기생충 촬영장에서 얻은 교훈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초반에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미리 경고한다.
그는 ‘기생충’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부유한 집안의 아내 역할을 맡은 조여정이 촬영 초반 며칠 동안 부담을 느끼고, 주연 배우이자 봉 감독과 네 번째로 함께하는 송강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분(봉 감독)이 여기 서라고 하고, 저기서 한 발짝 가라고 하고, 카메라 움직임도 화려한데… 아, 진짜 얼마나 힘든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아요. 대사 외우는 것만 해도 벅찬데."
그러자 송강호는 그녀를 다독이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다음 주쯤이면 괜찮아질 겁니다.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이 대화를 되돌아보며 봉 감독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요구하는 게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배우들과 작업할 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요청을 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아주 간결하게 전달해야 해요. 다음 테이크를 찍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일곱 가지쯤 있을 수도 있지만, 두세 가지만 선택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 두세 가지만 제대로 전달돼도 충분히 성공한 거죠."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느낀 새로운 도전
봉 감독은 현재 <미키 17> 홍보 일정과 병행하며 첫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배우들이 없는 환경에서 연기를 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금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여기서는 실제로 캐릭터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정해야 합니다. 배우들이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서, 관절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까지 고민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그 부분에 너무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봉 감독은 배우들과의 협업을 통해 얻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와 즉흥적인 연기의 힘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s://www.indiewire.com/features/interviews/how-direct-actors-bong-joon-ho-mickey-17-1235101963/
왕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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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들이 같이 작업하면 다들 놀란다던데...
기존 방식과는 정말 다른가 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