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 오드리 헵번의 매력이 뿜어 나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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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흑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드리 헵번의 매력을 컬러풀하게 잘 담아냈다. 아름다움은 물론, 귀여움, 엉뚱함, 변신, 스릴, 절절함까지 잘 표현하는 헵번의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을 우아하게 대표한다.
원래 제작자들은 그녀 대신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역할을 맡기기로 했었지만, 헵번과 영화 <시크릿 피플, 1952>에서 함께한 소롤드 디킨슨 감독이 그녀를 스크린 테스트하였고, 이걸 본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테일러 대신 헵번을 캐스팅하기로 한 비화가 있다. 와일러 감독이 "That's the girl!", "저 여자야!"라고 했다고. 당시엔 영화 <시크릿 피플>이 아직 상영하기도 전이었고, 헵번은 연극, 뮤지컬,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하였기에 그녀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은 약간의 모험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비평에서 호평을 받긴 하였다.)
와일러 감독이 디킨슨 감독에게 보낸 편지.
스크린 테스트를 본 파라마운트 제작자들이 헵번에게 흥미를 보인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래는 그녀의 스크린 테스트가 그대로 쓰인 파라마운트 홍보자료이다.
위키백과 <Audrey Hepburn> 문서에 따르면 이 스크린 테스트가 소롤드 디킨스와 함께 찍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그녀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사브리나>, <전쟁과 평화>에서 승승장구 하게 된다.
그레고리 펙 얘기도 안할 수 없다. 그는 영화 속에 나오는 신사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진 듯 하다. 원래 작은 글씨로 '오드리 헵번 출연'으로 쓰일 예정이었는데, 자신의 이름과 함께 동일하게 큰 글자로 적혀질 것을 에이전트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녀는 대스타가 될 것이 분명한데 자기가 얼간이처럼 보일 것이라고 하면서. (You've got to change that because she'll be a big star, and I'll look like a big jerk.)
그레고리 펙과 영화 포스터, 글자 크기를 잘 보시라!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로마를 방문 중인 앤 공주(헵번)가 지긋지긋한 스케쥴에 깊은 분노를 느끼자 주치의는 그녀에게 수면제를 주사놓았고, 공주는 머물던 대사관을 몰래 빠져나오다 길거리에서 잠들게 된다. 이후 미국인 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가 공주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보살피게 된다. 조는 그녀가 공주 신분임을 알게 되자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특종 기삿감을 발굴하려 하다가 그녀와 보내는 시간 그 자체를 즐기게 된다. 한편 일반인 신분으로서의 자유를 만끽하던 그녀는 왕실의 신분으로 돌아가야함을 느끼게 되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 장면.
위엄있는 공주에서 발랄한 일반인으로서의 변신을 잘 보여준 장면이다.
이러한 플롯은 흡사 디즈니의 명작 <알라딘>과 매우 유사해보인다. 높으신 공주와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남성이 서로 신분을 감춘 채 진행되는 로맨스 극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로마의 휴일>에서 조 브래들리는 사업가를 자칭했던 걸로 기억한다. <알라딘>에서는 급조된 왕자이기도 하고. 그러다 서로 진실의 모습을 마주하면 더욱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그 씁쓸함과 안타까움은 배로 커지는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로마의 휴일>을 보면서 <알라딘>을 먼저 떠올렸다.
<로마의 휴일>에서의 공주님의 질주 본능은 한바탕 귀여운 소동을 일으킨다.
<알라딘>에서는 자스민이 알라딘의 신분을 대충 눈치까고 같이 궁전 밖 유람을 떠난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로맨스 영화의 공통점이랄까..연인이 같은 운송수단에 같이 타는 장면에서 명장면이 아닌 것을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노래까지 첨가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연인이 같이 무언가를 타는 장면에서 명장면이 탄생하는 듯 싶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첨밀밀>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은 돌턴 트럼보. 그는 반공 매카시즘으로 인해 헐리우드 블랙리스트 10에 올라가있었다. 그래서 그는 친구 이안 맥렐런 헌터의 이름을 빌려서 틈틈히 각본을 작성했다. 아카데미 원안상(Best Story)도 헌터가 프론트맨으로 대신 탔다가 1992년에야 비로소 돌려받게 된다. 한편 크레딧 속 트럼보의 이름은 2011년 11월이 되어서야 복구될 수 있었다. 원래 제목은 '공주와 평민'이었다고. 내 생각에도 '로마의 휴일'이 포스터의 헵번과 펙과 어우러 호기심을 더욱 자아낸다고 본다. (잘 바꿨다.). 그의 또 다작품은 <스파르타쿠스>, <빠삐용>이 있다. #
맨 아래에 들어간 그의 이름
개인적으로 엔딩이 참 씁쓸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준다. 앤 공주와 조 브래들리 기자의 신분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는 장면에서 친구 기자가 함께 있었던 즐거운 추억들이 담긴 사진을 건네는 장면, 그리고 회관을 빠져나오는 조의 앞모습을 카메라가 팔로우하며 점점 앤 공주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장면에서 그렇다. Z축으로 깊게 잡은 샷에서 다시는 이런 사랑을 맛 볼 수 없는 조의 안타까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로마의 휴일> 엔딩샷.
그 모든 추억을 뒤로 한 채 현실로 돌아가는 것은 버겁기만 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화 전체가 로마에서 촬영, 녹음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뜬다.(this film was photographed and recorded in its entirety in rome) 스튜디오 촬영도 이탈리아의 Cinecittà Studios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영상미는 다양한 로케이션 촬영들. 이러한 배경에는 마셜 플랜의 차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담으로 와일러 감독은 컬러 촬영을 원했으나 너무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흑백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컬러로 촬영했다면 엄청났을텐데 아쉽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손을 자른다는 진실의 입.
펙은 감독과 함께 잘린 척 장난치기로 했고, 헵번은 진짜로 놀랐다(..)고 한다.
불안해보이는 공주를 따라가는 씬에서 나온 트레비 분수.
사실 특종감을 놓치기 싫어서였을수도.
헵번이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은 장소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
중후반부 오토바이를 타는 씬에서 나온 콜로세움.
엔딩씬에 나온 콜론나 궁전.
뚝배기 깨시는(..) 공주님 뒤로 보이는 산탄젤로 성.
영화는 성 앞을 흐르는 테베레 강의 배 위에 찍혔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더 나올 것 같은데, 우선 내가 기억하는 장면들과 위키백과 사진들을 조합해보았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헵번. 경쟁자 중에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데보라 커도 있었다.
아래는 의상 테스트. 이디스 헤드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보는 헵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디스 헤드는 히치콕 감독과 많은 협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헤드는 이 영화로 5번째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다. <로마의 휴일>을 보면 헵번이 공주로서 입는 의상과 일반인으로서 입는 의상의 갭 차이가 충분한 매력을 준다. 헤드는 후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도 헵번의 의상 디자인을 맡는다. Edith Head - Wikipedia
같이보면 좋을 영화로 <이탈리아 여행, 1954>를 추천해본다. 여기는 부부싸움(..)하고 각자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다가 부부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로마의 휴일>처럼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장르적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추천해본다.
조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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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후기라기보다는 영화정보 정리글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