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리뷰 (스포)
![도삐](http://img.extmovie.com/files/member_extra_info/profile_image/804/019/092/92019804.jpg?20250105002124)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보았습니다.
감독: 잭 스나이더
공개 연도: 2021년
러닝타임: 4시간 2분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내적 평가
2017년작 <저스티스 리그>의 감독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다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러닝타임이 4시간으로 <저스티스 리그>의 2배나 되는 분량입니다. 그에 따라 극장판에는 없던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캐릭터들에 대한 대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세계관을 너무 급하게 확장시키면서 각 캐릭터들의 배경과 서사가 너무 부실했다는 것입니다. <저스티스 리그> 전까지 단독 영화가 있었던 히어로는 슈퍼맨과 원더우먼 단 두 명이었고, 나머지 인물들은 그저 떡밥으로만 소비되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바람에 그들에게 익숙해지고 공감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스나이더 컷에서는 더 긴 시간을 들여 각 캐릭터들의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물론 이 때문에 초중반부가 늘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미 망가져 있던 유니버스를 영화 한 편으로 수습하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판의 아쿠아맨은 목소리만 큰 찌질이 같았는데 스나이더 컷에서는 훨씬 포스 있게 묘사되었습니다.
사이보그에게는 극장판에서 잘 안 나타나던 가족과의 서사가 부여되어 훨씬 공감하기 쉬운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말 많고 단순한 개그 캐릭터였던 플래시도 분량이 훨씬 많아졌고, 영화 최고의 명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극장판에서 능력도, 활약도 없던 배트맨 또한 의미있는 활약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빌런 스테픈울프는 사실상 아예 다른 캐릭터로 탈바꿈했는데, 디자인이 위협적으로 변했으며 능력도 더 강력하게 묘사되었습니다. 슈퍼맨에게 얻어맞으며 공포를 느끼고 파라데몬 떼에 공격당하는 어이없는 최후도 더 인상적인 장면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스토리가 훨씬 매끄러워졌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이야기를 꾸역꾸역 집어넣으면서 난잡하고 늘어지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아예 납득할 수 없던 극장판에 비하면 훨씬 낫습니다. 개연성이 튼튼해지고 스토리가 풍성해졌습니다. 여러 영화로 나누어 전달해야 했을 스토리를 한 편에 전부 넣어 만든 것치고는 상당히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시각적인 면에서도 극장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나아졌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의 색감은 이전까지의 DCEU 영화들에 비하면 꽤 알록달록한 편이었는데, 이를 나름대로 잘 살렸다면 좋았겠지만 유치한 연출과 어색한 CG 때문에 오히려 아동용 히어로 영화 같이 느껴지는 부작용을 불러왔습니다. 이런 화면이 스나이더 컷에서는 더 어둡고 칙칙하면서도 매우 강렬한, 더 "스나이더스러운" 색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너무 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다 어두워진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톤입니다. CG 또한 개선되어 거슬리는 장면이 딱히 없습니다. 특히 플래시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액션 장면들의 시각효과가 굉장히 탁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우적대고 빈약하기 짝이 없던 액션도 극장판보다는 훨씬 묵직하고 과격합니다(12세 관람가치고는 다소 잔혹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캐릭터들 간의 파워 밸런스도 어느 정도 조절되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점은 바로 화면비입니다. 4:3 비율로, 보통 영화들에 비해 세로 비율이 긴 (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화면입니다. 문제는 애초에 이 영화가 극장 개봉용이 아니고 처음부터 OTT를 통해 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작은 화면으로 보면 그냥 화면 양쪽이 잘려나간 것 같은 느낌을 줘 갑갑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괜찮게 봤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화면비가 아니라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화면의 입체감이 좀 더 살아나는 듯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후반부의 갑작스러운 떡밥 투척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습니다.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는 결말로 마칠 수 있었는데 에필로그를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조커의 등장도 인상적이긴 했으나 굳이 필요했는지는 모르겠고요. 긴 쿠키 영상 여러 개를 이어붙인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영화에서 잔뜩 뿌린 떡밥이 현재로서 DCEU가 끝나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나 확실한 것은 극장판 <저스티스 리그>에 비하면 훨씬 좋은 영화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극장판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영화이고, 극장판을 먼저 보고 스나이더 컷을 보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외적 평가
2017년, 잭 스나이더의 딸 어텀 스나이더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잭 스나이더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하차했고, 영화의 감독은 <어벤져스> 1, 2편을 연출한 조스 웨던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웨던은 스나이더의 계획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스나이더의 촬영분의 4분의 1만이 극장판에 쓰였고, 나머지 분량은 마구 변경해 2시간 안에 욱여 넣었습니다. 그렇게 <저스티스 리그>는 엉망진창 스토리와 저질 개그, 엉성한 CG가 난무하는 괴작이 되었습니다.
극장판이 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나이더의 복귀와 감독판 개봉을 청원했습니다. 그리고 잭 스나이더는 정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한때 본인의 책임이었으나 남의 손에 의해 망가져 버린 영화를 살리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그는 무보수(!)로 제작에 임했습니다. 상업적 목적보다는, 그저 본인의 숙업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복귀했을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와 관계없이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이를 악물고 만든 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덜컹거렸던 유니버스, 비극으로 인해 좌절되었던 영화, 이 모든 것을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의 산물이 바로 스나이더 컷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이 영화의 탄생 배경과 그 과정이 또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이거든요. (부기영화에서는 후반부 플래시의 명장면을 잭 스나이더의 부성애로 해석했던데 인상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상당히 처참했던 극장판을 이미 접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래는 이런 영화였다니, 우리가 이걸 못 볼 뻔했다니'라는 생각에서 또 전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모두 스나이더 컷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이자 동시에 약점이기도 합니다.
총평
저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4시간의 러닝타임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어찌저찌 하루 안에 잘 봤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영화를 즐겁게 본 이유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서 더 크게 기인한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For Autumn"이라는 크레딧이 뜰 때, 기분이 매우 이상했습니다. 그냥 단순한 4시간짜리 히어로 영화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본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의 탄생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한 번만큼은 영화감독이 아닌 평범한 한 아버지로서의 잭 스나이더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덕분에 가치 있는 경험을 한 것 같아 좋았습니다.
★★★★
*영화의 엔딩 크레딧 송이자, 어텀 스나이더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다는 'Hallelujah'입니다.
도삐
추천인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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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극장에서 제발 개봉해줬으면
바랍니다
다크하고 강력하고 묵시록적이기까지 하더구요
영아맥에서 보믄
화면빨도 사운드도 지릴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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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중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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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