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를 보고 (스포)
테드 창의 단편 SF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1997년작 <콘택트>와는 다른 영화입니다.
감독: 드니 빌뇌브
개봉 연도: 2016년
러닝타임: 1시간 56분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일단 드니 빌뇌브의 연출이 주는 압도감이 대단했습니다.
인류와 외계생명의 조우를 다룬 영화로서 외계인들이 주는 낯섦과 경이로움이 굉장히 잘 표현되었습니다. 몇몇 장면은 코즈믹 호러로까지 느껴질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시청각적인 부분에서 빌뇌브가 나중에 연출한 듄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컨택트>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SF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주제가 영화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그 주제는 간단히 말해서 "앞으로의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게 되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주제가 전달되는 방식에서는 <인터스텔라>가 떠올랐습니다.
<인터스텔라>와 <컨택트> 모두 철저히 과학적인 영화인 것처럼 전개되다가 후반부에서 일종의 반전을 통해 철학적인 주제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인터스텔라>의 후반부가 시계태엽처럼 딱딱 맞아드는 복선과 반전이 주는 전율, 그리고 부녀 간의 사랑 묘사로 주는 감동이 있다면, <컨택트>의 후반부와 엔딩은 좀 더 간결하고 감성적입니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중간중간에 마치 과거 회상 같은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주인공은 후반부에 그 장면(?)들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외계인들의 언어를 학습하면서 사고방식도 점차 외계인들의 방식으로 바뀌었고,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비선형적인 사고를 터득하면서 미래를 볼 수 있게, 정확히 말하면 미래를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반전을 통해 주인공은 자신이 현재 외계인 연구를 함께하고 있는 동료와 결혼할 것이며, 그가 결국 자신을 떠난다는 것, 자신의 딸이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식의 이른 죽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아이를 낳는 일을 피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냥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이미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를 키우는 행복과 잃었을 때의 절망감을 모두 느끼고 있기에, 주인공은 아기를 낳기로 결정합니다.
결과를 알면서도 거기에 이르는 과정의 모든 순간을 즐길 것이라는 메시지가 드러나는 멋진 엔딩입니다.
책의 결말을 알아도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읽는 것처럼요.
원작 소설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후반의 반전이나 클라이맥스에서의 감흥이 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감안해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굉장히 아름답고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도삐
추천인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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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엔 외계인에게 적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의사소통을 하려는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죠.
주인공의 딸은 영화와는 달리 24살의 건강한 성인으로 온전히 성장했는데,
국립공원으로 등산 여행을 떠났다가 추락사한다고 언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