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독립' 꿈꾼 안중근이 2024년에 건넨 등불 '하얼빈'[노컷 리뷰]
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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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은 영화 내내 고뇌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영웅 안중근' 뒤에 감춰진 한 인간의 모습은 나약하고 처절하다. 궁극적으로 평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안중근에게 현실은 신념과 의지를 꺾으라 말한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 홀로 남겨진 안중근 장군의 뒷모습은 전쟁과 식민통치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안에서 숙명처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 안중근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드러낸다.
'하얼빈'의 목표는 단순히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스크린에 재현하는 게 아니다. '의사' '장군' '겨레의 등불' '영웅'이라는 거시적인 모습에 가려져 알지 못했던 안중근의 미시적인 내면으로 가는 여정을 영화적으로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있다.
'하얼빈'은 어둠을 관통하는 모든 사람의 고뇌와 슬픔, 두려움과 공명한다. 이미 그 길을 걸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와 그의 신념이 지금의 우리와 공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둠 속 얼어붙은 호수 위에 홀로 선 것 같이 느껴지는 우리에게 지금 각자의 손에 든 작은 등불이 횃불이 되어 어둠을 밀어내고 세상을 밝힐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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