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0
  • 쓰기
  • 검색

역사학자가 본 '글래디에이터 2' 리뷰

golgo golgo
1309 4 10

호주 매쿼리 대학의 고대사 전문 레이 로렌스 교수가,

<글래디에이터 2> 속 역사 고증 등을 가지고 영화를 리뷰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https://www.nationaltribune.com.au/gladiator-ii-how-historically-accurate-is-it/

 

이 교수가 12년 전에 고대 로마 시대 10대의 삶에 대한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는데, 같이 보면 좋은 참고 자료라고 하네요. 한글 자막 지원됩니다.

 

 

1.png.jpg

 

오프닝 장면, 로마 함대와 누미디아 도시
누미디아는 애당초 로마 제국의 일부였기 때문에 로마 군함을 통한 공성전은 아주 이상하고, 실제 역사와 동떨어져있다. 왜 그 장소를 택했는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로마의 제국주의적 힘과 그들에게 정복당하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혹은 로마의 힘이 육지는 물론 바다에까지 뻗어나가는 걸 보여주려 했을 수도.

 

5.jpg

 

로마 콜로세움에 코뿔소도 나왔나?
기원전 55년 로마에서 코뿔소가 처음 목격됐다고 한다. 카라칼라 황제가 검투사 싸움에 코뿔소를 동원했다는 기록들도 있다. 코뿔소의 수명은 40~50살 정도 되기 때문에 싸움에서 살아남아서 계속 동원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코뿔소 위에 사람이 타는 건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 혹은 <매드맥스> 같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설정이다.

 

1131.jpg

 

콜로세움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나?
19세기 초부터 논쟁이 됐던 사안이다.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첫 번째 이유로 원형 경기장 아래는 방수 콘크리트 처리가 돼 있었다. 둘째로 콜로세움은 물이 가득 흐르는 호수 위에 지어졌다. 셋째,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티알리스가 콜로세움이 개장했을 때 마른 땅이었다가 배들로 가득한 바다로 변했다고 표현한 적 있다. 마지막으로 콜로세움에 물을 채우더라도 관객석에서 잘 보인다. 영화에 나오는 갤리선들이 너무 크게 느껴지긴 하지만, 물을 채운 콜로세움 장면은 꽤 그럴싸하다.

 

555.jpg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 황제는 로마의 공동 통치자였나?
그 두 캐릭터는 영화에서 미치광이처럼 나온다. 두 사람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의 아들들로 태어나서 서기 211년 (지금의 영국) 요크에서 아버지가 사망하자 그 유해를 가지고 로마로 돌아오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뒤 카라칼라는 동생을 여러 번 죽이려 시도했고 결국 성공한다. 두 황제는 “힘과 명예를”이라고 외치는 검투사들과는 대조적으로 유약했다. 카라칼라는 서기 217년까지 생존해서 독일과 중동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를 벌였다.

 

2.jpg

 

로마와 오스티아(로마 항구)의 도시 풍경 묘사는?
인구 과밀, 빈곤, 인상적인 폭동 장면 등으로 독특한 도시 풍경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했다. 그리고 군중들이 모이는 콜로세움(입장료 무료)으로 배경을 전환한다. 역사상 최초로 인구 100만을 달성한 대도시 로마는 지배층들이 군중을 두려워했으며, 프레드 헤킨저가 연기한 카라칼라 황제의 모습으로 그 점을 깔끔하게 표현했다.

 

4.jpg

 

(아래 두 문단은 스포일러 주의)

 

검투사 문화
검투사 문화와 관련해서는 아프리카 노예 출신의 검투사였다가 자유민이 된 후 런던 출신 아내와 라틴어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가진 의사 캐릭터를 통해 잘 표현되었다. 검투사에게 아내가 있다는 증거는 로마 외곽에 세워진 공동묘지의 검투사의 묘비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검투사라는 직업은 2024년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종합격투기나 UFC를 통해 현대 대중문화 속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죽음에 맞서는 검투사들에 대한 고대인들의 존경심은 영화 속에 잘 드러나고 있다. 또 영화 속에서 화살에 맞아 죽는 사람들의 묘사는 성 세바스티아노의 순교 같은 후기 서양 예술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글래디에이터 2>에서 검투사들의 반란 장면은 <스팔타커스>(1960)를 떠올리게 하며, 루시우스의 어머니가 사실 로마인이었다는 설정은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1979)과 유사하다.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가 궁수들의 활에 맞아 죽는 장면은 <세바스찬>(1976)을, 물 속 상어들은 <죠스>(1975), 코뿔소 통구이 장면은 펠리니 감독의 영화 <사티리콘>(1969)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이것이 우리의 길이다”라는 대사는 검투사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만달로리안>에서 따온 것이다.

 

(스포일러 끝)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폭정과 자유를 검투사와 연결 지어서, 주인공 루시우스가 “로마의 꿈”과 “새로운 공화정(역사적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던)”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는 내용이다. 2024년 현실 세계에서 여러 국가들의 독재 체제 혹은 민주주의가 무너진 가운데, 영화에는 국가와 국민들을 희생시켜가면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는 정치인들과 폭군들이 등장한다. 마크리누스 역의 덴젤 워싱턴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로마의 구세주로 변모하는 루시우스(폴 메스칼)와 대비되는 파괴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정치가를 아름답게 연기한다.

 

검과 샌들, 그리고 약간의 호모에로티시즘 스펙터클 측면에서 <글래디에이터 2>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24년 전 1편이 그랬듯이 로마시대 배경 서사극의 익숙한 길을 깔끔하게 밟아간다. 영화는 영화일 뿐, 역사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글래디에이터 2>는 엄청난 재미를 주며, 여러모로 고대 로마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1편이 그랬듯이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에게 고대 로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길 바란다.

 

golgo golgo
90 Lv. 4115371/4500000P


익스트림무비 스탭
영화, 영상물 번역 / 블루레이, DVD 제작
영화 관련 보도자료 환영합니다 email: cbtblue@naver.com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천둥의신
    천둥의신
  • 다솜97
    다솜97
  • 해리엔젤
    해리엔젤

  • min님

댓글 1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2등
고증안된 걸로 상당히 유명한 영화라 이런 건 생각도 안해봤는데 좋은 글 잘봤습니다.
21:28
2시간 전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min님
저도 마냥 까일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른 결론이네요.^^
21:29
2시간 전
로마여행 때 콜로세움 투어하며 물을 채워서 사용했을더라는 역사적 해석에 대해 설명 들은적 있어서 이번 영화에서 해상전투 나오는 것 보고 그걸 잘 고증했구나 싶었습니다 ㅋㅋ 정말 로마의 문명수준은 위대해요…
22:40
1시간 전
profile image
golgo 작성자
당근주세요
콜로세움 관광객 좀 더 늘겠네요^^
22:45
1시간 전
해상 전투는 그렇다치고 상어는 불가능할거 같더군요
23:34
43분 전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글래디에이터 2]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1일 전11:43 4828
공지 [세입자]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0:40 1336
공지 [애시드 레인: 죽음의 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0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2:40 1471
HOT 2024년 11월 14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6분 전00:01 192
HOT 일본 편의점에서 동료 배우들 줄 간식을 구입한 프레드 헤킨저 4 카란 카란 2시간 전21:36 603
역사학자가 본 '글래디에이터 2' 리뷰 10 golgo golgo 2시간 전21:18 1309
HOT 폴 메스칼과 덴젤 워싱턴 <글래디에이터 II> 촬영 비... 2 카란 카란 3시간 전20:34 480
HOT 글래디에이터2 돌비로 방금 보고 온 간단후기 입니다 8 갓두조 갓두조 4시간 전20:14 974
HOT 청설 무대인사 포스터 받았습니다 1 카스미팬S 5시간 전19:11 426
HOT 더솔져스 홍범석 톰 크루즈와 인증샷 공개 3 시작 시작 5시간 전19:05 1072
HOT '위키드' 오늘 한국어 더빙 노래 라이브 영상(박... 6 golgo golgo 5시간 전18:54 964
HOT 현빈 [하얼빈] 손익분기점은 680만 관객 4 시작 시작 5시간 전18:21 2243
HOT <위키드> 간단 후기 5 마이네임 마이네임 6시간 전17:34 2130
HOT 글래디에이터2 솔직한후기 4 마스터2012 7시간 전17:02 1389
HOT '위키드' 간단 후기, 역대급 클라이맥스 23 golgo golgo 7시간 전17:01 3577
HOT 덴젤 워싱턴, 은퇴하지 않음을 컨펌 2 NeoSun NeoSun 8시간 전16:17 852
HOT 영화 세입자 보고 2 퀘사스 8시간 전15:41 487
HOT 글래디에이터2 캐릭터 설정의 미스(스포?) 9 와킨조커 8시간 전15:22 714
HOT '위키드' 돌비포스터 / 메박 굿즈 1 NeoSun NeoSun 9시간 전15:15 626
HOT 피흘려서 본 사흘 후기 4 무비디렉터 9시간 전15:09 970
HOT 하돌비 관람후기 - 글라디에이터 2편 1 80&#039;s 9시간 전14:59 478
HOT 사흘 연기 신 박신양 님 2 하늘위로 9시간 전14:42 665
1157635
image
golgo golgo 16분 전00:01 192
1157634
image
쾌남홍길동 20분 전23:57 152
115763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2:47 354
115763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22:44 247
1157631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22:20 381
1157630
image
병타 2시간 전21:43 844
1157629
image
e260 e260 2시간 전21:39 596
1157628
image
e260 e260 2시간 전21:37 350
1157627
image
e260 e260 2시간 전21:37 252
1157626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21:36 603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21:18 1309
1157624
image
중복걸리려나 3시간 전21:12 262
1157623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20:43 484
1157622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20:41 195
1157621
image
GI 3시간 전20:38 279
1157620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20:34 480
1157619
normal
쿨잼잼 3시간 전20:19 320
1157618
image
갓두조 갓두조 4시간 전20:14 974
1157617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4시간 전19:58 264
1157616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4시간 전19:38 485
1157615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9:22 289
1157614
image
카스미팬S 5시간 전19:11 426
1157613
image
시작 시작 5시간 전19:05 1072
1157612
normal
golgo golgo 5시간 전18:54 964
115761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8:41 468
1157610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8:30 482
1157609
image
시작 시작 5시간 전18:21 2243
1157608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8:08 380
1157607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7:57 591
115760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7:57 329
1157605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17:51 575
1157604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7:50 888
1157603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7:50 344
1157602
normal
Sonatine Sonatine 6시간 전17:50 256
1157601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7:38 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