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롱레그스' 미스터리 해설
Surge Radio라는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해설입니다.
강력 스포글이니까. 영화 보신 분들만 읽어보세요.
https://surgeradio.cl/eventos/the-most-confusing-parts-of-longlegs-explained/42987/
<롱레그스>에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들을 해설.
<롱레그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영화 초반에 롱레그스(니콜라스 케이지)는 주인공 ‘리 하커’가 소녀였던 시절에 집을 찾아온다. 이 시점에서 이 미스터리한 남자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니콜라스 케이지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으로). 결국 롱레그스는 악마의 지배를 받는 인형 제작자였고, 루시퍼(사탄)의 영혼을 작은 크롬 쇠구슬에 담아 인형의 머리 부분에 숨겨왔던 사실이 밝혀진다. 롱레그스는 그렇게 식으로 만든 사악한 인형을, 9살 생일을 맞이하는 소녀들의 집에 배달한다. 그 인형이 소녀들의 집안에 들어가면, 인형은 그 집안의 아버지에게 빙의하여 가족들을 살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롱레그스가 만든 인형을 가족들의 집 안으로 들이게 하려면 공범이 필요하다. 난해한 1970년대 록음악을 목청껏 불러대고, 겉보기에 창백하고 지저분한 괴짜 롱레그스는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수 없으니까. 알고 보니 롱레그스는 처음 리 하커의 집에 방문했을 때 리의 어머니 루스(알리시아 위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롱레그스의 마수로부터 딸을 살리기 위해 수녀 복장을 하고 교회에서 주는 선물인 것처럼 가장해, 타깃이 되는 가정집에 인형을 전달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성인이 된 리 하커는, 롱레그스가 어린 시절에 살던 자기 집 지하실에 계속 지내왔기 때문에 “아래층 남자”라는 별명이 붙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영화는 리의 상사인 카터 요원의 가족이 사탄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 루스가 카터의 집에 인형을 배달했고, 그로 인해 카터는 아내를 죽인 뒤 리에게 사살된다. 결국 루스가 개입해 카터의 딸을 죽이려 하자, 리는 어머니인 루스를 죽일 수밖에 없게 되고 악마의 계획은 끔찍한 결말로 이어진다.
롱레그스는 누구이며 왜 그렇게 생겼나?
<롱레그스>가 끝난 뒤에도 연쇄살인마 롱레그스의 정체는 영화의 가장 큰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이 미치광이 인형 제작자는 FBI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탄의 명령을 받아 소름 끼치는 인형을 만들어왔다는 사실 외에는 밝혀진 정보가 많지 않다. 하지만 사탄의 꼭두각시가 되기 전 그의 배경은 어땠을까?
롱레그스에게도 어느 정도 배경 스토리가 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오즈 퍼킨스 감독은 ‘토탈필름’과의 인터뷰에서 “멀쩡하게 살다가 망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즉, 롱레그스는 사탄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퍼킨스는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야매 성형 수술 때문에 망가진 사람으로 구상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롱레그스는 성형 수술로 끔찍해진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힌트가 좀 더 있다. 영화에서 분장을 담당한 펠릭스 폭스는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글램 록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화면을 자세히 보면 도마뱀 가죽으로 만든 흰색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있죠.”라고 말했다. 또한 퍼킨스 감독은 롱레그스의 하얀 얼굴 분장이 밥 딜런과 그의 ‘롤링 선더 레뷰’ 시절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분장이 “일종의 괴상한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롱레그스는 성형 수술로 젊음을 유지하려던 전직 글램 록 가수가 사탄주의에 빠져서 결국 사탄과 직접 연결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롱레그스>의 배급사 네온은 데일 퍼디넌드 코블(롱레그스의 실명)이 뮤지션이던 시절의 음악을 녹음한 영상을 공개했는데(아래), 이를 통해 롱레그스가 과거에 어떤 캐릭터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름이 왜 롱레그스인가?
영화 개봉되기 전에 나온 예고편에서는 어느 소녀의 시신이 시트로 뒤덮여 있고, 시트 아래로 비정상적으로 긴 다리가 튀어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영화 제목(Longlegs 긴 다리)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와 관련 없었고, 영화 내에서 왜 살인마에게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명확히 알려주지도 않는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롱레그스는 8살 소녀 리 하커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오늘은 내 다리가 길어서(long legs) 허리를 굽혀야만 말을 걸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짧은 언급 외에 롱레그스라는 문구 자체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다.
롱레그스의 뜻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오즈 퍼킨스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저 같은 작가들은 그냥 단어를 좋아합니다. 우리들은 특정 단어의 소리와 모양, 형태, 느낌을 좋아하죠... 저에겐 그 단어가 70년대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치 레드 제플린의 노래나 혹은 누군가가 자신의 차 옆에 붙이는 그런 간지 나는 것이요. 요즘에 와서는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는 빈티지한 단어처럼 느껴지죠.”
물론 명백하게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legs)”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중심 주제는 아버지라는 존재, 그리고 일반적인 부모 자식과의 관계다. 영화에서 아버지들은 모두 자기 가족들을 죽이게 되고, 롱레그스는 아이 같은 인형을 만들고는 진짜 아이처럼 대하며 머리를 빗겨주고 애지중지하는 등 실제 부성애를 암울하게 패러디한다. 관객은 또한 리 하커의 아버지에 관한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롱레그스가 하커 모녀가 사는 집에 함께 살며 루스와 뒤틀린 파트너쉽을 형성한 뒤, 리의 뒤틀린 계부 역할을 할 뻔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밖에 롱레그스라는 이름은 그 캐릭터 본인만큼이나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롱레그스는 왜 뻐꾸기 소리를 내는가?
영화의 첫 장면에서 롱레그스가 리 하커와 처음 만날 때 그는 뻐꾸기 소리를 낸다. 이후에도 롱레그스는 동네 식료품점에서 뻐꾸기 흉내를 내는 등 영화 전반에 걸쳐서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이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 뻐꾸기 소리 흉내는 뻐꾸기 새의 실제 행동을 표현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탁란’이라고 알려진 행태로, 뻐꾸기는 실제로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그렇게 해서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숙주 새의 진짜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거나 혹은 숙주 새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자라기도 한다. 이는 롱레그스가 하커의 집에 침입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그가 만든 인형이 다른 아이들의 집에 침입하는 방식을 살짝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의견일 뿐이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본인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케이지는 한 인터뷰에서 롱레그스 캐릭터의 일부를 그의 어머니 조이 보겔상에게서 따왔다고 밝혔다.
“롱레그스 캐릭터에 관해 읽으면서 제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죠. 그분은 사탄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많은 일을 겪었고 그분의 목소리와 행동 방식을 롱레그스에 넣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감독 오즈 퍼킨스에 따르면 이것이 뻐꾸기 울음소리 흉내의 진짜 기원이다. USA투데이의 기사에 따르면 니콜라스 케이지가 롱레그스를 연기하면서 손동작, 고음의 목소리, 뻐꾸기 울음소리 등의 습관을 어머니한테서 따왔다고 한다. 퍼킨스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어머니가 케이지를 놀라게 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을 그가 재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롱레그스는 왜 생일이 14일인 소녀들을 죽일까?
리 하커는 연쇄 살인 사건을 깊이 파고들면서, 희생된 가족들의 딸들 생일이 모두 14일인 점을 주목한다. 그 살인 사건들은 모두 그 생일날로부터 6일 이내에 벌어진다. 리는 가족들이 살해당한 날짜들을 달력에 표시하고 그 날짜들을 선으로 이었을 때, 악마의 상징인 역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그렇다면 롱레그스는 자신의 주인인 사탄을 기쁘게 해주려고 살인-자살 음모를 꾸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가족들에게 인형을 배달하기 위한 핑계로 소녀의 생일을 이용할 수도 있고 말이다. 해피 버스데이!
14일이라는 날짜는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성경 구절을 고려할 때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내가 보니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라 그 뿔에는 열 면류관이 있고 그 머리들에는 참람된 이름들이 있더라.” 바로 요한계시록 13장 1절이다. 13과 1을 더하면 14가 되는 것이다.
리는 이 모든 사실을 밝혀낸 뒤 상사인 카터에게 알려주는데, 여기서 카터가 FBI 요원치고는 꽤 어리석은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초반에 카터의 딸 생일이 14일인 것으로 밝혀지는데, 롱레그스의 행동을 잘 알고 있었다면 가족의 안위를 조금이라도 걱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루스는 왜 인형의 머리에 총을 쏘나?
<롱레그스>의 초반부에서 리 하커에게 초능력 같은 게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동료와 함께 탐문 수사를 하던 중 용의자가 어느 집에 숨어있는지 정확히 추측한다. 이후 FBI의 조사에서 리가 정답의 절반가량을 맞추면서, 상사인 카터로부터 “반쯤 초능력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관객들은 나중에 그 초능력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알게 된다. 롱레그스가 처음 하커의 집을 찾아왔을 때 리를 본뜬 인형을 가져왔고, 어머니 루스는 딸을 살리기 위해 그 인형을 집안에 보관하고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루스가 그 인형의 머리에 총을 쏘자 인형의 머리에서 검은 연기구름이 피어오르는데, 그 광경을 본 리도 쓰러지고 그녀의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여기서 암시되는 것은 리의 초능력이 모두 인형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FBI의 수사 내내 리는 다른 누구보다 앞서 있었는데, 이를 통해 그녀와 인형이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사탄의 영혼이 깃든 인형이 리가 그녀의 과거 중 일부를 기억 못하게 하고, 그녀의 어머니가 무슨 짓을 하는지, 또 롱레그스가 그녀의 집에 살고 있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산탄총으로 인형에 깃든 사탄의 힘을 없앨 수 있다면, 왜 루스는 좀 더 일찍 인형을 파괴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 영화의 다른 많은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악마가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다.
배경들 중에 악마의 모습이 들어가 있는 것을 봤나?
배급사 네온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영화 속 각 장면의 배경들에 악마가 숨어 있는 장면들을 편집한 동영상이 있다. 그 동영상 설명에는 “작가이자 감독인 오즈 퍼킨스가 영화 속에 악마의 모습을 15번 이상 숨겨 놨다.”라고 되어 있다. 만약 당신이 주인공 리 하커만큼이나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악마 바알제붑의 모습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그런 장면을 넣은 걸까?
물론 쿨하다는 사실 외에도, <롱레그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 악마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연쇄살인마 롱레그스는 이 끔찍한 이야기에서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 악마의 하수인이었을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나듯이 악마는 입에 담기 힘든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롱레그스를 이용, 그의 인형 제작 기술을 이용해, 평범한 가정에 몰래 침입하여 가장에게 빙의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죽이게 만들었다.
그런 악마의 계획에서 가장 고통받는 희생자는 리 하커 본인인 것으로 여겨진다. 리의 어머니가 롱레그스의 공범이었고, 롱레그스는 그녀가 어린 시절에 살던 집 지하실에 계속 있었으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리가 자신의 상사, 그리고 어머니를 사살한 것은 그녀의 평생 트라우마가 될 테니까. 결국 모든 것은 악마의 소행이었고, 비록 리가 살아남았다고 할지라도, 배후에 숨어있는 사탄은 그녀의 목숨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악마가 어디에나 있다면, 왜 굳이 인형을 이용할까?
만약 악마가 자신이 원하는 어디에든 갈 수 있고, 영화 내내 전체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왜 굳이 인형 속에 숨어서 가정집에 숨어들어야 한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사탄이 그저 재미삼아 그런 짓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사탄은 롱레그스와 루스에게 그런 끔찍한 행위를 하도록 강요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탄은 롱레그스의 인형 제작 기술을 장인 정신에 대한 외설적인 패러디로 왜곡하는 것을 즐긴 것이다. 사탄은 수십 년에 걸쳐 리 하커의 삶을 천천히 풀어나가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그저 역겹고 가학적인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오즈 퍼킨스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악마의 장난 중 일부인 것이죠. 누군가의 집에 인형을 가져와서 모든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면 정말 놀랍지 않을까요? 좀 웃기면서 괴상하겠죠. 마치 ‘당신은 좆됐고 사탄을 집에 들인 거야. 수녀가 주는 선물이라고 해서 집에 들여서는 안 되는 거야.’라는 식이죠. ‘당신 스스로가 자초한 거야’라는 느낌도 드는데, 그런 점이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롱레그스’가 가족들이 스스로 해를 끼치고 비극을 초래한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퍼킨스는 영화와 본인 스스로의 성장 경험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본인들이 집안으로 기꺼이 들인 인형을 통해 악마가 가족을 가지고 노는 계획을 실행하는 이야기를 통하여, 퍼킨스 감독은 좋은 의도로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사악하고 해로운 요소를 그들의 삶에 허용하는 가족에 대한 은유를 스케치했고, 가장 무서운 연쇄살인마 영화 중 하나를 만든 것이다.
아래 글도 같이 보면 좋습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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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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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 기네요. 영화 보고 나서 봐야겠슴다. ㅎ
와 설명이 그냥 ㅎㅎ 글이 길어서 읽는것도 힘드네요ㅎㅎ 그래도 궁금증은 거의다 해결됐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