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을 보고 (스포O)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뛰어난 멜로 영화를 만들어 온 허진호 감독님의 신작이자 감독님의 또 다른 면모를 음미할 수 있는 <보통의 가족>을 보고 왔습니다. 이미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공개가 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원작소설이나 영화화된 작품들이 많기도 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이 작품 외에는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막을 열고서 그 사건과 직업적 연관을 지닌 주요 인물들을 차츰차츰 소개하면서 점차 그들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가족이지만 생활양식이나 가치관 등 대비되는 두 형제 부부를 계속해서 대조해서 보여줍니다. 계속해서 대비되는 두 형제의 대사라던가 각각 집에서의 식사 장면을 대조해서 보여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거기에는 어디까지나 위선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은근슬쩍 그들의 어두운 속내를 수면 위로 드러내면서 블랙코미디적인 장치들이 초반부 작동됩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헤르만 코흐 작가의 ‘더 디너’입니다. 그러니까 저녁식사 장면이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것인데 영화에서는 총 3번의 저녁식사가 나오며 저녁식사 장면으로 영화를 1막, 2막, 3막으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겁니다. 1막에서는 모친의 요양원 문제나 오프닝에서의 사건 등에서 두 형제가 서로 대조되는 입장을 취하고, 두 형제의 아내들은 ‘그쪽’이라던가 ‘동서’라던가 하는 단어의 사용으로 신경전과 그들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엔딩까지 봤을 때 영화의 결론에 대한 전제조건을 견고히 다져놓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2막은 정반대되는 1막과 3막의 중간지점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자녀들이 윤리적인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데, 처음 그걸 연경 역의 김희애 배우가 알게되는 시퀀스에서 사건 제시, 감정 여파, 사건 발화가 깔끔하고 정확하게 기능합니다. 점차 모든 식구들이 사건에 대해 알게되면서 자신들이 평소 내세웠던 가치관과 충돌하게 되면서 인물이 변화되는 과정을 그리게 되는데요. 감정적으로 폭발하며 급작스레 마무리되는 두번째 저녁식사처럼 혼란스러운 감정의 격동을 다루게 됩니다. 그만큼 감정적인 설득력이 중요할텐데 여기서 고라니 충돌로 차 유리에 금이 가는 걸로 심리나 상황을 묘사하는 영화적 장치 등이 부지런히 작동됩니다.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이 감정적인 설득력에 크게 기여하는데 이는 배우들의 역량도 있겠지만 클로즈업으로 세밀한 감정을 담길 선택하고 균일한 연기디렉션을 한 허진호 감독님의 공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마침내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고 나서 그리고 여러 감정적인 사건들을 통과하면서 변화된 가족들의 세번째 식사로 어떻게 이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지 관건일 텐데요. 첫번째 저녁식사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입장이 된 형제 부부를 보여주다가 마침내 초반부의 복선과도 같은 대사를 끌어다써서 충격적인 엔딩으로 종결하는 형식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원작을 보진 못 했지만 아무래도 원작의 아이디어였을테지만 제목이 ‘보통의 가족’인 것처럼 어떻게 한국사회와 한국 가족의 오묘한 뉘앙스에 포커스를 맞춰 이렇게 설득력을 갖춘 건 엄연한 각색의 성취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감정적 설득에 성공한 허진호 감독님의 윤리 실험실이랄까요.
-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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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의 대조성이 한국식에 맞게
잘 제작된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