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희생을 보고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이 연출한 1986년 작 <희생>은 그의 유작이자 한 지식인이 어떻게 구원받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학평론가인 알렉산더는 은퇴를 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생일을 맞아 아내 아델라이드와 딸 마르타, 그리고 얼마 전 수술을 해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아들 고센까지 함께 모입니다.
그리고 고센을 수술해 준 친구이자 의사인 빅토르와 마을 우체부인 오토까지 생일파티에 모이게 되지만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조짐이 보입니다. 알렉산더는 신에게 이웃과 가족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기도를 드립니다. 그 모습을 본 오토는 하녀인 마리아와 동침을 하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을 그에게 남깁니다.
타르콥스키 감독의 최고작이자 유작인 <희생>은 부자가 죽어가는 나무에 물을 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 가능한 일로 바꿀 수 있는지 혹은 그에 다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간절함이 이루어질 때 인간은 어떻게 보답 혹은 리액션을 해야 하는지 영화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은 그 유명한 화재 장면을 실행합니다.
제작된 지 거의 40년 가까이 된 이 작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보이는 인류가 없어질 때까지 고민해야하는 주제를 던져줍니다. 영화는 죽어가는 나무에 물을 주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 나무를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은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파트너였던 촬영감독 스벤 닉비스트가 만든 엄청난 쇼트입니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안락함과 또 그에 반대되는 활활 타오르는 집에 대비 또한 미학적으로든 영화의 서사로서의 기능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고요.
95년 개봉 당시 10만 명이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냈을 당시 이 영화를 봤을 땐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 리마스터링으로 본 <희생>은 나이를 먹어서의 정서와 동시에 이 영화를 받아드리는 저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동시에 아름다움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영화사 정점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되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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