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Heat (1982) 캐슬린 터너의 팜므 파탈연기. 걸작. 스포일러 있음.
당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스릴러영화다.
캐슬린 터너가 팜므 파탈 연기를 엄청나게 해내서 영화역사상 최고의 데뷔를 했다.
데뷔라서 그런지, 당시로서는 과감하게 노출을 하고 섹스연기를 해서
당시 관객들은 보디 히트를 에로영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당대 일급 각본가 로렌스 캐스단이 감독까지 해서 비범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는 영화역사상 이름을 남길 정도의 명각본가다.
거기에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미남배우 윌리엄 허트의 열연 그리고
캐슬린 터너의 일생일대 명연기까지.
보면 볼수록 걸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이애미의 어느 작은 도시. 언제나 높은 기온으로 인한 열기에 들뜬 도시다.
사람들은 모두 더위에 시달리며 온몸에 땀을 흘리고 열기에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몽롱하게 다닌다.
변호사 러신도 그중 하나다. 잘 생기고 성격 좋아서 모든이들의 호감을 사는 변호사다.
게으르고 좀 멍청해서 변호사업무도 대충대충 실수연발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이 작은 도시에서 변호사도 별 할 일 없다. 그는 밤이면 여자 헌팅을 나간다. 모두들 열기에 들떠서
반쯤 괴로워하며 좀비처럼 어둠 속을 떠돈다. 하지만, 러신은 어둠 속에서 새하얀 옷을 입은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차갑고 색기어린 목소리를 갖고 있다. 눈에 확 띈다. 러신은, 오늘밤은 이 여자다 하는
생각으로 들이대지만, 여자는 색기 잔뜩 어린 목소리로 "당신, 너무 똑똑한 사람은 아니죠? 난 그런 남자가 좋아요."
한다. 정말 명대사다. 거기에다가 결혼반지까지 보여준다. 매티가 러신을 속인 것은 하나도 없다.
러신은 매티의 페이스대로 말려간다. 멍청하고 게으른 러신이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사이코패스 매티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매티가 이런 자기를 내보일 리 없다. 매티는 어디까지나 연약하고 사랑에 모든것을 불태우고
순애보적인 그런 미녀를 연기한다. 심지어는, 영화 마지막까지, 관객들은 '어쩌면 매티는 진짜 그런 여자였을 수도 있어. 욕심이 너무 많아서 길을 잘못 든 것이지."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관객들이 알고 보아도, 반쯤 속아넘어갈 정도로 매티의 연기는 탁월하다.
러신과 매티는 점점 더 가까와지다가 키스만 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빌리 와일더의 이중배상을 오마쥬한 정말 멋진 장면이 나온다.
러신이 매티와 그녀의 집앞에 가서 키스하고 헤어져 나오는데, 집 처마에 매달아놓은 유리종들이 시끄럽게 쨍그렁거린다. 이 종소리가 그나마 간신히 러신을 자제시키고 있던 자제력을 풀어 버린다.
러신은 매티의 집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매티와 섹스를 한다.
매티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갖은 색기를 부리며 러신을 아주 녹여 놓는다.
이런 연기들을 엄청나게 잘 해내서, 캐슬린 터너가 역대 최고 팜므 파탈소리를 듣는 것이다.
캐슬린 터너로서는 억울하게도, 한동안 그녀는 본인 실제 성격이 색기 강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
그녀는 이 영화 성공 이후, 그런 쟝르 영화는 근처도 안 간다.
보통사람이 보아도 뭔가 이상한데, 러신은 그런 눈치를 못 챈다. 매티가 너무 똑똑하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유는 이제 분명해진다. 처음부터 대놓고 "나 팜므 파탈이고 널 파멸시키려 한다"하고 이야기해준 것인데, 멍청한 러신은 이를 눈치 못채고 매티 페이스에 끌려다닌다.
이 영화가 성공적인 이유는, 매티의 끈적끈적한 방중술과 색기, 팜므 파탈로서 섬찟한 사이코패스, 아름다운 미모 등을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준 데 있다. 관객들도, 다 영화 속 러신처럼, 매티에게 끌려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것들이 존재하는 공간 - 마이애미의 그 열기가 실제 주인공이다.
엄청나게 뜨겁고 머리가 홱 돌아갈 정도로 열기가 강하다. 등장인물들은 이 속에서 반쯤 악몽을 꾸는 심정으로
몽롱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태우고 불륜을 저지르고 파멸한다.
마이매미의 열기 외에 또 다른 열기들이 이중삼중으로 그들을 괴롭힌다.
탐욕에 쩌는 매티의 욕망의 열기 - 이것이 어찌나 심한지 사이코패스인 매티조차도 괴롭힌다.
육체적 욕망이 찌든 러신이 시달리는 뜨거운 몸의 열기. 돈만 아는 매티의 남편이 시달리는 금전적 욕망의 열기.
이중 삼중 사중으로 열기에 갇혀서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결국 서로 죽고 죽이는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
매티가 러신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살 애를 태우다가, 남편을 죽이고 함께 살자고 살살 꼬신다.
이때쯤이면 러신은 매티에게 홀랑 넘어가서 같이 공모해 매티의 남편을 죽이려고 한다.
매티의 남편은 속물에다가 잔인해서 죽여도 별 죄책감 없을 인물이다.
명각본가답게, 어찌 보면 스릴러물의 클리셰라고 볼 수도 있는 통속적인 줄거리를 아주 흥미진진
탱 탱 튀는 감각을 가지고 진행해 나간다. 뻔한 전개대로 나가는데, 관객들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캐슬린 터너가 하도 육체공격을 하는 바람에, 관객들은 딴 생각할 틈이 없다. 어 어 하다가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진행해 나간다.
러신이 매티의 남편을 죽이는데, 매티는 연약한 척하면서 러신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인다.
나중에 보니, 매티는 망설이는데, 러신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살인을 저지르는 모양으로 되어 있다.
멍청한 러신도 이쯤 와서는 '뭔가 이상한데?'하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너무 늦었다.
영화를 다 본 다음에 알았지만, '뭔가 이상한데?'하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그것 자체가 매티의 계략이었다.
사이코패스 매티는 역대 연쇄살인범 리스트에 올라 조디악 킬러 등과 나란히 해도 좋을 수준의 악녀다.
러신은 매티가 자기 몰래 폭탄을 가져갔음을 알게 된다.
남편을 죽이고 이제 자기 차례인가? 러신은, 매티를 의심하다 못해, 이제 자기가 죽기 전에
매티를 죽이려 한다.
폭탄을 설치해 놓은 보트창고에 자기더러 들어가라고 하는 매티에게
러신은 총을 겨누며 매티에게 들어가라고 한다. 매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보트창고에 들어가 폭사한다. 또, 이 장면 연기가 하도 그럴 듯해서,
매티가 무슨 순애보적인 가련형 여인처럼 보이게 만든다.
매티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있는 러신조차도 다시 한번 속아넘어가서 매티가 보트창고에 들어가기 직전 구하려고
달려간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보트창고에서 불 탄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러신은
살인죄로 감옥에 가고 회한에 젖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매티의 계략이었다. 남편을 죽이고, 러신은 살인범으로 감옥에 집어넣고,
자기 정체를 알고 협박하던 고교동창생은 죽여서 보트창고에 넣어 재로 만들고,
자기는 돈을 챙겨 남태평양의 섬으로 떠난다. 일타삼피다.
더 멋진 것은, 러신은 원한을 품기는 커녕, 자기가 순애보적인 여인 매티를 죽인 줄 알고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게
만든 것이다. 누가 자기에게 보복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일어난다.
매티는 남태평양의 섬에 누워 있다. 여기는 마이애미보다 더 덥다. 뜨거운 열기가 충만하다.
이제, 그녀는 여기 누워 신음하고 있다.
그녀를 달구었던 그, 욕망의 열기는 이제 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그녀는 신음하고 있다.
그녀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곳은 천국이 아니다. 뜨거운 열기 속이다.
애초에 그녀의 꿈은 엄청 많은 돈을 가지고 남태평양섬에 가서 호화롭게 사는 것이었다. 공허하고
빈티나는 꿈이다. 그렇게 살인을 저지르고 남들을 파멸시켰어도, 그 목표라는 것이
이렇게 소녀적인 공허하고 유치한 꿈이었다. 매티에게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이 될 수가 없는 결말이었다.
매티는 무서운 팜므파탈인 동시에, 유치하고 소녀적인 공허한 존재다.
오히려, 감옥에 갇힌 러신이,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방안에 있다. 그는 이제 땀을 흘리지도 않고,
열에 들떠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래서, 이 영화를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냥 단순한 스릴러물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있다. 아주 입체적이다. 이 영화 속 매티 캐릭터는 로렌스 캐스단감독의 걸작들 중 하나다.
아주 멋진 스릴러영화 걸작이다.
** 젊디 젊은 미키 루크가 몇분 등장한다. 러신의 도움을 받았던 전과자 폭탄전문가다.
러신이 폭탄을 얻으러 찾아가자, "하지 마.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하지 마. 전에 나한테 그랬지.
범죄를 저지르면 걸릴 수 있는 방법이 백가지가 있다고. 이중 열개만 피해도 천재라고. 그런데, 너는 천재가 아니지 않냐고. 네 말이 맞아. 하지 마." 이 대사 한번 읊는 것인데도,
무슨 공동주연처럼 생각될 정도다. 엄청난 카리스마와 미모다. 왜 이런 능력을 그렇게
낭비해 버렸는지...... **
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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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판 원초적본능 이라고,,,아류작 원죄적 본능이
떠오르는군요 ㅋ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만, 헐리우드 대예산영화에서 주연급으로 확실하게 활동한 배우입니다.
극장에 보러 갈때는 에로 영화인줄 알고 갔었는데... ^^;
캐서린 터너 미모와 매력도..!
지금 나와도 인기가 많을듯한 ㅎㅎ
이 영화는... 뜬금 미키 루크가 나와서 특유의 우수깊은 표정으로... 몇마디 하던 기억이 강렬하네요
정말 아름다운 외모, 강렬한 카리스마, 엄청나게 발달된 바디라인, 등 영화배우가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미키루크 처럼, 그냥 존재자체가 강렬한 분들은 참 멋진것같습니다.
이 영화 정말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보디히트... 액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