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베테랑2 리뷰(스포 있습니다. 비판이 주된 내용입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보고 왔습니다.

대구 월성CGV에서 관람하였고, 일반관입니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전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보았습니다.
이야기, 메세지, 캐릭터 등이 마구 무너지는데, 속도감이나 액션 등으로 무마하는 느낌이였습니다.

이야기가 허술합니다.
사실 리뷰를 쓰면서 영화 내용(줄거리)를 되짚어보면 구멍 투성이인 이야기입니다.
영화 초반 권해효(편의상 배우 실명을 사용하겠습니다)씨가 한국에는 더이상 연쇄살인이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말의 의미는 CCTV, 블랙박스, 과학수사의 발전 등의 사유로 연쇄살인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작중 정해인은 그렇게 철저하지 않습니다.
안보현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물론 마약 중독자와 정면으로 대치하지는 않았지만), 가짜 해치를 사람이 모여 있는 남산에서 죽일 뻔하며(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나옵니다), 정만식 씨를 죽일 때는 자신의 다리로 죽입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정도의 인물에게 휘둘린 경찰의 수사력에 의문을 가져야 할 정도입니다.

안보현과 정해인의 관계의 허술함(분명 정해인이 마약에 취해 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는 안보현을 제압했는데, 경찰 당국은 안보현이 마약을 했는 줄도 모릅니다), 정만식이 나가서 어떻게 죽였는지, 안전가옥을 나갈 때 CCTV는 없었는지 등을 생각해 보면, 이 넓은 구멍을 메우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메시지가 허술합니다.
이 영화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보았습니다.
사적 제재, 가짜 뉴스(인터넷 언론 문제), 학교 폭력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물론 중심은 사적 제재입니다), 사적 제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그 주제를 잘 다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은 사적 제재를 이용해 자신의 살인을 한 것에 불과해 보이며, 이 영화는 끝까지 왜 현재 대한민국이 사적 제재를 원하고 있는지, 그런 사회 현상 속에서 대안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적 제재 나빠요!"라고 시원하게 말하지도 못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정민은 계속해서 "이래서 사적 제재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영화에서 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의견이나 감독의 생각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도구로 사용할 뿐이죠.

더 문제는 학교 폭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해결해 준 사람은 결국 연쇄살인범이었습니다.
그가 왜 황정민의 아들의 학교 폭력에 나서줬는지도 의문이며, 결국 공적 제도와 공권력은 그 아이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후반부에 황정민의 아들을 구해주는 장면을 학교 폭력과 연관 짓기에는 문제가 있으며, 아무런 해결 없이 폭력으로 그 문제를 무마하고, 마지막에 아버지의 쑥스러움이 묻어난 '미안하다' 한마디에 해결되어 버립니다.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성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이 영화가 사회 문제를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공감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지 메시지라고 할 만한 철학적 고민이나 대안 제시 혹은 현실에 대한 반영이 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가짜 뉴스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다룰 때, 그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이 괴롭게 하기가 끝입니다. 선역도 확실한 보호를 해주지 않고, 악역도 확실한 피해를 주지 않으니 이야기에서 억울한 피해자로 사용되고 끝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중간중간 정의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장면(컷)들이 있던데('정의는 무엇인가' 책을 보여주는 등), 이렇게 사용하실 거면 그런 장면은 왜 넣으셨는지 의문입니다.

캐릭터가 무너집니다.
저는 마지막 액션씬이 너무너무 아쉽습니다.
긴장감과 코미디를 오가는 건 좋지만, 너무 빠른 전개로 오가니 웃기도 이상하고 긴장하기도 이상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마구 진지하게 싸우던 황정민과 정해인의 액션씬의 결말이 급소 때리기로 끝납니다.
그렇게 급소를 때려 정해인 캐릭터가 웃기게 끝났으면 다행인데, 또 살아나서 비장한 얼굴로 치킨게임을 시전합니다.
어차피 무너진 캐릭터에게 어설프게 다시 긴장감을 주는 방식에 실소가 나왔습니다.
철근 구조물이 황정민과 신승환에게 떨어질 때는 조금 긴장감이 있었고, 아무 일도 없었을 땐 재미있었습니다.
근데 왜 바로 한 번 더 떨어뜨리시는지...
황정민 캐릭터가 사적 제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 끝까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옹호하는 사람인지, 그냥 허세가 좋은 사람인지...

속도감이나 중간중간의 위트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 연기를 평가할 순 없지만, 그렇게 걸리는 부분이 연기 영역에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액션 영화도 아니고,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의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